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체검사 제도개편, 의료계 총력 저항… "환자 불편·행정 대란 불 보듯"

정부, 일방적 제도 개편 추진에 일차의료 전면 반발…"협의없는 졸속 행정 중단하라"

정부의 '검체검사 위탁관리료 폐지 및 분리청구' 방침에 의료계가 일제히 반기를 들고 나섰다.

대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 안과·피부과·정신건강의학과·정형외과·신경외과의사회 등이 잇따라 성명서를 발표하며 정부의 일방 추진을 강력히 규탄하고 있다. 의료계는 이번 조치가 필수의료 붕괴와 환자 불편, 행정 대란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하며 제도 전면 재논의를 촉구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0월 29일 '검체검사 수탁인증 관리위원회'를 열고, 검체검사 위탁관리료 폐지 및 위탁·수탁 분리청구 의무화 방안을 공식화했다. 복지부는 이번 개편이 "검사 거래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으나, 의료계는 "본질을 왜곡한 탁상행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검체채취·설명·결과관리 모두 의사 업무… 관리료 폐지 의료행위 무시"

먼저 대한안과의사회는 "검체검사 위탁관리료는 의사가 환자에게 검사 필요성을 설명하고 검체를 채취·관리하며 결과를 임상적으로 해석하는 행위에 대한 최소한의 보상"이라며 "이를 불공정거래로 몰아 관리료를 없애는 것은 일차의료기관의 생존을 위협하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위탁관리료 폐지는 필수의료 전담 의원들의 경영 악화로 이어져, 결국 국민 건강 피해로 귀결될 것"이라며 제도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대한피부과의사회 역시 "위탁검사비용 분리청구는 환자 불편, 행정혼란, 개인정보 유출, 책임소재 불명확 등 4중의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며 "진료와 검사, 결과 상담이 분리되면 '당일 진료–진단–치료'의 의료 흐름이 끊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5만여개 검사 코드의 이중 청구와 복잡한 비급여 정산 체계로 인한 행정 부담이 의원급 의료기관에 집중될 것"이라며, "정부는 일방적인 제도 해체가 아니라, 환자 안전 중심의 정밀한 개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0% 지급안, 현실 외면한 비율… 연구결과와도 배치"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도 "정부가 위탁기관에는 10%만 지급하고, 검사료 전액을 수탁기관에 지급하는 방안은 현실을 외면한 조치"라며 "검체채취·보관·결과 상담 등 전문노동의 가치를 무시하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복지부가 2023년 진행한 연구용역 결과와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정책"이라며 "정부가 자체 연구 결과를 은폐하고 정책 방향에 맞게 왜곡했다면 이는 명백한 국민 기만"이라고 지적했다.

대한신경외과의사회는 "정부가 직접 검사료 배분 비율을 결정하는 것은 의료행위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행정"이라며 "개편이 시행되면 환자의 이중 결제, 개인정보 노출, 행정 시스템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내과 등 필수의료기관의 경영 악화로 진료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며 "결국 환자 안전을 위협하는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함께 대한정형외과의사회도 성명서를 발표하고 "수탁기관 중심의 일방적 제도 추진은 현장의 목소리를 철저히 배제한 전형적 탁상행정"이라며 "5만여 개 의원급 의료기관이 동시에 행정·전산·물류 혼란에 직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1차 의료기관에서 외부검사를 포기하게 되면 환자가 상급병원으로 몰려 진료 접근성이 악화될 것"이라며 "이는 필수의료의 붕괴이자, 환자 불편의 가속화"라고 경고했다.

"의료계 총궐기 예고… 정부는 연구결과 공개하고 협의체 재가동해야"

이에 대한의사협회는 오는 11일 오후 3시 세종 보건복지부 청사 앞에서 '검체검사 제도개편 강제화 전면 중단 촉구 대표자 궐기대회'를 열고 공식 행동에 나선다.

의협은 "이번 개편은 단순한 수가 문제가 아니라 의료의 근간을 뒤흔드는 사안"이라며 "정부는 2023년 자체 연구용역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개선 방안' 결과를 즉각 공개하고, 의료계와 공동 협의체를 원점에서 재가동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한 "검체검사 위탁관리료는 단순한 행정 수수료가 아니라, 환자 안전과 진료 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핵심 요소"라며 "정부가 이를 일방적으로 폐지한다면 국민이 가장 큰 피해자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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