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 <파상풍>에 이어 이번 시간에도 해외여행 중 주의해야 할 감염병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려고 한다.
<콜레라란?>
콜레라는 독성을 가진 Vibrio cholerae(혈청형 O1, O139)에 의해 발성하는 급성 세균성 장염이다. 'V. cholerae 01'은 2가지 생물형(classical biotype, El tor biotype)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이 중 El tor 생물형의 콜레라가 전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다. 콜레라는 우리나라 감염병 분류체계상 제2급 법정감염병이다.
# 콜레라의 전파
콜레라균은 담수와 바닷물 모두에서 생존이 가능하며, 조개류, 수생 식물, 플랑크톤, 요각류 등에서도 발견된다.
선진국에서는 주로 해산물과 관련된 식품 매개로 산발적으로 환자가 발생하는 경우가 흔하며, 개발도상국에서는 콜레라균에 감염된 환자의 분변이 식수를 오염시켜 대규모 환자 발생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최근에는 지진 등의 자연재해가 발생한 곳에서 대규모 유행이 나타나고 있다. 드물지만, 환자의 대변이나 구토물과 직접 접촉하는 경우에도 전파될 수 있다.
# 콜레라의 역학
콜레라는 19세기 이후 20세기 초반까지 7차례 전세계대유행(pandemic)을 일으켰다.
수분과 전해질 치료가 정립된 이후에는 전 세계 대유행은 없었지만 아직도 매년 100만~400만 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수만 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는 국내에서도 콜레라가 발생했지만 그 이후에는 국내 발생 환자 보고는 없고 해외 유입 환자들만 간간이 보고되고 있다.
# 콜레라의 증상 및 경과
콜레라의 잠복기는 보통 2~3일(수시간~5일)이다.
복통을 동반하지 않는 급성의 수양성 설사(물 설사)와 구토가 주 증상이다. 발열은 드물다.
치료가 늦어지면 심한 설사로 인한 탈수 증상과 전해질 결핍이 야기되어 저혈압, 쇼크 등으로 사망할 수 있다.
특히, 중증 환자가 치료받지 못한 경우 사망률이 50%에 달한다.
# 콜레라의 진단
콜레라균은 특징적인 임상증상 및 대변 검사를 통한 균 배양 및 검출로 진단한다. 진단 시 혈액 검사로 신부전 및 전해질 불균형이 있는지 같이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콜레라가 유행하는 지역을 여행하고 돌아온 후 5일 이내에 복통을 동반하지 않는 수양성 설사(물 설사) 증상이 있으면 콜레라를 반드시 감별진단에 넣고 검사해야 한다.
# 콜레라의 치료
수액 및 전해질을 적시에 충분한 양을 투여하면 치사율을 1% 미만으로 낮출 수 있다.
항균제 치료는 중증 환자의 수액 필요량과 이환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항균제는 독시사이클린(doxycycline)이 주로 사용되지만, 독시사이클린을 사용할 수 없는 경우 마크로라이드계 항균제 또는 퀴놀론계 항균제를 고려한다.
아연(Zinc) 보충제가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개발도상국 어린이의 콜레라 및 기타 설사 질환의 중증도와 기간을 줄여준다는 보고가 있다.
# 콜레라의 예방
콜레라는 오염된 물과 음식에 의해 주로 전파된다. 콜레라 유행지역에서 물은 반드시 끓여 먹고, 음식물은 익혀 먹어야 한다. 또한 음식물을 취급하기 전과 화장실 사용 후에는 반드시 손을 씻어야 한다.
콜레라는 백신이 개발되어 있다. 통상적인 여행에서는 백신 접종이 권장되지 않으며, 지진 후 구호 등의 목적으로 콜레라가 발생한 유행 지역을 방문하는 경우 백신 접종이 권고된다.
경구용 백신과 주사용 백신이 개발됐다. 단, 주사용 백신은 효과가 떨어져 WHO에서 권고하지 않는다.
경구용 백신은 생백신과 불활화 백신이 있다. 경구용 생백신(Vaxchora, PaxVax)은 1회 접종이며, 미국에서는 접종이 가능하지만 국내에는 도입되지 않았다.
경구용 불활화 백신은 2회 기초접종과 추가접종으로 진행되며 국내에서도 각 지역 국립검역소에서 백신 접종이 가능하다.
/KMI한국의학연구소 신상엽 수석상임연구위원(감염내과 전문의, 국제여행의학회 여행의학 인증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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