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제를 폐에 직접 전달해 약물의 체류 시간을 늘리고 폐암세포와 종양 주변 면역환경을 동시에 공략하는 흡입형 나노치료제가 개발됐다.
고려대학교 구로병원(병원장 민병욱) 심장혈관흉부외과 김현구 교수와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박지호 교수 공동연구팀은 폐에 존재하는 계면활성제를 활용한 흡입형 나노입자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KIST 김경수 박사, 고려대 구로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전은비 연구원과 이준희 교수가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Journal of Nanobiotechnology'에 '폐암의 엽산 수용체 표적 약물전달 및 대식세포 재프로그래밍을 위한 폐 계면활성제 기반 흡입형 나노입자'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흡입형 항암치료는 약물을 폐 병변에 직접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치료 전략으로 연구되고 있다. 그러나 약물을 흡입 가능한 형태로 만드는 과정에서 입자의 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고, 폐에 도달한 뒤 면역세포에 의해 빠르게 제거되면서 약물이 폐에 충분히 머무르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폐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폐 계면활성제를 활용해 흡입형 나노입자를 개발했다. 나노입자 내부에는 항암제인 파클리탁셀을 탑재하고, 표면에는 엽산수용체를 표적으로 삼을 수 있도록 페메트렉시드를 결합했다.
연구에서 페메트렉시드는 주된 항암제라기보다 엽산수용체를 많이 발현하는 폐암세포와 일부 종양연관 대식세포를 찾아가는 표적 물질로 활용됐다. 세포실험에서 나노치료제는 폐암세포에 효과적으로 흡수됐으며 암세포 생존율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암세포뿐 아니라 종양 주변의 면역환경까지 함께 표적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종양 주변에는 암세포의 성장을 돕고 면역 공격을 피하는 데 관여하는 M2형 대식세포가 존재한다.
연구팀은 개발한 나노치료제가 이들 세포에도 전달되는 것을 확인했다. 치료 이후에는 암의 성장을 돕는 M2형 대식세포의 특성이 감소하고, 항암 면역반응을 돕는 M1형 대식세포와 유사한 특성이 증가했다. 즉, 암세포 자체를 공격하는 동시에 종양 주변의 면역환경을 변화시키는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연구팀은 폐암 생쥐를 대상으로 개발한 나노치료제의 효과도 확인했다. 생쥐를 항암제를 투여하지 않은 대조군, 일반 파클리탁셀 투여군, 비교용 PLGA 나노입자 투여군, 개발한 나노치료제 투여군으로 나눠 종양 변화와 약물 분포, 전신 독성 등을 비교했다. 그 결과 개발한 나노입자는 폐에서 최대 48시간 유지됐으며 다른 장기로 이동하는 양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3주간 치료한 결과에서도 일반 파클리탁셀과 비교용 나노입자 투여군보다 종양 성장이 억제됐다.관찰 기간 중 사망 개체는 대조군 8마리 중 5마리, 일반 파클리탁셀군 8마리 중 4마리, 비교용 나노입자군 8마리 중 3마리였다. 개발한 나노치료제 투여군에서는 8마리 중 1마리로 나타났다.
종양 주변 면역환경에서도 변화가 확인됐다. 암 성장을 돕는 면역반응은 감소한 반면 암에 대항하는 면역반응은 증가했으며, 대식세포 역시 세포실험에서 확인된 것과 같은 방향으로 변화했다. 간·심장·신장 등 주요 장기와 혈액검사에서는 뚜렷한 전신 독성이 관찰되지 않았다.
다만 이번 연구는 세포 및 동물실험을 통한 전임상 단계 연구로, 사람에서의 치료 효과와 안전성이 확인된 것은 아니다.
김현구 교수는 "폐암 치료에서는 항암제를 종양 부위에 충분히 전달하면서 정상 장기의 노출과 부작용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번 연구는 폐의 생리적 환경을 활용한 흡입형 플랫폼을 통해 폐암세포와 종양 면역미세환경을 동시에 공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전임상 단계에서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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