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장애]불안의 '정체' 찾기 치료 첫걸음

한양의대 신경정신과 박용천 교수

  
▶ 오래전 아픈감정 경험이 무의식속에서 표출
▶ 공황장애·외상후 스트레스장애·강박장애 등
▶ 증세 따라 적절한 치료방법 적용 효과 기대

□ 서론

불안장애는 불안이라는 정서 상태를 뿌리로 하여 나타나는 증상들을 특징에 따라 공황장애, 범불안장애, 사회 공포증, 특정공포증,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강박장애 등의 이름을 붙인 것이다. 정신과가 학생 때 공부하기 어렵고 임상에서도 치료하기 힘든 이유 중의 하나는 불안할 때 왜 불안한 지를 알아야하기 때문이다.

사실 대부분의 환자들은 불안의 원인을 알고 싶지 않고 그저 의사가 알아서 낫게 해주기만을 원한다. 그래서 환자들은 의사 앞에서 자신의 불안한 상태를 최소 20-30분 이상 여러 가지 반복되는 상황의 예를 들어 상세히 설명한다. 듣는 의사는 지치고, 환자는 명쾌한 대답을 못 들어 허탈해진다.

대표적인 증상이 공황장애 환자다. 이러한 환자의 정신역동을 조사해보면 자신의 불안의 원인이 어린 시절 혼자 집에 남겨졌을 때 무서워 떨며 당황했던 감정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것이 지금도 무의식에 잠재되어 있다가 조금만 당황하면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는 식으로 어린 시절의 불안이 반복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불안의 정체를 알게 되니 안심 할 수 있다. 그 감정을 이해하고 그런 느낌이 올 때마다 지금은 어린아이가 아니고 어른이라 혼자 있어도 괜찮다는 것과, 정 못 견디면 약 1알만 먹으면 된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면 약은 비상용으로 지참만 해도 든든하다.

불안장애의 정신치료는 위의 예와 같은 역동 정신치료를 비롯해 인지치료, 그리고 행동치료 등 크게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3가지를 간단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 역동 정신치료

프로이드의 정신분석을 바탕으로 한 치료이며 현재 많은 정신과 의사들이 기본적으로 시행하는 정신치료의 대명사이다. 전이를 해석하고 지지를 해주는 정도에 따라 세분화된 이름을 붙일 수 있는데 전이해석을 많이 할수록 분석적 정신치료(analytic psychotherapy), 지지를 많이 할수록 지지정신치료(supportive psychotherapy)라 한다.

치료원칙은 현재 환자가 호소하는 불안의 증상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며 그 밑에는 무의식에 불안의 뿌리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는 것이다. 즉 뿌리는 어린 시절의 경험인데 그것이 무의식에 있고 환자는 현재의 불안한 상황만 생각하고 있다.

그러다가 성인이 되어 이별의 상황을 맞을 때 아픈 상처가 건드려져 어린 시절 경험했던 감정이 그대로 되살아나기 때문에 몸은 어른이지만 어린 아이 때의 감정반응을 나타낸다. 그래서 똑 같은 경험을 해도 어린 시절 어떤 경험을 했느냐에 따라 반응이 제각각이다.

□ 인지치료

인지치료는 환자의 감정과 행동문제가 외부세계에 대한 비현실적인 믿음과 비논리적인 추론으로 상황을 곡해한데서 비롯된다고 가정하고, 환자가 이런 오류를 스스로 발견하고 수정하도록 돕는 치료법이다.

인지치료는 사람의 감정이나 행동이 그가 어떤 사건을 경험하였느냐보다는 그 사건을 어떻게 해석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본다.

“나는 어쩔 수 없어, 나는 매력이 없어, 나는 약해” 등 기능저하를 초래하는 잘못된 핵심 믿음은 초기 아동기 경험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많다. 인지치료의 순서는 증상의 형성과정을 역순으로 풀어가는 것인데 즉, 표층의 감정변화로부터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사고를 찾아 수정하고, 반복되는 자동사고로부터 역기능적인 특이 믿음을 찾아 교정하는 것이다.

인지치료 면담은 치료자가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환자에게 치료원리와 방법을 설명하고 치료 목표를 정한다. 과제가 있으면 환자와 같이 검토하고 의논한다.

면담도중 적절한 질문을 하여 환자의 자동사고와 인지왜곡을 깨닫고 합리적인 대안을 찾도록 돕는다. 환자는 주로 생각과 감정의 연관성을 기록하고 검증하며 다음 면담 때까지 과제를 정해 실생활에서 연습한다.

□ 행동치료

바람직한 행동을 증가시키고 그렇지 못한 행동은 줄이며 부족한 행동을 가르치는 치료법이다. 환자를 교육하고 개인에게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환자 중심으로 진행한다는 점이 다른 치료법과 차이점이다.

‘지금- 현재’ 중심으로 문제를 명료하게 파악하고 해결하는 것을 중시하며 구체적인 행동에 대해 치료목표를 설정한다.

과제를 부여하고 증상을 주기적으로 평가한다. 고소공포증의 경우 1층에서 63층까지 각 층에서 내려다보이는 사진을 보여주는데 공포를 느끼지 않게 될 때마다 한 단계 더 높은 층의 사진을 보여준다. 공포를 느끼면 근육이완 훈련을 하거나 편한 장면을 상상하게 하여 공포를 없앤 뒤 다음 단계로 진행한다. 이런 것은 체계적 탈 감작화라 한다.

반대로 갑자기 63빌딩 옥상으로 데리고 올라간다. 20~30분간 공포에 노출시켰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홍수법(flooding)이라는 치료방법도 있다.

실제 정신치료방법은 500여 가지가 되지만 크게 분류하면 이상 3가지로 나눌 수 있고 충분히 검증받은 방법들이다. 그리고 각각의 질환에 따라 조금 더 유용한 치료방법이 각기 달리 적용될 수 있다.

예를 들면 범불안장애 등은 역동정신치료가 더 많이 쓰이고, 공황장애나 공포증은 인지치료나 행동치료, 또는 둘을 결합한 인지행동치료가 많이 사용된다.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라면 노출치료(exposure therapy)와 안구운동탈감작및 재처리(EMDR: Eye Movement Desensitization and Reprocessing) 등이 사용된다.

■ 박용천 교수는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신경정신과학교실 교수
▲한양대학교 구리병원 신경정신과 과장
▲1984년 한양대병원 신경정신과 교실 전공의과정 수료
▲2002-2003년 미국 오하이오주 애크론대학교 방문교수
▲클리블랜드 정신분석센터에서 정신분석적 정신치료프로그램 수료
<학회활동>
▲한국 EMDR협회 회장
▲대한불안의학회 회장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학술이사
▲한국정신치료학회 감사
▲PRCP(환태평양정신의학회) 15차 국제학술대회 학술위원장
▲Distinguished Fellow 이사(Board Mem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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