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대학생 고객이 여름방학을 이용한 다이어트를 결심, 진료실 문을 두드렸다. 고등학교 무렵 수능 준비를 하며 살이 찌기 시작해 어느새 몸무게가 걷잡을 수 없이 늘었다고 했다. 대학 입학 이후 2년간 이런저런 다이어트에 투자했지만 매번 결과는 ‘요요현상’으로 돌아 왔단다. 그 동안 다이어트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동기를 가질 수가 없었다는 고민을 털어놨다.
이 경우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대용량 지방흡입’이다. 말 그대로 팔, 다리, 복부 등 전신의 지방을 고루 제거하는 처치다. 88~99사이즈를 넘나드는 대용량 지방흡입은 하루에 신체 모든 부위를 수술하는 것을 지양한다. 어느 정도 회복기간을 거쳐 수술을 진행해야 환자 본인이 좀더 빠르게 편안하게 회복할 수 있다.
BMI가 30.1을 초과하는 고도비만자는 다이어트가 더 고달프다. 이들은 건강을 생각해서 식이요법·운동 등으로 체중을 줄이려 노력하지만, 대부분 이렇다 할 효과를 얻지 못한다.
이미 고도비만에 접어든 사람에게 다이어트는 단순히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생리적·생화학적 내분비계 이상과 정신적인 요인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체중감량을 방해한다. 특히 고도비만인은 대뇌의 미각중추가 쾌락적인 맛에 중독돼 뇌가 자꾸 자극적인 음식과 음료를 찾게 만들어 악순환에 빠진다.
이런 경우 다이어트를 포기하기보다 비만클리닉의 도움을 받아보길 권한다. ‘건강이 걱정된다’며 체중감량을 종용하기보다 따뜻한 격려가 필요하다. 비만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당뇨병, 고혈압, 심부전, 심근경색, 고지혈증, 수면무호흡증 등 각종 질환이 쉽게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인지하고 있다. 다만 체중감량 과정이 뜻대로 이뤄지지 않다 보니 좌절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 대용량 전신 지방흡입이 한가지 대안이 될 수 있다. 국내서 지방흡입은 어느 정도 체중을 감량한 뒤에도 콤플렉스로 여겨지는 허벅지·복부·팔뚝 등의 군살을 줄여주는 ‘보디 조각술’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고도비만자에게는 다이어트 동기를 부여하고, 보다 건강한 컨디션을 만들어 다이어트를 수월하게 돕는 ‘첫 걸음’이 될 수 있다.
정석 다이어트를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에 접해 있는 고도비만자는 우선 수술적 요법으로 체지방을 줄이는 게 유리할 수 있다. 대용량 지방흡입의 경우 1회 시술 시 적게는 5000cc, 많게는 1만cc 이상까지 지방을 제거한다. 하루에 전신을 다 흡입하기 부담될 경우 일정 간격을 두고 나눠서 수술 받기도 한다. 이처럼 전체적인 지방이 줄며 신체 유동성이 향상돼 운동이 수월해진다.
또 과도한 지방조직을 제거하면 지방조직으로 인해 발생하는 ‘인슐린 내성’을 줄일 수 있다. 인슐린 내성은 대사증후군을 유발할 우려가 높아 비만의 주적으로 불린다. 즉 고도비만자에서의 대용량 지방흡입은 미용수술 개념을 넘어 건강 유지 및 증진 목적에도 부합한다는 의미다.
대용량 지방흡입 후에는 자신의 사이즈에서 약 두세 치수 정도 줄어든다고 생각하면 된다. 간혹 지방흡입 수술만 받으면 누구나 44사이즈가 되는 마법으로 오해하는 사람이 있는데, 88사이즈라면 66 반사이즈 정도로 변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럼에도 기존에 입던 옷이 커지고, 움직임이 수월해지는 등 변화를 느끼며 다이어트 동기가 부여되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고도비만자가 대용량 지방흡입을 받을 경우 피부가 수축돼 다이어트 후 발생하기 쉬운 ‘피부처짐’ 문제에서 다소 자유로워질 수 있다. 일부 비만클리닉에서는 고도비만자에게 ‘어느정도 살을 빼고 수술받으라’고 권하기도 하지만, 체중감량 후에는 이미 피부가 늘어져 있어 지방흡입 후 처짐 현상이 더 두드러져 보일 수도 있다. 단, 지방흡입수술로 피부 수축을 유도하려면 피부 근처의 지방까지 가능한 얇고 균등하게 제거해야 하는 만큼 의사의 정교한 술기가 뒷받침돼야 한다.
물론 수술만 받았다고 해서 비만이 완벽하게 해소되거나, 앞으로 살이 찌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대용량 지방흡입수술은 다이어트를 보다 수월하게 도와줄 수 있는 ‘첫 걸음’으로 봐야 한다. 이후 달라진 자신의 체형에서 조금만 더 노력하면 바라던 이상적인 몸매에 가까워질 수 있다. 수술 후 주치의와 꾸준히 커뮤니케이션하며 사후관리에 나서고, 정석 다이어트를 병행함으로써 다이어트의 마지막 ‘한끗’이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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