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회장에게 말해주고 싶다. 의사 윤리를 바로 세우면 의사들을 바라보는 국민 인식도 달라진다는 것을..."
지난 3년간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장으로 활동하던 정명현 원장이 진료실 안으로 돌아와 남긴 첫 마디다.
3년간의 진료 공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리이비인후과에 온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는 정명원 원장을 만나 그가 전하는 국시원장으로서의 삶과, 의사로서의 삶을 들어봤다.
"우리나라 의학교육은 엉망이다"
정 원장은 의학교육은 의사를 키우는 것 만큼 의사의 사회적 역할이나 활동에 중요한 역할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강조한 의학교육이란 바로 '윤리와 인성'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사회적으로 윤리에 대해서는 하나도 가르치지 않는다고 쓴소리를 했다.
정 원장은 "의과대학에서 학생을 뽑을 때 윤리적으로 탄탄한 학생을 뽑아야 한다.그래야 의사가 되더라도 윤리적인 활동을 할 수 있다"며 "외국처럼 학생을 선발할때 오리엔테이션에서 윤리적인 시험을 봐서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게 이들의 윤리적 활동을 감시하고 서포터 해줄 수 있는 사회적 기반도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비윤리적인 의사는 실명을 공해하는 등 강경책도 필요하다고 했다. 의사가 의도적인 불법을 저질렀을 때는 실명을 공개해 무엇을 잘못했는지, 어떤 벌을 받았는지 등 사회에 알려야 한다는 것.
그는 "의협에게 자정작용을 도입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자정이 되면 많은 의사들이 불법을 할 수 없게 된다"며 "윤리는 죽는 순간까지 의사라는 사명과 함께 놓쳐선 안될 것이라는 것은 인식시켜줘야 한다"고 말했다.
국시원장으로 삶은?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국시원장의 삶은 의사로서 삶과 많이 달랐다. 개혁의지만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닌 시류에 따라 사회가 발전했다"
그렇다면 정 원장에 국시원장으로서의 삶은 어땠을까.
그는 "새로운 환경에 대한 도전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원하는 바를 다 이루지 못해 아쉬움도 남지만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시원에 가기 전 대학에만 30여년을 있었고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의학회 등에서 여러 가지 대회적 경험을 했지만 국시원은 또 다른 조직이었다"며 "특히 공공기관이라는 타이틀에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고 아쉬워했다.
개인 기업은 원하는 방향으로 단기간에 이끌어갈 수 있지만 공공기관은 그렇지 않다는 얘기다.
정 원장이 가장 힘들어 했던 부분은 국시원이 재단법인 형태였기 때문에 국고 지원을 직접 받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는 "하는 일은 보건복지부의 위탁업무를 하지만 실제로는 재단법인으로 돼 있으니 국고지원이 극히 제한적이었다"고 말했다.
정 원장은 국시 응시료를 예로 들며 "의사 국시 응시료가 90만원이 넘는다. 치과의사와 한의사 응시료도 20만원"이라며 "이는 재단법인이라 국고를 주지 않기 때문에 시험에 들어가는 비용에 부담을 가중시킨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 원장은 새누리당 문정림 의원과 함께 재단법인이었던 국시원을 특수법인으로 전화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국시원이 독립성과 특수성을 유지해야 한다"며 "오는 12월부터 법인화가 된다. 차기 원장이 독립성과 특수성을 잘 유지할 수 있는 결단성이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국시원은 평가 전문가 의견을 바탕으로 정책결정을 해야 한다"며 "국가 정책을 따라갈 수는 있지만 복지부의 단순한 정책적인 논리에 의해 결정되서는 안된다. 복지부는 국시원이 잘 되도록 도와줘야지 국시원을 컨트롤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국시 응시 횟수 제한과 합격선 설정에 대해서도 얘기를 꺼냈다.
그는 "어떤 사람은 의사 국시를 18번이나 봤다. 그런 사람은 의사 자격을 주면 안된다"며 "선진국도 3진 아웃제도가 있다. 정상적인 교육을 받은 사람이 18번이나 시험을 봤다는 것은 비정상이 아니라"라고 말했다.
이어 "합격선 설정 문제도 난이도에 따라 합격률이 20~30%씩 차이가 난다. 그것은 학생 수준이 나빠서도 아니고, 시험을 잘못내어서 그런 것"이라며 "우리나라도 미국이나 일본처럼 절대 기준으로 하되 내부적으로 수정할 수 있는 권한이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는 아직도 그 기준을 주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3차 진료를 받고 싶은 분들이 와주셨으면 좋겠다"
"아무리 환자가 늘어나도 봐야 할 것을 안보진 않는다"
첫 진료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미래에도 정 원장에게 '3분 진료'는 없다. 지난 8월 진료를 시작한 정 원장은 소아중이염클리닉을 맡아 소아이비인후과를 전문으로 진료하고 있다.
그는 소아이비인후과를 보려면 전신을 다 볼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귀가 아파서 왔으면 오른쪽과 왼쪽 귀는 다 봐야하며, 코도 보고 목도 봐야 한다는 것. 또 퀴와 목, 목은 해부학적으로 통해있고 밀접한 관계이기 때문에 아무리 바쁘더라도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모든 것을 다 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정 원장이 꿈꾸는 앞으로 소리이비인후과에서 살삶은 '귀 특화병원으로 3차병원의 수준을 유지하면서 후학 양성에도 힘쓰는 것'이다.
정 원장은 "소리이비인후과는 1차 진료가 목표가 아니다. 소아진료를 다른 곳에서 보고 치료가 안될 경우 저를 찾아줬으면 좋겠다"며 "3차 의료기관에서 볼 수 있는 소아이비인후과 질환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소아이비인후과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새로운 학문"이라며 "소아이비인후과 질환을 하게 된 만큼 진료에 집중하고, 학문과 학술활동 등도 열심히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Copyright @보건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