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법인, 실제 운영에 맞게 역할 재검토"

KREI, '농업법인의 농지 소유·이용 실태와 과제' 연구

이원식 기자 2026.07.24 10:28:13

우리나라 농업법인이 실제 운영 실태에 맞게 역할과 기능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은 '농업법인의 농지 소유·이용 실태와 과제' 연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농업법인 제도는 협업적·기업적 경영을 전제로 설계됐으나 실제 법인 경영은 대표와 가족이 중심을 이루는 경우가 적지 않고, 개인 경영체의 규모화가 빠르게 진전된 상황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당초 농작물 생산의 규모화를 위한 수단으로 농업법인 제도가 도입됐다. 하지만 실제 농업법인들은 농작물 생산의 규모화보다는 유통·가공으로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식으로 성장해왔다. 법인이 직접 농산물을 생산하는 면적은 크다 할 수 없으며, 조합원들이 생산한 농산물의 유통·가공에 주력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실제로 전체 재배면적에서 농업법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1% 수준에서 2024년에도 2% 정도에 그쳐, 지난 10년간 큰 변화가 없었다.

개인 경영체의 경작 규모가 빠르게 확대된 결과, 재배 규모 10ha 이상 대규모 경영체가 경작하는 면적 중 농업법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11%에 그쳤다. 50ha 이상 구간에서 법인 비중이 다소 높아지긴 하지만, 이는 간척지처럼 법인이 접근하기 유리한 특수한 여건에서 비롯된 경우가 대부분으로 보인다. 농업법인이 영농 규모화를 특별히 촉진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농업법인이 농지 소유 확대만으로는 영농 규모화를 꾀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여러 조합원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법인 명의로 농지를 소유하는 것이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

또 농지를 소유하고 있는 조합원이 소유권을 농업법인에 넘길 유인도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류 절차, 직불금 조건, 상근 인력 부담 등의 직접적인 요인과 함께 농업법인으로 농지를 이양하는 것이 경영 불확실성을 키운다는 인식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 영향으로 개별 경영체가 농지를 소유하고, 농업법인은 임차 방식으로 농지를 이용하는 체계가 정착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농업법인이 직접 확보한 농지 면적의 70~80%는 출자·구매보다 임대차로 조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농업법인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제도적 개선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농업인과 동일하게 적용되는 상속·증여 제도는 농업법인의 장기적인 승계와 규모화를 제약할 가능성이 있으며, 농지를 모두 현물출자할 경우 농업인 자격을 상실하는 제도 역시 농업인의 법인 전환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분석됐다.

임대차 측면에서는 적정 규모의 장기 임대 농지가 부족하고, 직불금과 세제 혜택 때문에 토지 소유자가 임대를 꺼리는 현상이 주요 애로사항으로 꼽혔다.

연구진은 "농업법인의 농지 접근성을 개선하려면 장기 임대차 활성화, 직불금과 세제 개선, 농지 집적을 위한 제도 정비 등을 통해 농지 임대차 시장의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원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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