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사고현장에서 시민의 안전을 책임지며 몸과 마음도 지친 소방관들을 위해 따뜻한 영양만점 식사로 이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보건의료전문가가 있다. 서울시 송파소방서의 이경량 영양사는 최근 대한영양사협회와의 인터뷰에서 "지속적 과민상태인 지친 소방관들에게 식사시간만큼은 사기충전과 심리적 안정을 가질 수 있는 시간으로 만들어주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장시간 화재진압 후 마땅한 의자도 없이 주저 앉아 컵라면을 먹고 있는 소방관의 사진이 알려지며 세간의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를 계기로 각종 훈련과 현장 출동으로 체력소모가 큰 소방관들을 위한 균형잡힌 식단의 필요성이 대두되며 소방서에 영양사가 배치되기 시작했다.
이경량 영양사는 2019년 송파소방서에 입사해 현재까지 소방관들의 급식환경 개선과 균형잡힌 식사 제공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소방관은 24시간 상시 출동체계를 갖춰야 하는 근무 특성상 구내식당 의존도가 높아 명절을 제외하고 연중무휴 조·중·석식 총 3식을 제공해야 합니다. 또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내근직과 현장의 업무를 주로 하는 외근직은 활동정도와 생활패턴에 차이가 있어 모두를 고려한 맞춤형 식단이 필요합니다."
소방관 내근직의 경우 주로 행정업무와 예방업무를 담당해 장시간 앉아있는 시간이 많아 탄수화물 함량이 낮고 단백질과 비타민 함량이 높은 소화가 잘되는 식단으로 구성해야 한다. 반면 소방관 외근직의 경우 각종 훈련과 화재, 사고 등의 체력 소모가 큰 격한 업무를 하므로 성인 남성의 1일 에너지 권장량인 2500kcal의 1.2배, 즉 운동선수가 섭취하는 수준의 영양소와 열량을 고려한 식단이 필요하다. 이러한 두 가지 근무형태를 적절하게 고려한 영양식단과 주 1~2회 이뤄지는 직원 대상 선호도 조사 등을 통한 식단구성으로 균형있는 영양과 다양한 기호도를 충족시키는 식사를 준비한다.
영양·위생관리 노하우는 직접 공수한 식재료와 적온관리
"긴급 출동업무가 잦은 소방관들이 관내에 복귀한 후에도 이어서 따듯한 식사를 즐길 수 있도록 냉보온기를 활용한 적온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어요." 따뜻한 음식은 따뜻하게, 차가운 음식은 차갑게 보관해 맛과 품질을 유지하고 식중독을 예방하는 것이 바로 이경량 영양사의 노하우다.
또 송파소방서는 서울시에서 가장 큰 농수산물 시장인 '가락시장'과 인접해있어 직접 시장에서 신선하고 믿을 수 있는 식재료를 공수할 수 있다. 농산물과 육류·어류 등을 직접 검수 후 구입하고 양파껍질, 대파뿌리 등의 천연조미료를 활용해 음식의 맛과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직업 특성상 참혹한 사고 현장에 많이 노출되는 소방관들은 불안장애와 같은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를 겪는 경우가 잦다. 이처럼 지속적 과민상태인 직원들에게 사기충전과 심리적 안정을 줄 수 있는 △생일상과 간식을 제공하는 월 1회 생일이벤트 △이색적인 메뉴를 제공하는 '세계 음식의 날' 이벤트 등 다양한 급식이벤트를 진행하여 일상 속 즐거움과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시민들의 안전 지킴이인 소방관들의 식사와 건강을 책임지는 소방서 영양사로 근무하며, 단순히 급식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전문적인 영양상담을 통해 직원들의 몸과 마음의 질병을 음식으로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는 맞춤형 영양식단을 제공하는 영양사로 자리매김 하고 싶습니다."
이경량 영양사는 2019년 송파소방서 입사 당시 고된 업무로 힘들었던 시기도 있었지만 고객의 소리함에 남겨진 "올 한해 송파소방서 식당은 감동이었습니다"라는 메시지에 큰 감동과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그리고 18년간의 영양사 근무기간 동안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견고하게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영양사라는 직업에 대한 사명감과 자부심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각 직역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을 영양사분들이 각자 쌓은 노하우와 경험을 함께 공유해 다양한 정보를 접하고 활용해서 본인만의 영양식단을 만들어나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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