腎기능 50% 떨어져도 증상없는 ‘침묵의 병'

[질병탐구/ 신부전]

발병원인 75% 당뇨·고혈압·사구체신염

복부초음파 통해 신장 크기 위축됐다면 의심

혈장 크레아티닌 증가·단백뇨도 이상 소견

신장은 우리말로 ‘콩팥’이라고도 불리며, 좌우 양쪽에 하나씩 존재한다. 신장은 혈액 속의 노폐물을 걸러내어 소변으로 배출시키고 혈액 속의 전해질 농도를 조절하거나 혈압을 조절하는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신동맥을 통해 신장 속으로 들어온 혈액은 사구체라는 가는 모세혈관 다발을 거치면서 물과 전해질, 그리고 각종 노폐물을 보먼주머니 속으로 분비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소변은 세뇨관을 지나 신우로 흘러들어가고, 신우에 모인 소변은 요관를 거쳐 방광에 저장되었다가 요도를 따라 몸 밖으로 배출된다.

◇정의

신부전증이란 신장이 만성적인 기능 부전에 이른 상태, 다시 말해 신장이 제 기능을 못해 다양한 전신적인 문제를 발생시키는 상태를 말한다.

신장의 기능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정상의 35~50%까지 감소하더라도 별다른 전신증상을 일으키지 않는다.

신장의 기능이 노폐물의 배설과 전해질 농도 조절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기능조차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로 심하게 나빠지면 신부전 상태에 이르게 된다.

신부전증은 신장 기능이 저하되는 속도에 따라 급성신부전증과 만성신부전증으로 구분된다.

급성신부전증은 신장의 기능이 갑자기 나빠져 기능 부전 상태에 이르는 것을 말한다. 신부전증을 발생시킨 원인이 제거되거나 치료를 잘 받으면 기능이 회복될 수도 있다.

만성신부전증은 신장의 기능이 서서히 나빠져 기능 부전 상태에 이르는 것을 말한다. 급성신부전증과 달리 나빠진 신장기능이 정상 기능을 회복하지 못한다.

신장의 기능은 혈액검사와 소변검사 등 다양한 검사를 통해 알 수 있다. 그중에서 가장 대표적으로 사용되는 검사지표에는 △혈중 요소질소 농도(BUN: Blood Urea Nitrogen) △혈중 크레아티닌 농도(Cr: Creatinine) △사구체 여과율(GFR: Glomerular Filtration Rate) 등이다.

◇진행 단계

3개월 동안 사구체 여과율이 60ml/분 미만인 모든 사람은 만성신부전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분류된다. 신장기능이 이 수준 이하로 감소될 경우 정상 성인이 가진 신장 기능의 반 이상이 소실되었음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만성신부전증은 신장 기능이 수개월에서 수년의 기간 동안 다음 다섯 단계를 통해 진행성으로 소실된 결과다. 흔히 만성 콩팥병의 3단계부터 만성신부전으로 간주한다.

만성 콩팥병 1단계는 정상 혹은 증가한 사구체 여과율(90mL/분 초과), 2단계는 약간 감소한 사구체 여과율(60~89mL/분), 3단계는 중등도의 사구체 여과율 감소(30~59mL/분), 4단계는 심한 사구체 여과율 감소(15~29mL/분), 5단계(말기신부전)은 확립된 신부전으로 사구체 여과율 15mL/분 미만 또는 영구적인 신대체요법이 필요한 상태를 뜻한다.

◇증상

만성신부전의 가장 흔한 원인은 당뇨병성 신증, 고혈압 그리고 사구체신염이다. 이 세 가지 질병은 성인에서 만성신부전증을 일으키는 전체 원인의 75%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하다.

초기에는 특정한 증상이 없이 혈장 크레아티닌의 증가나 단백뇨 검출 등 검사 상에만 이상소견이 나타난다. 신장 기능이 감소함에 따라 다음과 같은 변화가 발생한다.

신장기능이 악화되어 신체 내부의 수분과 전해질을 적절히 배설・조절하지 못하기 때문에 수분이 축적되어 부종과 고혈압 등이 나타난다.

한편 신장의 또 다른 기능 중 하나인 혈압 조절기능이 나빠지면서 혈관 작용 호르몬의 생성에 의해 혈압이 상승하게 되고 고혈압 및 울혈성 심부전에 이르게 된다.

요소가 축적되어 고질소혈증(azotemia)을 초래하고, 궁극적으로는 요독증(uremia)이 오게 된다. 요독증이 발생하면 무력감에서 심낭막염 그리고 뇌병증에 이르는 다양한 증상을 보인다.

혈액 속의 전해질 농도를 조절하는 신장의 기능이 악화되어 칼륨 등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전해질의 농도가 상승한다. 그 결과 근무력증에서 치명적 심장 부정맥까지 다양한 이상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신장에 의한 중탄산염 생성 감소로 인해 대사성 산증이 발생할 수 있다. 대사성 산증은 신부전의 가장 치명적 결과 중의 하나로서, 과다한 산이 효소에 작용해 효소 활성이 감소하고 신경 흥분을 방해해 중추신경계 기능이 저하된다.

신장은 적혈구의 생산을 촉진시키는 ‘에리트로포이에틴(erythropoietin)’이라는 물질을 생산한다. 신부전 상태에서는 에리트로포이에틴 합성능력이 감소해 빈혈을 일으킬 수 있으며 그 결과 피로감, 숨참 등 다양한 빈혈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만성신부전증을 가진 사람들은 동맥경화의 촉진으로 고통 받으며 심혈관질환 발생률이 더 높고, 예후는 더 나쁩니다.

◇진단

만성신부전증은 어떠한 원인에 의해서이던 신장의 기본 단위인 네프론이 진행적이며 비가역적으로 파괴돼서 발생한다. 만성신부전증의 진단을 위해서는 신장의 기능 상태를 평가하는 단계와 신장의 비가역적인 손상 여부를 확인하는 두 가지 판단 단계를 포함한다. 진단과 함께 만성신부전을 일으킨 원인질환을 찾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최소한 3개월 이상의 기간 동안 사구체 여과율이 60ml/분 미만으로 저하된 모든 사람은 만성신부전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분류된다. 신장기능이 이 수준 이하로 감소될 경우 정상 성인이 가진 신장 기능의 반 이상이 소실되었음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만성신부전증을 급성신부전증과 감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급성신부전증은 신부전을 발생시킨 원인이 제거되거나 적절한 치료를 받을 경우 신장 기능이 상당 수준 이상 또는 원상태로 회복될 수 있는 데 비해 만성신부전증은 신장의 기능이 영구적으로 회복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성신부전증을 감별하는 데에는 신장의 크기를 측정하는 방법이 통상적으로 사용된다. 흔히 복부 초음파를 통해 양쪽 신장의 크기를 측정하는데, 만성신부전증의 신장은 정상인의 신장보다 위축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만성신부전증의 또 다른 진단적 증거는 혈장 크레아티닌이 수개월에서 수년 사이에 점진적으로 증가했는가, 혹은 수일에서 수주 사이에 갑자기 증가했는가 하는 것이다. 만약 환자가 지금까지 건강해서 혈액검사를 한 적이 없어 이 수치를 알 수 없다면, 신기능 손상이 비가역적이라고 확정될 때까지만 임시로 급성신부전증으로 생각하고 치료할 필요가 있다.

신장의 기능과 만성화 여부를 평가하는 것과는 별도로 이러한 신장 손상이 어떤 질환으로 발생한 것인지 확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만성신부전증을 일으키는 원인으로는 당뇨병, 고혈압, 사구체신염, 다낭성신질환, 루푸스, 재발성 신우신염, 요로폐쇄, 신독성 물질 등 다양한 원인이 있으며 상당수 환자에서는 만성신부전증 진단 이전에 이미 이러한 질병을 진단받아 알고 있는 경우도 있다. 그 원인을 알지 못하는 환자에서는 신장 조직의 일부를 채취해 현미경으로 관찰함으로써 정확한 병의 원인을 확인하는 경우도 있다.

통상적인 신장 조직검사는 초음파를 이용해 혈관이나 주위 장기 등 주요 구조물을 확인하면서 특수한 바늘을 신장 내부로 찔러 넣어 안전하게 조직을 채취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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