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엽의 감염병 팬데믹 이야기(9)

팬데믹과 에피데믹의 미래(4)

오늘은 팬데믹과 에피데믹의 미래네 번째 내용으로 효과적인 치료제나 백신이 없어야 한다에 대해서 살펴보려고 한다.

20세기 이후 팬데믹을 일으킨 감염병은 신종 인플루엔자바이러스(스페인독감, 홍콩독감, 신종플루)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뿐이다.

사람 사이에 유행하는 인플루엔자바이러스는 작은 RNA 바이러스다. 돼지나 조류 사이에 유행하는 인플루엔자바이러스도 있지만 사람 사이에 유행하는 바이러스와는 구조가 달라 사람을 감염시키기 어렵다. 그런데 돼지의 세포벽은 돼지, 조류, 사람 독감을 일으키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열쇠 구조가 모두 들어맞는 엉성한 자물쇠 구조를 가지고 있다.

KMI 신상엽 감염내과 전문의

이 때문에 돼지와 사람과 조류가 같이 생활하는 환경에서 돼지 세포가 혼합 용기(mixing vessel)’ 역할을 해서 돼지 세포 안에서 돼지-조류-사람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RNA가 모두 섞여 종간 장벽을 넘을 수 있게 된 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탄생했다. 결국 처음에는 돼지독감으로 알려졌던 신종 인플루엔자(신종플루)2009년 사람 사이에 대유행했다.

그런데 신종플루는 기존에 계절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서 사용하던 치료제와 백신 플랫폼 기술이 있었기 때문에 신종플루에 효과적인 백신을 금방 만들 수 있었고 기존에 계절 인플루엔자 치료에 사용하던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었다.

신종플루는 증상이 나타나기 하루 전부터 다른 사람에게 전파가 가능하기 때문에 방역 당국의 노력만으로는 유행을 통제하기 매우 까다로운 조건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효과적인 백신과 치료제를 가지고 전세계 팬데믹 통제가 가능했다.

신종 플루 유행 이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사스(SARS)가 유행했다. 사스는 인플루엔자보다 전파력도 높고 치명률도 훨씬 높고 심지어 백신, 치료제 모두 개발된 것이 없었지만 전세계 팬데믹을 유발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백신과 치료제는 없었지만 무증상자에 의한 감염 전파가 드물었기 때문에 백신과 치료제가 없어도 방역 당국에서 증상자를 잘 선별하여 관리하면 효과적으로 유행을 통제할 수 있었다.

그런데 사스와 달리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같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지만 증상이 나타나기 이틀 전부터 감염력이 있다. 증상이 나타나기 하루 전 쯤부터 다른 사람에게 전파가 가능한 인플루엔자 보다 무증상 감염기간이 훨씬 더 길다.

때문에 방역 당국에서 유행을 인지하기 전에 이미 지역사회 소리 없는 전파가 이루어진 경우가 많다. 또한 코로나19 유행 초기에는 코로나 바이러스와 관련한 백신, 치료제, 예방약 어떤 것도 상용화된 것이 없었기 때문에 전세계 팬데믹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 사실상 없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간 진행되면서 지금은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된 상태이긴 하지만 새로운 변이가 등장하면서 그나마 개발된 백신과 치료제의 효과가 떨어지고 있다.

코로나19는 무증상 전파 기간이 길어 방역 당국의 통제가 어렵고 아직 안전성과 효과성이 입증된 백신과 치료제가 전세계적으로 충분하게 공급되지 못했고 이미 개발된 백신과 치료제마저도 새로운 변이에 의해 효과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코로나19 팬데믹 통제는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KMI한국의학연구소 신상엽 학술위원장, 감염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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