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의약분업은 의약계는 물론 의료기관과 약국을 이용해야 하는 국민들의 입장에서 적지 않은 변화의 시기였다. 그리고 이와 관련한 제약산업 또한 그 변화의 폭 만큼 적용 받은 시기이기도 했다. 그 중 가장 큰 변화는 처방전 중심으로의 변화이다. 즉, 전문의약품 중심으로 제약시장이 바뀌었다. 이러한 변화는 결국 일반의약품 시장의 축소로 이어져 일반의약품 생산 비중이 높은 제약회사의 위축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양상은 제약회사 내부에도 이어져 약국을 대상으로 하는 개발·마케팅 조직의 규모가 축소되거나 통·폐합되고, 심지어 아예 조직이 사라지는 상황도 나타났다. 약국가의 입장에서 볼 때 제약업계의 이러한 위기는 전문의약품으로의 쏠림현상이 하나의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상황적 인식을 전제로 제약산업 활성화를 위한 약국가 입장에서 의견을 개진해 본다. 우선 현재 전문의약품 중심의 제약사업 프레임에서 일반의약품의 비중을 높이는 프레임으로의 전환이다. 이를 위해 점검해 볼 사안에 대해 짚어볼까 한다. 의약분업 시행 이전 약국에 제공되던 의약품에 대한 정보제공이 분업제도 시행 이후 약국에 대한 정보제공은 약국보다는 의료기관에 집중돼 제공됐다. 그러다보니 실제 새로 나온 약에 대한 정보제공 부재로 약국가 불만은 폭발직전에 이르기도 했다. 이러한 약국가의 문제제기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제약업계에 전달됐지만 제약회사들은 인정하면서도 이를 반영하지는 않았다. 기본적으로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상품 정보제공이 근간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대다수 기업들이 많은 광고비를 부담하면서까지 광고를 집행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out of sight out of mind”. 현재 상황을 너무나도 잘 설명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든다. 약간 다른 이야기일수도 있지만 지난 한약분쟁 과정을 거치면서 약국의 한약 취급이 시들해졌다. 물론 의약분업이라는 큰 물결로 인해 약국에서의 한약에 대한 관심이 멀어지는 시기부터 전체 한약시장의 규모가 줄기 시작했다는 지적들이 있었다. 한약시장의 위축이 어느 한 두가지 문제로 국한되지는 않았겠지만 약국에서의 한약조제가 줄어들면서 환자의 한약에 대한 접근로가 줄어든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약국에 대한 의약품 정보제공은 의약품의 최고 전문가인 약사로 하여금 새로운 정보를 통해 환자에게 전할 정보를 정확하게 취합·정리하도록 하고, 또한 이를 응용하여 환자에게 이로운 의약품 복용이 될 수 있는 계기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는 일반의약품은 건강보험재정 문제와 무관하게 운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4.11 약가인하조치는 제약사업에 있어서 전대미문의 재앙이었다. 이와 같이 보험재정 문제는 언제 어떻게 제약산업에 영향을 미칠지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또 건강보험재정 문제가 지역이나 시간에 국한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러한 점에 있어서 중요한 개념이 self-medication이다. 선진국에서는 일찍부터 보편화돼 있는 생각이지만 아직 우리나라 국민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과제가 될 것이다. 이러한 개념이 최근 우리나라가 인구 노령화로 인한 의료비 지출 폭이 가파르게 늘어나고, 질병에 대한 접근방식이 치료에서 예방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제약산업 스스로의 노력이다. 제약회사별 일반의약품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데 노력을 당부하고 싶다. 즉 기성제품에 대한 성분, 효능·효과 등의 재해석을 통해 일반의약품에 대한 다양한 상품군을 형성한다면 약국가에서 보다 활용의 폭을 넓게 가져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러한 몇몇의 문제에 대해 제약산업만의 고민이 아니라 약국가와 제약산업이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장을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소통하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할 것이라 생각한다. 앞에서 설명한 일반의약품 시장의 활성화는 비단 제약회사의 위기탈출에 그치지 않는다. 일반의약품에 대한 새로운 지식의 습득은 약국의 역량과 약사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약국경영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지역주민의 사랑방 역할을 해 온 동네약국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임에 틀림없다. 한-미 FTA, 일괄 약가인하 등으로 어려움에 처한 국내 제약산업의 위기탈출 뿐만이 아니라 약국가와 제약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도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카드로 믿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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