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수산식품부(장관 서규용)와 한식재단(이사장 양일선)은 한식의 원형을 찾아가는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해 10월부터 8개월간 각종 문헌조사, 외식산업 단체 조사 등을 거쳐 반세기 이상 운영돼 온 한식당 총 100곳을 모아 ‘오래된 한식당’을 발간했다. 총 248쪽 분량의 이 책에는 대한민국 한식당의 역사를 조망하는 프롤로그와 한식당을 시작하게 된 동기, 개점연도, 창업주, 현 경영주, 업종, 대표메뉴 및 음식특징 등 개별 한식당의 창업에서부터 현재까지의 생생한 스토리가 실려있고, 부록으로 한식당의 옛 사진과 색인이 붙어있다. ‘오래된 한식당’에는 1904년에 문을 열어 108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서울 ‘이문 설농탕’을 필두로 1910년에 개업해 나주곰탕의 명성을 이어온 전남 나주 ‘하얀집’ 등 때론 한국인의 배고픔을 달래주고, 때론 추억을 선사하며 우리의 식문화를 이끌어 온 한식 명가들이 소개돼 있다. 또 실향민의 설움을 달래 준 함흥냉면의 본가 부산 ‘내호냉면’, 4대를 이어 비빔밥을 만들어온 울산 ‘함양집’, 해남 떡갈비 90년의 자존심 ‘천일식당’ 등도 실려 있다. 이밖에도 대한민국 근현대 문학과 음악의 산실역할을 했던 다수의 한식당도 수록돼 있다. 대중가요의 대명사 ‘굳세어라 금순아’를 탄생시킨 대구 ‘강산면옥’, 소설가 이청준의 ‘마량이경(馬良二景)’시에 등장하는 전남 강진 ‘완도횟집’ 등이 그것으로 역사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이번에 선정된 100곳의 한식당 경영주들은 반세기 이상의 세월동안 고객들의 한결같은 사랑을 받아온 비결로 각 지역의 대표 식재료의 이용, 전통 조리법 고수, 후한 인심과 한결같은 서비스 등을 꼽았다. 이문 설농탕의 전성근 대표는 “설렁탕의 맛을 결정하는 것은 좋은 재료와 오래 끓이는 정성, 그 이상의 좋은 비법이 따로 없다”며 “자연 속에서 방목하며 키운 한우의 머리고기, 양지머리, 도가니, 우설, 사골, 잡뼈 등을 넣고 푹 끓여낸 깊은 맛이 오랜 역사를 지켜올 수 있었던 인기비결이다”라고 말했다. 부산 내호냉면의 이춘복 대표는 “1919년부터 3대째 이어져 내려온 가업인 만큼 정통 북한식 냉면 조리법을 고수한 것이 고객들에게 통했다”며 “고향의 맛을 그리워하는 실향민들에게 전통의 맛은 위로 그 자체였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책 속에는 세월의 파고 속에서 긴 세월을 지켜온 한식당 경영주들의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일제강점기의 애환, 전쟁의 화마, 뜻하지 않는 화재, 재건축에 따른 이전 등 한국 근현대 역사, 경제의 소용돌이 속에서 이어온 한식당의 역사를 만날 수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우리의 경우 역사 깊은 한식당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사라져가는 한식당의 역사성을 체계화하고 발굴하기 위해 책을 펴내게 되었다”면서 “이 책을 통해 국민들이 우리나라 한식당의 오랜 역사를 읽어볼 수 있고, 경영주와 종사원들에게는 자부심을 부여하는 계기가 되어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역사성 있는 한식당이 더욱 많아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식재단 양일선 이사장은 “미식 선진국인 프랑스의 경우 1512년 문을 열어 500여년 명성을 이어온 파리 ‘아르꼴 레스토랑’을 비롯해 100년 이상된 다수의 레스토랑을 관광문화자원으로 육성하고 있고, 가까운 일본도 540년 동안 일본인의 사랑을 받아온 쿄토의 소바집 ‘오아리야(尾張屋)’ 등 오래된 식당인 시니세(老鋪)가 풍부하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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