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협회장 선출 방식에 불만 고조

중견·중소업체 회원사, "정관 변경에 의구심"

 

지난 정기총회에서 협회장을 선출하지 못한 한국식품산업협회가 다음달 임시총회에서 정관 변경을 통해 회장 추천제를 신설하려는 것에 대해 국내 중견·중소식품업체들의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식품산업협회(이하 협회)는 다음달 4일 임시총회를 열어 정관개정을 의결안건으로 상정하고, 총회 개최를 안내하는 공문을 회원사들에게 발송했다.

이번 정관개정은 '협회장 선출 방안'에 대한 것으로, 이사회 추천을 받은 자 중에서 회장을 선출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협회 정관 제14조 임원의 선임 제1호 조항에 따르면 "회장 및 부회장은 비상근으로 하되, 총회에서 선출하여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보고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개정안은 "다만, 회장의 경우 이사회의 추천을 받은 자 중에서 선출하며, 회장 선출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별도의 규정으로 정한다"라는 내용을 신설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내 중견·중소업계에서는 정관 개정의 명목으로 특정 인물을 선출하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이들은 현 이사회가 대기업 위주로 구성돼 있어 결국 대기업 대표들이 협회장에 선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을 들고 있다.

이사회 추천을 통할 경우 △이사회가 원하는 후보만 필터링할 수 있는 구조 △194개 회원사의 목소리는 배제된 채, 일부 이사들의 뜻에 맞는 후보 선출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렇게 되면 자칫 회장 선거의 공정성과 자율성을 훼손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2월 정기총회에서 차기 회장을 선출을 두고 샘표 박진선 대표와 SPC삼립의 황종현 대표가 경합을 벌였지만 막판까지 의견 조율이 안 돼 회장 선출이 무산된 바 있다.

협회는 빠른 시일 내에 새로운 회장을 선출하려면, 임시총회에서 정관을 변경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당시 의장을 맡은 이효율 회장은 "후임 회장의 선임 절차와 일정을 회원사들에게 공지하고 빠른 시일 내에 회장을 선임할 예정"이라며 "현 상황에 대한 규정이 협회 정관에 없기 때문에 총회에서 회장 선발 절차나 방식에 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데에 의견을 모으고, 이사회 승인 및 총회 절차에 관한 일련의 프로세스도 마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큰 변경 사항이 없는 한 식품산업협회장은 박진선 샘표식품 대표와 황종현 SPC삼립 대표가 다시 경합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가운데 회장 후보로 언급되는 SPC삼립 황종현 대표는 현재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SPC삼립은 반복된 산재 사고로 인해 악재에 직면해 있다. 회사 측은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후속 조치를 약속했지만 한국소비자단체연합과 소비자주권시민회의 등 소비자단체들은 성명을 통해 깊은 유감을 표명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식품산업은 K-푸드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을 확대하고 있으며 식품산업협회도 회원사를 중심으로 정부, 학계, 소비자단체와 긴밀히 협력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라며 "식품업계를 대표하는 협회의 새로운 수장이 공정하고 잡음 없는 절차를 통해 제대로 선출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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