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점' 보인 전문약 관리… 재발 방지 과제로

[데스크칼럼]

'전문의약품'은 의사 처방이 있어야만 구입할 수 있다. 부작용이나 습관성·의존성·내성 위험이 있고 약물 간 상호작용이 우려되는 약들로 특별 관리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임의로 판단해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과는 차별화된다.

약사들은 전문의약품을 팔 때 반드시 처방전에 따라야 하며, 정확한 복약지도 또한 필수다. 하지만 최근 충북 제천 어린이집 30여곳에 전문의약품인 '코미플루(코오롱제약 현탁용분말)'가 처방전 없이 배부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제약사 측에서 지난 4월 해외에 기부할 목적으로 한 나눔공동체에 코미플루 1만5000개를 전달했다. 이 나눔공동체가 유통기한이 임박한 일부 제품을 국내 사회복지관으로 보냈고, 이 복지관을 통해 지방의 어린이집까지 전달된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의약품이 어린이집까지 전달된 경로를 보면 여러 의문이 생긴다. 의사 처방과 약사 복약지도 아래 복용해야만 하는 전문의약품을 전문가가 아닌 복지기관을 통해 전달하는 것이 과연 합법이며 안전한지 말이다. 책임소재도 불분명하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처방받지 않은 전문의약품이 어린이집 아동과 학부모에게 무분별하게 전달될 때까지 어느 누구의 제지도 받지 않았다는 데 있다. 이 사건이 공론화된 건 한 학부모의 문제 제기 때문이었다. 전문의약품 사후관리의 허점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다.

코미플루는 독감치료제인 타미플루의 제네릭의약품(복제약)이다. 주성분은 오셀타미비르인산염으로 소아나 청소년이 복용할 경우 경련이나 섬망(갑작스러운 인지기능 저하) 등의 이상반응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8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 성분에 대해 주의를 권고한 바 있다. 10대 청소년이 복용 후 추락해 사망했다는 부작용 의심사례 때문이었다.

이번 사건의 원인을 제공한 코오롱제약 측은 "인도적 차원의 해외 기부 목적일 뿐"이라고 밝혔다. 그 이후의 경로는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국민의 생명을 책임지는 한 축으로서 궁색한 변명이다. 대한약사회는 즉각 경위 파악에 나섰고 해당 지역 보건소도 배부 중지와 함께 전량 회수 조치를 내렸다.

약사회는 제약사는 물론 봉사단체·어린이집을 대상으로 사실관계를 파악해 위법행위가 드러나면 고발조치 한다는 입장이다. 식약처도 제약사가 복지단체에 의약품을 기부한 것이 약사법상 가능한 지 검토에 나섰다. 상황에 따라 제약사로부터 전문의약품을 받은 복지단체 고발도 검토 중이다.

배부된 의약품은 대부분 회수됐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전문의약품의 사후관리 시스템 재정비에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재발 방지'다. 정부는 물론이고 제약사와 약사가 합심해 약화사고 방지에 최선을 기울여야 한다.

이와 함께 전문의약품에 대한 대국민 인식 제고에도 힘써야 한다. 전문의약품 불법 유통은 국민 건강과 직결된다는 각성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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