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지키는 항체' IgA, 과음하면 간 염증 키운다

서울성모병원 성필수 교수팀, '장-간 IgA 면역축' 규명

김아름 기자 2026.09.28 16:45:01

(좌측부터)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성필수 교수,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탁권용 임상강사, 가톨릭대학교 김민구 석사과정생

장과 호흡기 점막에서 세균과 바이러스의 침입을 막는 항체 IgA(면역글로불린 A)가 알코올 연관 간질환에서는 간으로 이동해 면역세포의 염증반응을 키울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성필수 교수 연구팀은 알코올 연관 간질환에서 증가한 IgA가 간으로 이동한 뒤 대식세포 등 면역세포와 상호작용하면서 염증반응과 간세포 손상에 관여하는 '장-간 IgA 면역축'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탁권용 임상강사와 가톨릭대학교 의과학과 김민구 석사과정생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Gut'(IF 24.6)에 게재됐다.

IgA는 주로 장과 호흡기 등 외부 환경과 맞닿은 점막에서 세균과 바이러스 등을 방어하는 항체다. 특히 장에서는 수많은 장내 미생물이 체내로 침투하는 것을 막는 점막 면역의 핵심 요소로 알려져 있다.

알코올 연관 간질환 환자에서 혈중 IgA 수치가 높다는 사실은 기존에도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IgA가 왜 증가하는지, 단순히 질환의 결과로 나타나는 현상인지 또는 실제 간의 염증과 손상에 관여하는지는 명확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환자의 혈액과 간 조직 분석에 동물모델, 공간전사체 분석, 사람 면역세포 실험을 결합했다. 특히 이물질 제거와 조직 회복에 관여하지만 과도하게 활성화될 경우 염증을 일으킬 수 있는 단핵구와 대식세포에 주목했다.

환자 분석 결과 혈중 IgA 수치가 높을수록 간 조직에도 IgA가 많이 축적된 것으로 나타났다. 간의 단핵구와 대식세포에 IgA가 결합한 모습도 확인됐다. 또 IgA가 간 면역세포와 결합한 양상은 염증반응에 관여하는 인터루킨-1베타(IL-1β) 증가와 관련이 있었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혈중에서 증가한 IgA가 단순한 질환 관련 검사 수치에 그치지 않고 간 면역세포의 염증반응에 관여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알코올을 투여한 동물모델에서도 혈중 IgA 증가와 함께 간 대식세포의 IgA 결합, IL-1β 발현, 간손상이 함께 나타났다.

반면 면역세포의 이동을 조절하는 약물인 FTY720을 투여하자 혈중 IgA와 IgA가 결합한 간 대식세포가 감소했고, 염증반응과 간손상도 줄어드는 양상이 관찰됐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알코올 연관 간질환에서 증가한 IgA가 간으로 이동하고, 간 대식세포와 상호작용하면서 염증반응을 증폭시키는 과정을 제시했다.

이번 연구는 기존에 혈액검사상의 변화로만 여겨졌던 IgA가 알코올 연관 간질환의 발생과 진행에 관여할 가능성이 있는 면역인자라는 점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기존 '장-간 축' 연구가 장내 미생물이나 세균 유래 물질에 주로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연구는 장내에서 생성되는 면역항체 자체가 간의 염증반응을 조절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공동 제1저자인 탁권용 임상강사는 "이번 연구는 장에서 증가한 IgA가 실제 간 조직으로 이어져 면역세포의 염증반응을 증폭시키고 간세포 손상에 관여할 수 있다는 연결고리를 사람과 실험모델에서 함께 보여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혈중 IgA가 어떤 환자에서 실제 간 내 염증을 잘 반영하는지 확인한다면 임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성필수 교수는 "알코올 연관 간질환은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간질환이지만 질환을 직접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치료법은 여전히 제한적"이라며 "이번 연구는 그동안 주로 장내 미생물 관점에서 바라봤던 장-간 연결고리를 IgA라는 우리 몸의 면역체계까지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다만 성 교수는 IgA 자체를 무조건 억제하는 접근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 교수는 "IgA는 본래 우리 몸을 보호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항체인 만큼 IgA 전체를 단순히 억제하는 것이 치료 목표가 될 수는 없다"며 "앞으로 IgA가 간의 특정 면역세포와 만나 염증을 증폭시키는 과정을 보다 정밀하게 규명해 정상적인 면역기능은 유지하면서 병적인 장-간 IgA 면역축만 선택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치료전략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향후 혈중 IgA와 간 내 IgA 면역반응을 알코올 연관 간질환의 새로운 바이오마커 후보로 검증하고, IgA와 간 대식세포 사이의 상호작용을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치료전략도 연구할 계획이다.

 

김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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