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형간염, 정부와 국민·의료계 나서면 퇴치 가능"

세계적인 의학저널 NEJM, 이집트의 성공적인 C형간염 퇴치 사업 소개

C형간염 퇴치를 위한 정부의 의지와 의료계, 국민의 협력을 이끌어 낸다면 기적을 연출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단기간에 적은 비용으로 전 국가적인 C형간염 퇴치가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한 국가의 사례가 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NEJM) 최신호에 게재됐다.

아프리카 북부 국가 이집트가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질병 퇴치 캠페인을 성공리에 수행, 전 세계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다.

코로나19가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전 지구촌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는 이 때 인류의 지혜가 모이면 바이러스 질환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이 소식은 코로나19로 지친 인류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대한간학회(이사장 이한주·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와 한국간재단(이사장 서동진·서울아산병원 명예교수) 지원으로 2018~2019년 전남 구례군에서 ‘C형간염 검진 및 치료 지원 사업’을 통해 환자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 국가적 차원에서 의료비 감소와 사망위험 등 질병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결론을 얻은 바 있어 전 국가적인 사업으로의 확대 필요성이 더 커질 전망이다.

전 세계 인구의 1%를 감염시키고 있는 C형간염 바이러스는 간경변증과 간암 등 간질환의 주요 원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예방백신이 개발되지 못한 상태에서 경구용 항바이러스제 만으로 C형간염 바이러스의 퇴치 가능성을 보여준 이집트의 사례를 소개한 NEJM 2020년 3월 19일자(현지시각)의 보고에 따르면 C형간염이 만연하던 이집트에서 전 국가적인 C형간염 퇴치 사업을 통해 단기간에 유병률을 4.6%에서 0.5% 이하로 크게 줄였고, 신규 감염자수도 큰 폭으로 감소시켰다.

이집트는 1950년~1980년대 사이 광범위한 주혈흡충증 치료 과정에서 만성 C형간염이 만연, 성인 인구의 10% 정도가 감염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집는 지난 2018년 10월 1일부터 2019년 4월 30일까지 7개월간 전체 대상 인구 6250만명의 79.4%인 총 4963만319명이 선별검사를 받았고, 검사에서의 양성률은 4.6%였다.

2019년 9월까지 분석된 결과를 종합하면, 선별검사 양성자 중 바이러스가 검출된 경우가 76.5%였고, 이 중 91.8%가 치료를 시작하였다. 치료가 완료된 환자 중 98.8%가 완치 판정을 받았다.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선별검사 비용은 1인당 40.7달러가 소요되었다. 선별검사 양성자 1인당 추가 확진검사와 치료에는 총 130.6달러가 소요되었다.

이와 관련해 대한간학회 임영석 총무이사(울산의대 소화기내과 교수)는 "검사 비용과 치료비를 정부 협상을 통해 극적으로 절감할 수 있었던 점이 중요한 동력으로 작용하였고 정부와 의료계, 제약업계와 시민들의 적극적인 의지와 참여가 성공적인 사업의 밑바탕이 된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다른 국가에서도 이러한 집단 검사 및 치료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이집트는 이번 퇴치 사업을 통해 C형간염으로 인한 질병부담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킨 세계 첫 번째 국가가 됐다.

제한된 의료 자원과 상대적으로 열악한 경제력의 바탕 위에서 집단 선별검사를 통해 무증상 감염자를 발견하고 치료하는 전략이 통할 수 있음을 입증하였다는 점에서 이집트의 이번 사례는 우리 의료계와 정부도 충분히 시행을 고려해 볼 수 있는 전략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간학회는 이미 2018년 10월부터 2019년 1월까지 3개월간 전남 구례군에서 주민 4,235명을 검사하여 17명을 확진, 치료하는 등 소규모 지역사회에서 C형간염 퇴치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바 있다. 국내의 우수한 검진 시스템과 제약업계의 협조, 그리고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에 정부의 의지만 보탠다면 국내에서도 C형간염 퇴치가 앞당겨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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