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최근 전문지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규제당국이라는 조직 특성 때문에 좀 더 다양한 소통과 적극적인 행정을 보이지 못한 면을 아쉽다고 생각하면서도, 선진화된 규제과학의 틀을 갖춰 나가고 적절한 개선을 이룬 점에 대해서는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김 처장은 "부임한 후부터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위기상황 속에서 업무를 수행했는데 다행히 이번 정부가 끝나기 전에 오미크론의 안정된 통제가 이뤄지고, 야외에서 아주 예외적 상황을 제외하고 마스크 없는 일상생활을 회복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식약처장이 바뀔 가능성이 높다. 김 처장은 보건복지부와 식약처에서의 경험을 쉽게 가질 수 없는 것이었다면서, 이같은 공직 경험이 그냥 개인적인 일에 그치는 게 아니라 국가적인 투자였다는 점에 의미의 무게를 뒀다. 그러면서 남은 시간 동안 식약처장의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못다한 소통을 넓히는데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주요 질의에 대한 일문일답]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의약품이나 의료기기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선도하는 역할을 목표로 했는데, 이를 평가한다면?
-많은 기회들로 인해 진전을 이룬 부분이 있다. 아쉬운 부분이 없는 건 아니지만 백신의 WHO 심사 과정때마다 매번 우리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검토 보고서를 내고 채택되면 이를 기반으로 WHO결정이 이뤄지는 것을 보면서 우리 조직의 역량이 어느 수준인지 가늠할 수 있었다. 식품 분야에서도 위해 정보가 신속히 공유되도록 했다. 코로나19 속에서도 이 부분을 리드하는 역할을 발휘했고 역량 개발이나 정보 공유 기회를 활용하기 위해 노력했다. 의료기기 분야 회의에서는 우리가 의장으로 활동하고, 심사 기준을 만드는 성과도 있었다.
■미국 FDA 같은 경우엔 의사가 약사보다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식약처는 약사가 너무 많다 보니 의료분야 제품의 허가를 낼 때 소비자나 환자의 안전에 방점을 둬야 하는데 (제품) 생산에 상대적으로 무게를 두지 않느냐는 말도 있다.
-국민 관심이 기준이라는 모토를 정하고 약대를 나온 약무직 공무원들이 있다. 지금의 추세가 임상에 대한 지식을 지니고 있어야 평가나 심사를 할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 의과대학을 나온 공무원을 뽑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면도 있다. 의사도 약사나 정기적으로 뽑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소명감만으로는 기회 손실이 크기 때문에 선발하는 일이 쉽지 않다. 의사의 경우 20명 정도를 심사위원으로 모시고 일하고 있다. 모두 풀타임은 아니지만, 대부분 관련 분야에 권위있는 분들을 뽑으려고 한다. 식약처 특성상 가능하면 임상경험 있는 분들이 필요하다. 보건복지부나 질병관리청보다는 식약처에서 헌신할 임상전문가를 찾기 어렵다. 지금도 보완적 수단을 찾고 있고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한 해결책은 필요하다고 본다.
■앞으로 GMP 관리를 더 강화한다고 했는데?
-의약품이나 의료제품을 만들 때 생산공정에서 약속을 한다. 그런 룰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본다. 현장에서 임의로 자료를 조작하며 약속된 대로 생산한 것처럼, 거짓으로 만든 관행은 있어서도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는 부분이라는 점에는 양보의 여지가 없다.
다만 내부 전문가와 외부전문가들에게 논의할 때 제도적으로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 일부 있다 생각하며 일부는 개선되기도 했다. 규제의 정도를 조정할 필요가 있는 것은 사전적으로 신고나 승인을 하지 않고 하도록 카테고리화해서, 합당한 규제가 필요한 부분으로 이끌어 가도록정리했다. 그러한 규제의 틀은 국제적으로 통용되고 인정을 받는 규제 당국의 틀 안에서 진행하는 것이 합리적이라 본다.
■부처 통합설이 나오는데 이 부분을 어떻게 보나?
-새 정부가 여러 고민을 하고 국회와 논의할 것이라 본다. 조직을 바꾸는 것이 아닌 성과를 내는 것에 에너지를 쏟는다면 국민에게 가치를 담은 정책을 돌려드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 상황에서 보건복지부가 있는데, 이를 합치고 분리하는데 있어 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 통합은 통합대로, 분리는 분리대로 장단점이 있다. 통합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코로나19라는 위기가 끝나지도 않았다. 가을에 혹은 이전에 또 다른 변이의 가능성도 있다. 코로나19 과정에서 우리가 다음 차례의 위기를 대응하는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
■의약품·의료기기·화장품 등 국내 보건산업계의 수준이 세계에서 어느 정도라 보는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업계 관계자들에게 건의하고 싶은 것은?
-강점도 있고 취약한 대목도 있다. 화장품 같은 경우가 우리나라가 3번째 수출국이다. 2009년도에 정부가 화장품 진흥대책을 만들 때만해도 과연 가능할까 의구심도 있었지만 이후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고 12년만에 세계에서 세 번째로 수출을 많이 하는 나라가 됐다.
의료제품 전반에 걸쳐 제조에 대한 역량은 꽤 높은 수준이라 본다. 생산을 해내고 안정된 품질의 제품을 생산하는 능력은 세계적 수준이다. 바이오 제품의 경우는 분명히 이런 면에 있어 의심 없이 말할 수 있지만, 개발 역량은 창조적 노력과 혁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앞으로 융복합 제품이 대세를 이룰 것이라 전망되고, 제약기업에서도 다양한 파이프라인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기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약기업들을 보면 왜 M&A를 하는지 봐야 한다. 파이프라인이 많은 기업이 더 많은 경쟁력이 있다. 중요한 것은 제품화까지 가려면 투자여력이나 파이낸싱이 중요하다. 이에 대한 고민도 더해져야 한다. 국내 기업 문화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현재의 기업 문화를 인정하면서도 자본조달에 대한 새로운 고민이 필요하다 본다.
Copyright @보건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