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pandemic)의 역사

[신상엽의 감염병 팬데믹 이야기 (2)]

1948년 세계보건기구(WHO) 설립 이전에, 지금의 WHO 감염병 위험도에 따른 경보 단계 6단계인 ‘팬데믹(pandemic)’ 기준에 적용되는 전 세계에 대유행을 유발한 감염병은 천연두, 페스트(흑사병), 콜레라, 스페인 독감이 대표적이다.

‘천연두’는 두창 바이러스(variola virus)에 의해 생기는 감염병으로 고대 이집트 미라의 얼굴에서 천연두 흔적이 발견되어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감염병으로 여겨진다. 유행 당시 치사율이 30%가 넘었으며, 16세기 아즈텍제국과 잉카제국의 멸망이 유럽에서 유입된 천연두가 관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초의 천연두 백신이 1796년 에드워드 제너에 의해 개발되고 난 후 전 세계적으로 천연두 감염자는 크게 감소하였으며, WHO는 1980년 천연두의 박멸을 선언하였다. 천연두는 현재까지는 인류 최초의 감염병, 인류 최초로 백신이 개발된 감염병, 그리고 인류가 최초로 정복한 감염병으로 여겨지고 있다.

‘페스트’(흑사병)는 쥐벼룩에 의해 사람에게 전파되는 페스트균(Yersinia pestis)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 열성 감염병으로 6세기에 중동 및 동로마 제국을 중심으로 한 1차 팬데믹, 14세기 전후 유럽 전체 인구의 3분의 1의 목숨을 앗아간 2차 팬데믹, 1850년대 중국을 중심으로 한 3차 팬데믹이 있었다. 최근까지도 산발적인 감염이 발생하고 있으나 예방과 치료에 효과적인 항생제가 있어 향후 전 세계 대유행의 가능성은 극히 낮다.

‘콜레라’는 콜레라균(Vibrio cholerae)에 의해 오염된 물과 음식을 먹어서 발생하는 수인성 감염병으로 감염 후 장독소를 분비하여 급성 설사와 심한 탈수를 일으켜 치료가 늦어지면 사망할 수도 있다.

19세기 초 인도 뱅갈 지역에서 처음 나타난 콜레라는 지금까지 최소 7번의 팬데믹을 일으켰고 최근에도 산발적인 유행이 계속되고 있다. 홍수 이후에 대규모 유행이 나타나는 양상을 보이며 향후에도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팬데믹까지는 아니더라도 에피데믹 가능성은 늘 상존한다.

‘스페인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A형(H1N1)에 의한 감염병으로 1차 대전 당시 1918년 미군 부대에서 처음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후 프랑스를 거쳐 스페인으로 확산되었다. 당시 1차 세계대전 연합국은 독감 유행 관련된 언론을 통제했지만 중립국이었던 스페인에서 심도 있게 독감 유행에 대해 다루었기 때문에 스페인 독감으로 전 세계에 알려졌다.

1918년 1차 세계대전 종식 시점에 시작하여 1920년까지 유행했으며 당시 지구상의 16억 명 인구 중에 6억 명 정도가 감염되고 최소 2500만 명에서 최대 1억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제대로 된 통계가 집계되지 못했던 나라들이 많아 실제 피해는 더 컸을 수도 있다.

스페인 독감은 당시 한국에서도 유행하여 ‘무오년 감기’로 불렸다. 당시 조선총독부 통계연보에는 조선인 약 1700만 명 중 절반에 가까운 742만 명이 감염되어 14만 명이 사망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다음에는 WHO 설립 이후에 팬데믹과 에피데믹이 선언된 유행을 알아보고 그 특징을 살펴보려고 한다.

/KMI한국의학연구소 신상엽 학술위원장, 감염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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