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국민의 개인건강정보는 국민의 자산이다

국민건강보험 노동조합 부위원장 강성권

윤석열 정부는 의료 민영화에 적극적인 기조를 보인 정부로 평가된다. 출범 초기부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인 '문재인 케어'를 포퓰리즘으로 폄훼하며, 재정 건전성을 명분으로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겠다는 보장성 축소 기조를 분명히 했다.

이전 보수 정부들 역시 보장률 후퇴라는 한계를 보였지만, 이명박 정부는 '4대 중증질환 및 희귀난치성 질환' 보장 강화 정책을, 박근혜 정부는 '4대 중증질환 국가 책임'과 '3대 비급여 개선' 등 일정 수준의 보장성 확대 정책을 병행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윤석열 정부는 이념을 떠나 건강보험 보장성을 명시적으로 축소하려 한 최초의 정부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강성권 국민건강보험 노동조합 부위원장

특히 우려를 키운 것은 건강보험 개인정보의 민간 개방 추진이다. 대통령이 직접 "개인정보가 곧 자산인데 왜 개방하지 않느냐"고 언급한 발언은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이후 시민사회의 강한 반발과 정치적 격변을 거쳐 정권이 교체되었고,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소년공 시절부터 인권변호사, 지방자치단체장에 이르기까지 보편적 복지 정책을 추진해온 이력으로 지지를 받아왔다.

현재 전 세계는 인공지능(AI) 기술 경쟁에 돌입했으며, 한국 역시 'AI 3대 강국 도약'과 'AI 기본사회 실현'을 핵심 국정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 속에서 건강보험 개인 건강정보 빅데이터의 개방이 다시금 논의되고 있다는 점은 심각한 우려를 낳는다.

2024년 8월, 건강보험 빅데이터의 민간 개방에 반대하는 약 500개 노동·시민사회 단체가 '건강보험 빅데이터 민간 개방 저지 공동행동'을 출범시켰다. 이는 국민의 민감한 의료 정보를 데이터 산업이라는 이름으로 민간 기업에 이전하려는 정책에 대해, 데이터의 주체인 시민들이 직접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논의는 이재명 정부의 AI 산업 육성 정책과 맞물리며 다시 추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2026년 2월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시행령 개정을 통해 금융정보와 보건의료정보의 결합을 용이하게 한 것은 중대한 전환점이다. 개인의 병력, 소득, 자산 정보가 결합될 경우, 민간 보험사는 정교한 수익 모델을 구축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개인의 건강 상태가 고용이나 금융 접근성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구조로 확장될 위험이 있다.

같은 시기 발표된 감사원의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립암센터에 대한 감사 결과 역시 논란을 낳았다. 감사원은 공공기관의 정보 제공이 부족하다고 지적했지만, 이는 공공성을 우선해야 할 기관에 대해 오히려 산업적 활용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공공 데이터의 활용 확대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데이터 주체인 국민의 권리 보호가 충분히 고려되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된다.

실제로 2024년 8월 실시된 대국민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92.6%가 건강보험 빅데이터의 민간 보험사 제공에 반대했으며, 95%는 개인정보 유출 시 기업에 대한 처벌이 지나치게 약하다고 응답했다. 최근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들이 반복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에 대한 제재는 여전히 미흡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 번 유출되면 회복이 불가능한 건강정보를 민간에 개방하겠다는 정책은 국가의 보호 책임과 배치된다.

정부가 "가명 처리로 안전성이 확보된다"고 주장하는 것 역시 충분한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기술 발전은 오히려 데이터 재식별 가능성을 높이고 있으며, 이는 개인의 민감정보가 상업적 목적으로 활용될 위험을 키운다. 따라서 건강정보 활용은 공익적 목적에 엄격히 한정되어야 하며, 목적 외 사용에 대해서는 유럽 수준의 강력한 징벌적 제재를 포함한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

국민의 광범위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 개인정보의 산업화를 강행할 경우, 이는 결국 민간 보험 중심의 의료 체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 결과는 공공 의료 체계의 약화와 국민 부담의 증가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건강보험 데이터는 국민이 국가에 맡긴 신뢰의 산물이며, 산업적 활용을 위한 자원이 아니다. 정부는 이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국민의 권리와 공공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책 방향을 재정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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