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왕궁 만찬

[보건포럼] 서정선 서울대학교 분당병원 석좌 연구교수/한국 바이오협회장

지난 6월 14일 스톡홀름 식스 호텔에서 한국-스웨덴 비즈니스 서밋이 개최되었다. 대통령 북유럽 순방에 맞춰 양국간 부대행사로 열렸다. 서밋은 스웨덴의 대표기업인 볼보사 수석부사장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케아등 스웨덴 기업인들을 포함하여 약 230명이 참가했다.

나는 바이오기업 마크로젠 대표로 참가했다. 삼성전자,LG와LS구룹등 대기업과 벤처기업등 10여개 기업대표들이 함께 초청되었다.  특히 이날 글로벌제약사인 아스트라제네카 요한손회장은 칼 구스타프 16세 국왕과 문대통령 앞에서 한 기조연설에서 바이오헬스분야에 약 7500억원 규모의 한국투자를 발표했다.

요한손회장은 “의료바이오산업은 양국 공통 핵심 산업으로 데이터, 사물인터넷, 헬스케어분야에서 한국바이오기업등과 협력하고 4차 산업혁명 생태계 구축에 힘써 헬스케어에 대한 소비자 접근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어 토요일에 진행된 투자의향서 교환식에서는 한국바이오협회장인 필자와 아스트라제네카 부회장이 양국을 대표하여 사인식을 진행했다.

저녁에는 문대통령을 위한 국빈 만찬이 스웨덴 왕궁에서 진행되었다. 한국측 인사는 정부 당국자와 경제인등 50명 정도가 초청되었다. 드레스코드는 흰색 보타이에 연미복이었다. 한국에서 미리 준비한 연미복을 입으면서 처음에는 어색한 느낌을 가졌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옷이 주는 중후한 맛에 점점 빠져드는 느낌이었다. 평생 처음 입어보는 연미복이지만 느낌은 나쁘지는 않았다. 나비 넥타이에 연한 노란색 블라우스에 흰색 조끼까지 입고 바지를 입으면 서양 귀족같은 착각도 잠시 가질 수 있었다.

만찬장소는 좁고 긴 홀로 100명 정도를 위한 세팅이 잘 되어 있었다. 입구에서 구스타프16세 국왕과 부인과 로얄 패밀리들과 인사를 나누고 지정된 좌석 앞에 서서 모든 사람이 입장할 때까지 기다린 후 식사가 진행되었다. 나의 좌우에는 스웨덴사람들이 앉아서 자기 소개를 하고 샴페인을 마시며 담소를 나누었다.

오른쪽에는 멋진 드레스를 입은 50대 초반 귀부인이 자기는 한국에 3년살다 두 달 전에 귀국했으며 남편은 사업을 하는데 다른 일로 오늘 참석을 못했다고 했다. 이 부인은 한국에서의 생활도 좋았고 소맥 치킨과 심지어 순대도 모양은 안 좋은데 맛은 괜찮았다고도 했다. 나는 순대는 못 먹는다고 하니 재미있어 하면서 서로 웃었다. 한번 이야기가 터지니 화제가 다양해서 편하게 이야기 할 수 있어 좋았다.

왼편에는 턱수염이 잘 어울리는 훈장을 몇 개씩 달고 있는 사람 좋은 스웨덴 남성이 앉아 있었다. 명함을 보니 이 사람은 외교관이었다. 자기는 현재 스웨덴 북한특별대사이고 지금까지 24번 북한에 갔다 왔다고 했다. 나이는 63세이고 2년이면 정년인데 몇 년은 연장이 가능하다고 했다. 메인디쉬는 생선요리이었는데 맛은 궁중요리답게 어디서 맛볼수 없는 대단한 수준이었다. 서브하는 사람들이 일일히 사람마다 배려하면서 여유로운 태도로 자신의 일을 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만찬은 8시에 시작하여 10시 반 정도까지 계속됐다.

반대편에 앉은 한국사람이 만찬시작에 임박해서 스웨덴북한 대사에게 사진좀 찍어 달라고 할때 시종무관이 와서 사진찍는 것을 만류하면서 하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너는 지금 궁안에서 하는 보통의 행동을 하고 있지 않다.”라고 하면서 전혀 고압적이지 않은 태도는 궁의 분위기를 잘 대변하고 있었다. 궁에서 나오면서 영화속 장면같은 순간순간을 기억하면서 아마 초여름밤의 스웨덴 왕궁 만찬은 꽤 오래 기억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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