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가 또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서울대병원이 PA 양성화를 추진하면서 의료계가 내홍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서울대병원은 최근 PA간호사에 대한 합당한 역할과 지위, 보상체계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를 대신해 불법의 경계에서 일하고 있던 PA를 공식 인정한 것이다.
PA(Physician Assistant; 진료지원인력)는 국내 의료법상 존재하지 않는 직군으로 이들의 행위는 불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그동안 처방·의무기록 작성은 물론 시술이나 수술까지 담당해 끊임없는 자격 논란을 불러왔다.
현재 서울대병원 PA는 160여명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향후 임상전담간호사(CPN; Clinical Practice Nurse)로 명칭이 바뀐다. 의사의 감독 하에 진료업무를 보조하게 되며 소속도 현행 간호부에서 진료부로 변경된다고 한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와 대한개원의협의회, 각 시도의사회 등 의사단체를 중심으로 한 의료계 내부 반발은 거세다.
이들은 불법 PA 의료행위는 의료인 면허체계 붕괴, 의료 질 저하, 의료분쟁 법적책임 문제, 전공의 수련 기회 박탈, 봉직의사 일자리 감소 등 다양한 문제를 일으킬 우려가 높다고 지적한다. 이는 곧 의사 면허권을 침해하는 행태로 국민 생명까지 위협한다는 것이다. 또한 불법 PA문제는 의사부족 현상에 앞서 저수가 등 국내 의료제도에서 발생한 문제라는 인식도 강하다.
의료계는 무엇보다 현 상황을 방치한 정부의 역할에도 문제가 많다는 입장이다. 복지부가 의료법상 업무가 명시되지 않은 불법 PA를 묵과하고 있는 사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는 것.
일각에선 정부 차원의 합법화 과정 없이 서울대병원만의 양성화 움직임은 불법행위를 강제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는 PA 양산의 본질적 문제는 의사부족이라며 의사인력 확충 없는 개별 병원의 PA 공식화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의료계 내 PA 논쟁이 확대되면서 PA에 대한 실질적인 기초조사 후 재논의 과정을 거치자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아야 하는 ‘유령의료인’이 진정 누구를 위한 일인지도 따져야 한다. 의대 정원 증대에 반대한 의사들이 PA 합법화에도 반대한다면 결국 그 일들은 누가 할 것인지에 대한 합의도 필요하다.
2018년 법 개정이후 표류 중인 전문간호사제도도 이제는 마무리를 해야 할 때다. 전문간호사와 PA의 역할 경계가 모호한 시점에서 이는 더 이상 미룰 수 없기 과제가 됐기 때문이다.
PA들은 의대 정원이 감축되고 전공의특별법이 시행되면서 부족해진 의사 인력을 대신해 다양한 업무를 담당했다. 이들에 대한 처우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 면에서는 서울대병원의 이번 결정에 박수를 보내지만, 의료계에서 말하는 것처럼 ‘불법의 고착화’라는 근시안적인 대안이 될까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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