식품업계 ‘할랄’ 블루오션 부상…16억 무슬림 입맛잡기 총력

[할랄식품시장 집중조명]

식품업계가 전 세계 인구의 25%에 달하는 16억명으로 추산되는 무슬림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분주하다.

국내 기업은 물론 해외 기업들이 무슬림 시장공략을 위해 할랄인증을 취득하는 한편 할랄시장 진출 등 신규시장 선점을 위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본지에서는 소비자의 건강에 대한 관심증가 및 식품안전에 대한 의식 제고로 식품업계에 새로운 블루오션 산업으로 급신장하고 있는 할랄식품 시장을 집중 조명해 보고자 한다.

할랄 인증범위 무궁무진
할랄(Halal)은 이슬람 교의에 기초한 샤리아 법에서 ‘허용하는 것’이라는 의미다. 그 반대의 개념은 금기라는 의미로 하람(Haram)이 있고, 그 중간은 ‘의문스럽다’는 의미로 슈바흐(Syubhah)라는 개념이 있다. 무슬림들은 구분이 잘 안될 때는 하람이라고 보면 된다.

할랄의 인증범위는 식품뿐만 아니라 의약품이나 화장품으로까지 확장된다. 몸에 바르고 섭취하는 모든 것이 할랄에 적용된다.

무슬림들에게는 유기농, 천연원료, 환경호르몬 배제보다 할랄 마크가 더 중요한 기준이다. 이런 이유로 브랜드 마케팅에서 뒤처진 후발주자들에게는 ‘할랄 인증’ 마크가 홍보 및 판촉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최종 소비재로서의 식품이나 화장품, 의약품뿐만 아니라 첨가제나 중간재, 그리고 조미료 시장 등이 할랄이 적용될 여지는 무궁무진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러한 흐름을 타고 콜라겐이나 젤라틴도 해산물에서 추출하거나 식물성으로 대체하는 방식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관련업계 노력들이 계속되고 있다.

경제성장과 더불어 할랄 인증에 대한 인식이 고조되는 가운데 말레이시아를 비롯해 두바이나 인도네시아에서도 할랄 인증의 글로벌화를 위한 홍보와 교육이 이뤄지고 있어 할랄 인증에 대한 기대효과는 확대될 전망이다.

무슬림시장 거대 상권 급부상
세계인구 중 무슬림 인구가 오는 2030년이 되면 26.4%(22억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무슬림시장이 거대 시장으로 부상함에 따라 ‘이슬람 율법에서 정한 방식대로 생산된 식품’을 가리키는 ‘할랄식품’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2013년 기준 할랄식품 시장규모는 1조2920억 달러로 전 세계 식품시장 7조 3020억 달러의 약 17.7%를 차지하고 있다.

오는 2019년에는 2조5370억 달러로 증대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전 세계 식품시장의 약 21.1%를 차지하는 규모다.

할랄 식품제도
할랄 식품제도는 이슬람 교의에 따른 식품관련 규격을 관리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이슬람교에서 금지하는 돼지고기와 그 부산물 등을 포함하지 않도록 식품규격을 정하고 제조·유통 등을 심사한 후에 적합제품·시설을 인증하고 해당 사항에 할랄을 표기하는 것을 총칭하는 제도다.    

할랄 식품제도는 종교적 측면에서 중요하지만 실무적으로는 식품의 원료, 제조, 유통, 판매의 공급사슬 각 단계에서 충족해야 하는 기술적 조건을 구체적으로 나타내는 규격이다.

실무적인 측면에서 제도는 통상 법을 근거로 할랄 식품의 제조, 유통 및 저장 등에 관한 지침과 인증의 절차를 관장하는 것이다.

즉, 할랄식품의 정의 및 조건, 동물의 도살방법, 할랄이 아닌 것과의 접촉 방지, 시설 및 기계, 위생 및 안전, 표시, 관리조직 등을 포함하는 것이 된다.

예를 들어 할랄 닭고기의 규정은 닭고기의 처리방법, 비할랄 제품 및 닭고기제품들과의 접촉 방지, 기타 위생 및 안전, 표시, 관리조직 등이 그 대상이 된다.

그렇지만 법에 의거하지 않더라도 사회적으로 그러한 규범을 따르는 행동이 일반적으로 유지된다면 제도화됐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정부차원에서도 사회적으로도 할랄식품 생산의 제도화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OIC 국가 인증관리 강화
세계최대의 무슬림 인구 보유국이자 세계 최대의 할랄 시장을 지니고 있는 인도네시아는 2014년 9월 국회에서 ‘할랄제품보장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에 따르면 2019년 이전까지 인도네시아 내에서 유통되는 모든 식품은 할랄 인증을 취득해야 한다.

이슬람회의기구(OIC) 국가들 공동의 할랄 표준을 제정하고 인증기관에 대한 인정을 수행하는 SMIIC(이슬람국가 표준도량형연구소. OIC 산하)에 대한 가입이 증가하고 있다.

2010년 10개국에 불과했던 회원국수는 2014년 말 현재 31개국으로 증가해 57개 OIC국가들 중 절반 이상이 가입한 상태다. 이에 따라 향후 OIC 국가들의 할랄 인증관리가 한층 강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의 경우 2014년 10월 걸프협력회의(GCC) 국가들 중 처음으로 연방표준청인 ESMA가 관리하는 할랄로고를 발표했으며, 두바이는 지역인증을 뛰어넘어 글로벌 인증을 수행하는 국제할랄연구소 설립계획을 발표했다. 

말레이시아 국제 할랄 허브로 주목
할랄 시장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나라는 단연 말레이시아다. 회교권 국가라는 최대 장점을 활용해 관광 및 금융 수요를 선점하기 위한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말

레이시아는 국제 할랄 허브가 되려는 전략을 세우고 지난 2006년 할랄산업개발공사(HDC)를 만들었다. 전국에 20여개가 넘는 할랄파크를 추진하면서 할랄 산업분야의 외국인투자를 장려하고 있다.

또 아랍계 할랄 식당을 체계적으로 육성함으로써 동남아시아에서 중동 관광객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나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할랄 관광문화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고작해야 지난해 초 관광공사에서 발간한 무슬림 관광객을 위한 식당 가이드북 ‘레스토랑 가이드 포 무슬림 비지터’와 오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강원도가 지난해 12월 ‘세계이슬람경제포럼(WIEF) 경제투자 세션’을 유치하는 등 강원도 내 청정농산물을 이용한 할랄식품 시장진출과 이슬람권 자본 및 관광객 유치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해외 할랄인증 특단 대책 시급

한국 최대의 이슬람교단인 한국이슬람교중앙회(KMF)가 사실상 유일한 국내 할랄인증기구의 역할을 수행해왔으나, 테스트 시설 미비와 전문 인력부족 등으로 말레이시아의 JAKIM 인증이나 인도네시아의 MUI와 같은 세계적 수준에는 못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할랄분야 전문 분석시설을 갖춘 할랄랩의 부재는 할랄산업의 기술적 분야 미발달은 물론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글로벌 할랄과학 논의의 장에서 소외를 초래하고 있다.

한국이슬람교중앙회의 할랄 인증은 매년 크게 증가하고 있다. 2014년에는 아워홈의 김치 등 100개 이상의 기업이 수백여 품목에 대한 할랄 인증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이슬람교중앙회의 인증 이외에도 점차 많은 수의 국내 기업들이 까도로운 인증 절차로정평이 나 있는 세계 3대 할랄 인증기관인 말레이시아 JAKIM, 인도네시아 MUI, 싱가포르 MUIS 등 인증기관에서 해외 할랄 인증을 취득하고 있다.

2014년의 경우 탈렌트화장품의 JAKIM 할랄 인증 취득을 포함해 100개 이상의 품목이 해외인증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해외 할랄 인증 취득의 경우, 결과적으로 기업의 부담가중은 물론 외화낭비가 발생되므로 특단의 대책이 없는 경우 이 같은 왜곡현상은 향후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를 나타냈다.

인증기관 250여개…말레이시아 절차 복잡
할랄 인증은 국가마다 그 기관과 조건이 다르다. 세계적으로 인증기관이 250여개나 된다.  특히 말레이시아 JAKIM 기관의 인증절차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이슬람중앙회(KMF)로부터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지난 2013년 말레이시아의 인증기관인 JAKIM으로부터 동등성을 인정받아 한국식품의 할랄 시장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지난해 말레이시아에서 할랄 인증 유효기간이 현재 1년에서 2년으로 연장됨에 따라 매년 인증갱신을 받아야 하는 농식품 수출업체의 비용부담이 완화돼 국내 수출업체의 할랄 시장 진출이 더욱 가속화 될 전망이다.

할랄인증 ‘선택아닌 필수’
최근 국내 식품업체들이 이슬람권을 주목하며 잇따라 '할랄 인증' 받기에 나섰다. 할랄 인증은 제품 수출을 위해 거쳐야 할 관문이기 때문이다.

식품업계는 지난 2011년부터 대기업을 중심으로 인증획득에 나서고 있다. 최근 아워홈은 한국이슬람중앙회를 통해 김치 제품의 할랄 인증을 획득했다.

아워홈은 이슬람 시장을 위해 새우액젓을 뺀 김치와 마지막 조미과정에 들어가는 청주를 넣지 않은 김을 생산해 지난해 9월 할랄 인증을 받은 바 있다.

농심도 2011년 ‘신라면’에 대해 할랄 인증을 취득하고, 그해 4월 부산공장에 할랄 전용 생산라인을 별도로 준공해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UAE 등 9개 이슬람 국가에 수출하고 있다.

CJ제일제당과 대상 청정원은 말레이시아 이슬람발전부(JAKIM)의 할랄인증을 획득해 이슬람권뿐만 아니라 비이슬람권 시장공략에도 박차를 가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밖에 삼육식품의 ‘검은콩칼슘두유’ ‘바나나두유’ ‘딸기두유’ ‘초코두유’ ‘메론두유’ 등 주력 제품들이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할랄(Halal) 인증 획득에 성공했다. 삼육식품은 이를 통해 다양한 글로벌 시장개척 활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국산 농식품 수출위한 방안 마련해야
급격히 늘고 있는 글로벌 할랄시장에서 국산 농식품의 원활한 수출활동을 위해서는 할랄 인증제도의 신뢰성을 획기적으로 제고하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를 위해 한국형 할랄표준수립, 할랄랩 설치, 할랄과학자 및 할랄심사원 등 전문가 양성이 시급한 과제다.

아울러 세계적 수준의 할랄 인증제도 구축을 바탕으로 글로벌 할랄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려면 효과적인 할랄 생산체제의 구축도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한국할랄산업연구원 노장서 사무총장은 “원재료의 공급부터 제품생산, 보관, 물류 등 가치사슬 전체를 통해 할랄무결성(halal integrity)이 확보될 수 있는 클러스터 구축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한다.

는 “이미 발표된 바 있는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 내 할랄공단 설치계획은 이런 의미에서 상당한 사업타당성을 갖는다”고 밝혔다.

노 사무총장은 또 “이슬람권 할랄식품 수출을 효과적으로 증폭시킬 수 있도록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 할랄공단에 대한 외국인 투자유치방안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힘줘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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