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미수용 방지법, 현장 93% 반대… "응급의료 빠진 입법"

응급의학과의사회 이형민 회장 긴급 기자회견 열고 "수용 못하는 현실에 강제수용만 떠넘겨"
"119 사전 연락 폐지·수용기관 지정 의무화, 기존 환자 이송· 환자 모두 위험" 입법 중단해야

김아름 기자 2026.09.29 15:10:51

대한응급의학과의사회 이형민 회장

응급의료 현장 전문의 10명 중 9명 이상이 국회에서 추진 중인 이른바 '응급실 미수용 방지법'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법안이 응급실 미수용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구조적 문제를 의료진 개인에게 전가하고 응급의료 이송체계를 후퇴시킬 수 있다며 재논의를 촉구하고 나섰다. 

대한응급의학과의사회 이형민 회장은 29일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8개)의 문제점과 올바른 대안제시'를 위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5일부터 28일까지 진행한 현장 전문의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299명 가운데 278명(93%)이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8개에 반대했다. 찬성은 7명(2%)에 그쳤다. 응급실 수용곤란 상황 실시간 통보에 대해서는 96%, 119 사전연락 폐지에는 95%가 부정적이었다. 수용기관 지정 및 의무수용, 이송체계 개편에 대해서도 각각 92%, 93%가 반대했다.

이를 두고 이형민 회장은 "이번 법안은 응급실 미수용을 방지하는 법이 아니라, 응급실 미수용이 없는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잘못된 방향의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299명 중 93%(278명)가 반대를 나타냈다

"수용하지 않는 게 아니라 수용하지 못하는 것"

응급의학과의사회가 가장 크게 문제 삼는 부분은 응급실 수용 의무를 강화하면서도 의료진의 법적 위험을 충분히 해소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현행 응급의료체계에서 수용이 어려운 이유는 단순히 병상 숫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술 가능 여부, 중환자 치료 역량, 전문의 부재, 장비와 인력 상황 등 실시간으로 변하는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개정안이 수용곤란의 정당한 사유를 의료기관이 입증하도록 할 경우, 실제로는 의료진에게 사실상 무조건적인 수용을 요구하게 될 수 있다는 게 의사회 측 주장이다.

의사회는 또 중과실이 없는 경우에도 법적 위험이 실질적으로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이 86%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수용능력을 실시간으로 통보하도록 하는 방식도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응급실 상황은 환자 유입과 중증도, 수술·시술 진행 여부에 따라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실시간 정보가 정확하게 유지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결국 문제의 본질은 수용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수용하지 못하는 현실에 있다"며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를 행정적 권위로 개인에게 떠넘기는 방식으로는 응급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119 사전연락 폐지하면 환자 안전 더 위협"

119의 사전 수용 여부 확인 절차를 없애는 방안에도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최종치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인지 충분히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구급상황실이나 이송체계가 특정 의료기관으로 환자를 이송할 경우, 해당 병원에서 적절한 치료가 불가능해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기존에 치료받던 환자뿐 아니라 새롭게 이송된 환자의 안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의사회는 이번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무차별적인 환자 이송으로 응급실 과밀이 심화되고, 결국 중증환자를 위한 진료 역량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우리나라 응급실에는 경증환자도 상당수 유입되고 있는 만큼, 단순히 의료기관의 수용 의무를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응급실 과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응급의학과의사회는 응급의료 문제 해결을 위해 △현장 전문의가 참여하는 법안 및 시행규칙 논의 △응급의료 발전계획 수립 과정의 응급의학과 참여 △수용 여부 판단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 마련 △의료진의 민·형사상 법적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면책 기준 마련 △응급실 과밀화 해소 △취약지역 응급의료 인프라 확충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회장은 "지난 5년간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반대 의견을 밝혔지만 현장과 제대로 된 논의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며 "현장 전문의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상태에서 법안을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정부와 현장이 서로 신뢰하지 않는다면 어떠한 정책도 제대로 구현될 수 없다"며 "강제 의무와 처벌을 앞세우기보다 실제로 환자를 살리고 의료진이 지속적으로 응급의료를 수행할 수 있는 방향으로 법안을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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