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약 먹고 병원신세… 기막혀요”

두통ㆍ구역ㆍ졸음에 독성간염까지
효능ㆍ부작용 검증안돼 문제 심각
허술한 복약지도 피해자 양산 한 몫


■ 정부 대책마련 시급
‘독성간염 49.0% 한의원 한약 원인’, ‘한의사도 한약 부작용 모르고 투약’, ‘한의약 피해 60% 한의사 실수 때문’, ‘한의약 분쟁 절반은 한약 문제’, ‘한약 부작용 국민들 조심해야’, ‘소보원 한약 부작용 사례 발표’…

네이버ㆍ다음ㆍ야후ㆍ엠파스ㆍ파란 등 포털사이트에 들어가 검색창에 ‘한약 부작용’을 치면 게시판이나 블로그, 카페, 최신뉴스 란에 이 같은 제목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여기서 지식 란으로 들어가면 값 비싼 한약을 복용한 뒤 독성간염 등 한약 부작용을 호소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특히 한약 부작용의 증상들이 아주 구체적이고 다양하게 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어 이에 따른 당국의 적절한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부작용을 호소하는 소비자가 급증하면서 포털사이트를 통해 질문하고 답변하는 Q&A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데 있다. 질문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한약을 먹은 후부터 여러 가지 증상을 동반, 고통을 호소하지만 답변하는 사람들은 한의사인지 의사인지 한약사인지 한약업자인지 분간이 안돼 도무지 누구의 말을 믿어야할지 헷갈린다. 자칫 답변자의 말만 믿고 그대로 따라했다가는 더 큰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 사례 1; 유즙분비호르몬 수치 급상승
지난 2004년 12월 10일경 임신을 위해 몸을 보해준다는 한약을 1개월분 먹었다는 한 주부(34)는 “한의원에서 맥을 짚곤 제 몸이 차가우니까 몸을 따뜻하게 해준다는 처방을 내렸는데 약을 다 먹기도 전에 여러 가지 부작용 증상이 나타났다”고 호소했다.

“심한두통, 눈이 빠질 듯한 증상, 구역질, 졸림, 조금만 움직이면 밀려드는 피곤함, 눈 충혈, 뒷목 뻐근함, 머릿속 멍함 등등 전에 느껴보지 못한 증상으로 인해 다시 그 한의원을 찾아가 증상을 호소했지만, 몸에 열이 많아 그 열이 머리로 올라가서 그렇다면서 한약 때문은 아니라며 머리에 침만 놓아 주더라”는 것이다.

이 주부는 “한약이 무조건 좋은 줄로만 알았기 때문에 마저 먹으려 했으나 증상이 너무 심해 다 먹지 못하고 버렸다”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증상이 좀 약해지는 것 같아 한약기가 다 빠지면 괜찮겠지 하고 기다렸지만 나중에 임신이 잘 안돼 산부인과를 찾아가 피검사를 받았더니 유즙분비호르몬(수유시 분비되는 호르몬, 정상치 8~30정도) 수치가 197까지 올라갔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이에 대해 jjang3y는 “한약의 부작용으로 생각되기 보다는 몸에 숨어있었던 여러 증상들이 발현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약으로 다스려지는 증상들이 아니라 면역력 증강을 도모하는 식료치병의 개념으로서 다스려야 하는 증상들이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자신을 qwonduf라고 밝힌 한 여성은 “한약을 먹으면서 유즙분비호르몬의 상승이 관찰되면 한약재 중에 원인물질이 있다는 증거가 된다”며 “특히 두통, 구토 등의 증세는 뇌척수 신경계통의 이상 증후일 가능성을 항상 염두해 두어야 하는 위험한 증세 중의 하나”라고 반박했다.

# 사례 2; 독성간염으로 간이식 수술
박모(40)씨는 지난해 몸보신을 위해 한약을 복용했다가 낭패를 볼 뻔 했다고 한다. 한약을 복용하던 중에 독성간염 부작용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박씨는 간이식 수술을 받고서야 겨우 건강을 회복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한약에 1mg이 넘는 수은 성분이 들어있었던 게 문제였다. 한약재 처방전에는 마황, 망초 등 인체에 치명적일 수 있는 독성성분이 포함돼 있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일부 한의사는 이 같은 사실을 환자에게 알리지 않고 환자의 간기능 상태도 점검하지 않는다.

박씨는 “몸보신을 위해 복용한 한약이 저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큰 나쁜 일로 돌아왔고, 앞으로 살아갈 날이 걱정이 많이 된다”며 “(한의사가) 어떠한 일이 있을 것이라는 사전 고지 없이 복용을 잘하라는 그 이야기만 했다”고 털어놨다.

■ 끊임없는 안전성 논란
이처럼 최근 들어 한약과 관련한 소비자의 불만과 피해가 온ㆍ오프라인을 막론하고 급격히 늘고 있다.
지난 1990년부터 2004년까지 14년간 전체 의료기관의 건강보험 청구건수는 약 3배 증가하는데 그쳤지만 한방의료 청구건수는 20배 이상 증가했다. 전체 진료비도 5.5배 증가한 반면, 한방 의료비는 45.5배나 증가했다.

하지만 의료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는 한방의료의 유효성과 주요 치료방법으로 사용되는 한약재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지난 99년 4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6년 8개월 동안 한약 등으로 피해를 입어 상담한 건수만 3,371건이고, 이 가운데 피해구제가 이뤄진 건도 115건이나 된다. 유형별로는 독성간염을 포함한 한약 부작용이 27%, 치료 후 오히려 상태가 악화 된 경우도 27%였고 비위생적인 침술 치료를 하다 염증 등 부작용 유발도 20%가 넘었다.

전문가들은 이런 한약 피해가 매년 늘어나는 이유에 대해, 많은 환자들이 의사 처방약은 증상만 치료하는 반면에 한약은 근본치료를 한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라고 꼽는다. 그래서 의사 처방약을 장기 복용하라고 하면 끔찍스럽게 생각하지만, 한약은 효과가 별로 나타나지 않아도 꾸준히 복용하라고 하면 쉽게 납득한다고 한다.

의사 처방약으로 몸을 보(補)한다는 생각은 없지만 한약을 통해서 건강한 사람도 정기적으로 몸을 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의사 처방약은 효과는 빠르지만 결국은 부작용으로 몸을 망칠 수 있고, 한약은 몸을 잘 보하면서 전체적으로 병을 다스리기 때문에 부작용이 적다고 믿는다. 이처럼 우리나라 전통 약물로서의 한약은 독성과 안전성 측면에서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사회적 통념이 돼 버렸다.

그러나 현대과학적인 방법을 통한 독성학적인 측면에서 볼 때 비록 오랫동안 사용되어진 한약재라 하더라도 독성이나 안전성이 확보돼 있지 않은 경우가 많으며, 부작용으로서 신경독성, 호흡기 독성, 소화기 독성, 순환기 및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의사가 쓰고 있는 약은 그 효능 뿐 아니라 부작용에 대한 객관적 검증과 관리가 철저한데 비해 유독 한약재에 대해서는 효능과 부작용의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 생약은 부작용 없다?
경기 양주군보건소에서 의사로 근무하는 정은경씨는 “모든 약물은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기능과 역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한약이든 양약이든 간에 약효와 더불어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기대하지 않았던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 마련”이라며 “예를 들면 비교적 안전한 것으로 알려진 ‘아스피린’과 같은 양약도 위출혈 및 위장장애, 혈액응고장애와 같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것처럼 가령 한방에서 많이 사용하는 ‘부자’와 같은 한약재도 본의 아니게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고 밝혔다.

정씨는 “진료를 하다보면 가끔 ‘양약은 오래 먹으면 몸에 안 좋다는데’ 하는 반응을 보이는 환자가 있다”며 “만성간염이나 간암처럼 특효약이 없는 경우 한약 등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럴 때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질병을 더 악화시키거나 합병증으로 생명을 잃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한의사들은 대체로 한약으로 부작용이 생겼을 때 부작용이라는 용어 자체를 잘 쓰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다. ‘한약 탓이 아니라 환자 체질 탓이다’, ‘명현작용 때문이다’, ‘낫느라고 그렇다’, ‘독이 바깥쪽으로 빠져나오는 것이다’, ‘한약은 생약(生藥)이기 때문에 부작용이 없다’는 등의 표현으로 부작용을 과소평가하기 일쑤다.

일부 한의원에서는 환자로 하여금 부작용을 어느 정도까지 감내하게 할뿐 아니라 ‘예로부터 수천 년 써온 약이라 안전하다’거나 ‘그 한약은 나도 먹고 있다’는 식으로 환자를 안정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한약재 가운데는 잘못 먹으면 말 그대로 사약이 되는 맹독성 약초들이 적지 않으며, 생약도 잠재된 부작용이 많기 때문에 반드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입증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분명한 것은 양ㆍ한약 모두가 한계와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양약이나 한약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확한 진찰 하에 현재의 의학수준에서 효능이 입증되고, 비용효과적인 치료를 선택해 제대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한의약 관련 피해 중 상당수가 한의사들의 ‘부주의’나 ‘설명소홀’로 발생하고 있으며, 한의사들도 한약 부작용을 잘 모르고 환자에게 투약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료법 개정 등 관련제도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기획취재팀의 전체기사 보기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카카오톡
  • 네이버
  • 페이스북
  • 트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