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인공지능, 위기 아닌 기회… "의사 중심 미래 설계 해법"

의협 의료정책연구원 '인공지능 시대 의료계 대응 방안' 연구 보고서 발간
데이터 권리·법제도·교육개편 등 4대 전략 제시… 대응 위한 환경 조성 기대

의료 인공지능(AI)이 진료 현장을 바꾸고 있다. 영상 판독에서 문서 업무까지, 의사의 손을 거치던 수많은 과정이 AI의 도움을 받으며 효율화되고 있다. 그러나 생산성 향상이라는 명분 뒤에는 법적 공백과 책임 논란, 데이터 주권 문제 같은 복잡한 과제가 자리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인공지능 시대 의료계 대응 방안' 보고서를 통해 "의료 인공지능은 의사를 대체하는 기술이 아닌, 의사의 역량을 확장시키는 도구로 활용돼야 한다"며 의료계 주도의 대응 전략을 제시했다.

우선 연구진은 현재 의료 인공지능이 진료 지원·영상 판독·진료 문서 자동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AI를 통해 문서화 시간이 단축되고 진료 효율이 향상되면서, 동일한 인력으로 더 많은 환자를 안전하게 진료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AI 도입으로 인한 생산성 향상이 의사 인력 정책에도 반영돼야 한다"며 "인공지능을 단순한 보조 도구로 보는 인식에서 벗어나, '의사 역량 확장'의 관점에서 정책이 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적 책임 공백 해소 시급… 의료 인공지능 특별법 필요"

AI는 의사 판단을 돕지만, 오류가 발생할 경우 환자 안전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연구진은 AI의 편향성·안정성·통제 가능성·신뢰성 등을 한계로 지적하며, "최종 진료 판단은 반드시 의사가 내리는 'Human-in-the-loop'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우리나라 법체계에서는 의료 인공지능 사용 중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개발자·의료기관·의사 중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미국과 EU의 입법 사례를 참고해, 의료 인공지능 전용 특별법 제정을 제안했다.

이 법에는 ▲데이터 권리 보장 ▲개발자·배포자·사용자 간 책임 분담 ▲AI의 법적 지위 명확화 등의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의료 인공지능 발전의 근간은 데이터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의료기관이 제공하는 데이터에 대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연구진은 "의료 데이터는 의료기관의 고유 자산으로, 데이터 제공과 품질 향상에 따른 보상이 수가로 반영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전자의무기록(EMR)의 상호운용성을 높이고, 데이터 연계율과 활용 실적에 따라 보상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시대, 의료계 스스로 기준 세워야"

특히 의료 인공지능이 윤리적으로 안전하게 활용되기 위해서는 의료기관 자체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국제 가이드라인인 FUTURE-AI의 6대 원칙(공정성·보편성·추적성·사용성·견고성·설명가능성)에 '책임과 법적 대응'을 추가한 한국형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는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분쟁과 사회적 논란에 대비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는 설명이다.

이와함께 연구원은 AI 시대의 의학교육이 단순한 기술 습득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면서 "미래의사는 인공지능을 이해하고 책임 있게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관리·윤리 역량을 갖추는 동시에 공감 능력·정서 지능·창의적 사고를 통해 인간 중심의 진료자로 성장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연구진은 보고서를 통해"정부가 의료 인공지능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한 뒤 규제 완화와 재정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 의료계가 주체가 되는 AI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며 "의료계가 기술의 수용자가 아닌, 방향을 제시하는 주체로 나아가기 위한 첫걸음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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