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검체 수탁료 개편 '강행 돌파'… 의협은 사실상 방관?

"연 1000억 증발 눈앞인데 회장단은 웃고 있을 때가 아니다"
실손보험 간소화까지 임박… "의협 무능, 개원가 직접 나선다"

이정용 내과의사회장

정부가 위·수탁 검체검사 수가 구조 개편을 '100%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공식 확인하면서, 개원가가 초비상에 걸렸다.

연간 1000억원 규모의 의원급 수입이 사라지고 수가 인하까지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사안임에도, 대한의사협회 집행부는 뚜렷한 대응조차 내놓지 못해 '리더십 부재' 논란에 직면했다.

대한내과의사회(회장 이정용)가 의협 집행부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검체 수탁료 개편에 대해 사실상 '방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정용 회장은 지난 28일 한국초음파학회 추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보건복지부 신임 보험급여과장을 직접 만나 확인했다. 장차관이 밀고 있는 사업이라 100% 추진된다고 했다"며 "개원가가 연간 1000억원을 잃고, 결국은 검체 수가까지 대폭 인하될 것"이라고 강하게 경고했다.

정부 개편안의 핵심은 의원급에 지급되던 검체검사 위탁관리료 10%를 없애고, 검사센터와 의원이 알아서 분배하는 구조로 바꾸는 것이다.

이 회장은 "이 관리료만 해도 연 1000억원, 10년이면 1조원이다. 정부가 이 구조를 만든 뒤, 영상수가를 낮췄듯 검체수가도 반드시 인하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내과의사회는 단순 비율 나누기가 아니라 채혈 관리료라는 별도 수가 신설을 대안으로 내놨다. 그는 "채혈 과정은 15단계에 걸친 관리 행위다. 코로나19 RAT 검사 때처럼, 명확한 관리료 수가를 신설해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또 "지난 25일 의협 TF 회의에 갔더니 5년 전 얘기만 되풀이하더라. 내과의사회는 이미 9월 18일에 대책 논의를 끝내고 요구안을 전달했는데, 의협은 무대책이었다"고 직격했다.

더 큰 문제는 바로 내달 25일부터 시행되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다. 이 회장은 "의협은 회원들에게 고지조차 하지 않았다. 내과의사회는 이미 2월부터 대비해 동의서 양식과 안내문을 만들고, EMR 업체와 협의까지 끝냈다"며 "의협을 믿지 못하니 우리가 직접 뛸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현재 검체 수탁료 개편,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성분명 처방, 대체조제 등 의사들의 생존과 직결된 현안이 줄줄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의협 집행부는 여전히 전략 없는 회의와 이벤트성 행보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만 나오고 있는 상황.

이에 이 회장은 "이런 사안은 의협이 구심점이 돼 대응해야 하지만 소통이 전혀 없다. 다른 긴급 현안들에 대해서도 대책이 없고 몇 년 전 이야기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의협이 장·차관과 담판이라도 지어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할 상황이다. 의협을 믿을 수 없다면 우리가 직접 뛸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검체 수탁료 개편은 단순한 '수가 조정 논란'을 넘어 의료계 전체의 협상력과 리더십 공백을 드러내는 신호탄이 되고 있다. 개원가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에 의협이 어떻게 응답하느냐가 향후 의사 사회의 단합과 신뢰 회복을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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