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말살 정책"… 검체 분리수가에 의협-내과 정면충돌

복지부, 2026년 하반기 '위·수탁 분리수가' 확정… 관리료 폐지·이중 청구 논란 확산
의협 "질관리 취지 존중"에 의료계 들끓어… 내과의사회 "을사늑약, 전면 불참" 경고
전문가 배제·연구 결과 무시·협의체 무산… "정부 독선에 필수의료 붕괴 초읽기"

정부가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 개편안을 2026년 하반기 시행으로 공식화하면서 필수의료의 한 축인 1차 의료 현장이 거센 반발에 휩싸였다.

특히 보건복지부가 '위탁검사관리료'를 폐지하고 위탁기관과 수탁기관의 수가를 분리하는 방향을 확정한 것에 대해 개원가는 "일차의료 파괴 선언"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여기에 대한의사협회가 정부의 개편 방향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히자, 내과·가정의학과·소아청소년과 등 일차의료 진영은 "정부 독주에 면죄부를 준 것"이라며 의료계 내부 갈등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7일 '검체검사수탁 인증관리위원회' 회의에서 위·수탁기관 간 보상체계를 완전히 분리하는 방향을 공식 발표했다. 핵심은 △위탁검사관리료 폐지 △검사료 내 위·수탁 기관 몫 분리 △기관별 청구체계 신설이다.

복지부는 이를 2026년 하반기 상대가치점수 조정 시기에 맞춰 시행한다는 계획까지 밝혀 "이미 시나리오가 끝난 정책"이라는 비판까지 제기된다.

보도자료에는 의협의 의견도 함께 포함됐다. 의협은 "질 관리를 위해 위·수탁기관별 수가 신설 방향을 존중한다"며 "다만 일차의료기관과 필수진료과가 수용 가능한 보상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단서를 남겼다.

"1차 의료 사망선고, 의협 입장 절대 수용 불가"

문제는 의협의 이 '존중' 표현이었다. 검체검사 비중이 높은 내과 개원가를 중심으로 즉각적인 반발이 폭발했다.

대한내과의사회는 18일 "복지부의 보도자료는 대한민국 일차의료에 대한 사망 선고"라며 "의협의 '대승적 차원', '존중'이라는 입장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내과의사회는 "정부가 고집하는 분리청구 방안은 환자 이중 수납 불편, 개인정보 유출, 청구 시스템 혼란 등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만성질환 관리와 암 검진 등 국민 건강의 핵심인 검체검사를 불가능하게 만들어 내과 의사들을 사지로 내모는 폭거"라고 성토했다.

이와함께 의협 집행부를 향해 "관련 전문가인 일차의료기관의 목소리가 배제된 채 진행된 논의는 복지부의 시녀 노릇을 한 것"이라며 "2025년은 내과 의사들에게 새로운 '을사늑약'의 해로 기억될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내과의사회는 이번 안이 강행될 경우 복지부의 모든 사업에 전면 불참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내과의사회는 "우리는 시일야방성대곡의 심정으로 이 망국적 폭거를 규탄한다"며 정부에 즉각적인 개편안 철회를 요구했다.

아울러 "이번 사태의 직접 당사자인 내과·가정의학과·소아청소년과 등 일차의료 단체가 모두 참여하는 협의체를 재구성해 원점에서 재논의할 것"을 강력 촉구했다.

"싸워보지도 않고 백기 투항"… 집행부 책임론 부상

의료계 내부도 들끓고 있다. 정부 안을 저지하기 위한 협상력을 스스로 상실했다는 비판이 잇따른다.

주신구 대한병원의사협의회 회장은 "의협이 정부의 개편 방향을 '존중한다'고 한 것은 사실상 합의해 준 것과 다름없다"며 "시작도 하기 전에 싸워보지도 못하고 영토를 내어준 꼴"이라고 비판했다.

주 회장은 "복지부가 대통령실 보고를 위해 '건정심 한 달 연기'라는 사탕을 주고 의협의 멘트를 받아낸 것으로 추정된다"며 "앞으로 의협은 검체 수탁 문제로 싸울 명분을 잃어버렸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부의 의도는 한치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들이 내뱉는 문구들은 모두 정책 추진을 위한 과정에서 립서비스에 불과하다. 정부는 한 번 정해 놓으면 의사들이 투쟁으로 들어서지 않는한 그대로 진행한다"며 "지난번 2000명 증원 사태와 다른 점은 당시에는 전공의 선생님들이 들고 일어났다는 것이고, 지금은 개원의 선생님들의 차례라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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