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의원장이 의료법인 이사직 겸임하면 의료기관 중복 운영?

[병의원 법무컨설팅] 박행남 / 법률사무소 부강 대표변호사

1. 최근 로컬 의원을 운영하는 원고가 의료법인의 이사로 취임했을 뿐 의료법인이 개설한 병원에서 의료행위를 하지 않고 급여도 받지 않은 경우, 의료법이 금지하는 이중 개설·운영이 아니라는 취지의 판결이 선고됐다. 본 판결은 둘 이상의 의료기관의 개설과 운영을 금지하는 의료법 제33조 제8항의 적용 범위와 그 해석에 있어 참고할만하다.

2. 이비인후과 의원의 개설 원장인 원고는 자신이 운영하는 이비인후과 의원 외에도 여러 병원을 운영하는 B 의료재단의 이사로 활동했다. 보건복지부 장관은 원고가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 및 운영했다는 이유로 한 의료법위반의 기소유예 처분을 참고해 1개월 15일의 의사면허 자격정지처분을 했다.

이에 원고는 자신이 실제로 의료 행위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으며, 급여도 받지 않았으며, 경영에도 관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3. 의료법 제33조 제8항은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의료인이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하는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고(의료법 제87조의2 제2항), 3개월의 의사면허 자격정지처분이 부과될 수 있다. 

이 조항의 목적은 의료서비스의 질을 보장하고 의료의 공공성을 유지하는 데 있다. 1인 1개설·운영 원칙에 어긋나는 의료기관의 중복 운영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운영자로서의 지위 유무, 즉 둘 이상의 의료기관 개설 과정, 개설명의자의 역할과 경영에 관여하고 있다고 지목된 다른 의료인과의 관계, 자금 조달 방식, 경영에 관한 의사결정 구조, 실무자에 대한 지휘·감독권 행사 주체, 운영성과의 분배 형태, 다른 의료인이 운영하는 경영지원 업체가 있을 경우 그 경영지원 업체에 지출되는 비용 규모 및 거래 내용 등의 제반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둘 이상의 의료기관이 의사결정과 운영성과 귀속 등의 측면에서 특정 의료인에게 좌우되지 않고 각자 독자성을 유지하고 있는지, 아니면 특정 의료인이 단순히 협력관계를 맺거나 경영지원 혹은 투자하는 정도를 넘어 둘 이상의 의료기관의 운영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하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대법원 2018도3672 판결). 
그러나 원고의 경우처럼 의료기관의 이사로서 명목상의 위치에 있을 뿐, 실제 의료 행위나 경영 결정에는 참여하지 않았다면,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법적 판단이 요구된다.

4. 서울행정법원은 원고가 실제로 의료법인이 운영하는 의료기관에서 의료행위를 하지 않았고, 급여를 받은 적이 없으며, 달리 의료법인이 개설 운영하는 병원에서 의료행위에 관여하거나 의료법인의 경영사항에 관한 실질적인 의사결정 권한을 보유하면서 관련 업무를 처리 또는 처리하도록 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자격정지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이는 위 대법원 판례와도 일치하는 부분으로, 의료기관 중복 운영금지는 의료인이 실제로 두 의료기관을 운영하며 경영 결정에 참여하는 경우에만 적용된다고 판단했다(서울행정법원 2024. 4. 15. 선고 2019구합79121 판결).

5. 이 판결은 의료인이 다수의 의료기관에 관여하는 경우 의료인의 병원 운영에 관한 의료법의 해석에 있어서 의료인의 실질적인 관여와 경영 참여 여부가 중요하다는 점을 재확인시켜준다. 향후 다른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것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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