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글픈 노년기 위협 “치매, 암 보다 더 무섭다”

[신년특집2] 연평균 환자 증가율 17%…경제적 부담 가족도 '이중고' 사회안전망 확보 과제

[신년특집 2] 고령화사회 불청객 '치매'

어느날 문득 자신을 기억하지 못해 암 보다 무섭다는 ‘치매’. 100세 시대가 열렸다지만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치매환자의 증가율도 빠른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치매는 이전에 비해 기억력을 비롯한 여러 가지 인지기능이 지속적으로 저하돼 일상생활에 상당한 지장이 초래된 상태다. 인지기능이란 기억력, 언어능력, 시공간파악능력, 판단력 및 추상적 사고력 등 다양한 지적 능력을 가리키는 것으로 각 인지기능은 특정 뇌 부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에서 치매 유병률은 약 9.4%로 전국적으로 약 58만명의 치매 노인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치매 유병률은 연령 증가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을 보여 인구 고령화에 따라 치매환자의 수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화의 불편한 산물인 치매, 그렇지 않아도 경제적·정서적으로 힘든 노인의 삶이 철저히 파괴되고 가족들 또한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기 어렵다. 치매는 어느덧 우리 사회에 치명적인 위협으로 다가온 셈이다.         

□ 65세 이상 노인 4명중 1명 꼴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의 치매 유병률은 2008년 8.4%, 2010년 8.8%, 2012년 9.1%로 해마다 치솟고 있다. 2012년의 경우 남성 15만6천명, 여성 38만5천명 등 총 54만1천명이 치매를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추세라면 치매 인구는 2030년 127만명, 2050년에는 271만명으로 20년마다 2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당장 치매에 걸린 상태는 아니지만 정상에서 치매로 이행되는 중간 단계인 ‘경도 인지 장애’ 유병률은 27.82%에 달했다. 65세 이상 노인 4명 중 1명이 ‘치매 고위험군’인 셈이다.
치매 환자의 증가세는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최근 5년간(2009~2013년)의 심사 결정자료를 이용해 치매에 대해 분석한 결과 진료인원은 2009년 약 21만7000명에서 2013년 약 40만 5000명으로 5년간 약 18만 9000명(87.2%)이 증가했다. 연평균 증가율은 17%로 나타났다.
총 진료비는 2009년 약 5567억원에서 2013년 약 1조 2740억원으로 5년간 약 7173억원(128.8%) 올랐다. 연평균 증가율은 23%였다.
최근 5년간 치매 진료인원을 성별로 보면 여성 진료인원의 연평균 증가율이 남성보다 높았다. 남성 대비 여성의 비율이 2009년 2.3에서 2013년 2.5로 증가했다.
연령별(10세 구간) 점유율은 2013년을 기준 70대 이상 구간이 86.9%로 가장 높았다. 이어 60대 9.9%, 50대 2.9% 순으로 나타났다. 40세 미만과 40대 구간은 각각 0.1%, 0.5%로 나타났다.
연령구간별 성별 진료인원을 보면 70대 이상 구간의 여성 진료인원이 약 28만 5000명으로 전체 진료인원의 64.4%를 차지했다.
점유율이 낮은 40세 미만, 40대, 50대 구간의 2013년 진료인원도 2009년에 비해 각각 43.4%, 6.5%, 38.4%씩 증가했다. 비교적 젊은 층도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나왔다.
인구 10만명 당 치매 진료인원 현황을 보면 70세 이상 구간은 약 1만명으로 10중 1명은 치매 진료인원으로 나타났다.
모든 연령층에서 2009년에 비해 진료인원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70세 이상 구간은 2009년에 비해 약 60%정도 증가했다.
치매 진료비도 해마다 급증해 2006년 총 2천51억원에서 2011년 9천994억원으로 5년새 5배가 늘었다.
치매의 1인당 진료비는 연간(2010년 기준) 310만원으로, 뇌혈관(204만원), 심혈관(132만원), 당뇨(59만원)에 비해 훨씬 높다.
문제는 이렇게 치매 심각성이 크고 사회적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지만, 사회 안전망이 여전히 허술하다는 점이다. 물론 지난 2008년 7월부터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가 실시되면서 치매환자의 간병과 수발 등이 지원되고 있다. 치매관리센터의 활성화도 점차 이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재가 서비스를 받을 경우 매달 본인이나 가족이 부담하는 금액이 12만~18만원 수준이고, 시설에 입소하게 되면 60~70만원이 된다. 일단 걸리면 회복이 어려운 치매의 특성을 고려하면 가족이 짊어져야 할 경제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그마저도 보호시설이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대부분 환자 가족이 떠맏게 돼 정서적·경제적 부담이 상당한 것이 현실이다.
2012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치매를 비롯해 일상생활이 불가능해 도움이 필요한 노인 1천215명 가운데 72.1%가 가족의 수발을 받고 있었다. 이는 수발 가족의 정신적·신체적·경제적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 장기요양 5등급 신설 경증환자 수혜

대한치매학회가 치매환자 보호자 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8%가 치매환자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거나 근로 시간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정부가 지난해 7월부터 5만 명의 경증 치매 환자를 위한 ‘치매특별등급(5등급)’을 신설해 7월부터 장기요양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환자가족들의 부담을 다소 덜어주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노인장기요양보험 서비스 만족도 조사 결과’를 보면 장기요양 5등급 제도에 대해 응답자의 83.0%가 만족한다고 답했다. 문제 행동이나 치매증상 등 변화 정도를 묻는 항목에는 수급자의 36.0%가 호전됐다고 응답했다. 증상이 비슷하다는 답변은 56.0%였다.
앞으로 ‘서비스를 추천하겠다’고 응답한 수급자가 전체의 94%를 차지해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해석됐다.
지난해 12월26일 기준으로 장기요양 5등급 판정자는 약 1만1000명에 달한다. 5등급 판정을 받으면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주야간보호기관을 하루 10시간까지 이용할 수 있다. 주야간보호시설을 이용하기 어려울 땐 치매 전문교육을 받은 요양보호사가 가정을 방문해 인지 활동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치매환자를 돌보는 가족은 방문간호 서비스를 통해 상담과 치매 대처기술 등의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월 이용금액의 15%는 본인 부담으로 주야간보호기관을 하루 10시간 씩 월 20일 이용했을 때 약 11만원만 부담하면 된다.
노인장기요양보험에 대한 만족도는 지난해보다 0.6%포인트 상승한 89.1%를 기록했다. 응답자의 78.0%가 어르신의 건강이 호전됐다고 응답했고, 90.5%는 수발부담이 줄었다고 평가했다. 복지부는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 발전의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노인장기요양보험 수급자의 보호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장기요양서비스는 주간·야간 보호시설(낮이나 밤에 치매노인을 보호하며 레크리에이션·인지기능 교육 등을 제공)을 이용하거나 방문요양 서비스를 받을 때 환자 부담이 월 76만6000원에서 11만5000원으로 줄어든다. 사각지대에 있던 경증환자가 보호를 받게 됐다. 또 3등급(1, 2등급은 중증) 환자를 3, 4등급으로 세분화해 3등급 환자에게 서비스 양을 늘리기로 했다.

□ 요양보호사 양적·질적 확대 필요

정부는 약 5만명의 치매특별등급 수급자가 추가로 생길 것으로 예상하고 지역별 노인장기요양보호시설의 수와 치매케어전문 인력 양성에 주력하고 있다. 이와 관련 현재 요양보호사와 기관의 사회복지사, 간호사 등 약 1만4000명을 대상으로 치매전문교육이 실시되고 있다.
하지만 장기요양보험이 커버해야하는 수급자 수가 늘어난만큼 방문요양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늘 것이고 이에 따른 요양보호사의 피로도 누적으로 서비스 질 저하 문제가 나타날 수 있는 등 풀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 정부 치매연구 투자 저조

치매는 암보다 건강 및 사회적 비용이 두 배 이상 소요됨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의 치매연구관련 투자가 현저히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양승조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치매관리법 제10조제2항 제1호 소정의 ‘치매환자의 관리에 관한 표준지침 연구’는 법률로 규정된 의무사항임에도 구분·관리는 커녕 실시된 적도 없다고 밝혔다.
양 의원에 따르면 치매관리법 제10조제3항 소정의 학계·연구기관 및 산업체 간의 공동연구사업을 실시한 사례가 없어 ‘우선지원의무’를 이행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FDA보고에 따르면 약물시험결과 치매치료제 신약개발 실패율은 99.6%(암치료제 개발실패율 81%)에 이르는데 이처럼 치매치료제 개발의 실패율이 어느 질환보다 높아 민간업체의 단독비용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의 치매에 대한 공동연구 노력이 매우 부족하다는 점이 드러난 것이다.
미국이나 영국 등 선진국의 경우 치매연구가 포함된 뇌연구비용이 미국은 보건예산의 18%, 영국은 보건예산의 20%에 이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생명공학 예산의 4%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치매는 암보다 건강 및 사회적 비용이 두 배 이상 소요됨에도 불구하고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 치매 관련 연구개발(R&D) 총 지원액은 689억원으로 2013년 한 해 동안의 암 관련 연구개발(R&D) 지원액인 814억원에도 미치지 못하고, 2013년 국가연구개발(R&D) 총예산 16조8777억 원의 0.1%인 176억원, 보건복지부 R&D 총예산 4341억원의 4.1%인 176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주요 질환별 R&D 조사·분석보고서’에 따르면 2008∼2011년 4년간 부처별 투자 비율은 치매 연구개발에 대한 총 정부투자금액에 대해 교과부 54%, 복지부 17%, 지경부 17%, 농림부 12% 순으로 실용화의 기반이 되는 복지부 중심의 중개·임상연구 지원이 약 172억원(17%)에 불과했다.
양승조 의원은 “우리나라도 구체적인 연구 개발계획 등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 노화, 노인병 등을 전담하는 국가차원의 연구협의체(또는 국가기관)을 설립·구성하고 치매연구사업 수행기관의 치매관련 연구 조정·연계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홍유식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카카오톡
  • 네이버
  • 페이스북
  • 트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