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와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2일, 공공병원·국립의학전문대학원 설립과 지역의사제도 도입을 포함한 공공의료 정책 시행이 담긴 ‘보건의료노조 파업철회 합의문’을 발표했다.
대구시의사회는 “이번 노·정합의문은 혈세를 낭비하고 지역의료붕괴를 초래한다며, 합의문 파기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장기화된 코로나19 사태에서 정부의 고민을 담은 내용이라 그 취지에는 충분히 공감한다. 그러나 이 합의문은 보건의료노조 파업을 모면하기 위한 궁여지책이자, 탁상행정의 결과물로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잘못된 의료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대구시의사회는 6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이처럼 의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의료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정부를 보면서 의사이기 이전에 국민으로서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분노했다.
“우선 공공병원 신설은 혈세 낭비이다. 지방공공병원은 지역 응급의료제공, 의료취약지 필수 진료과 운영, 감염병에 긴밀한 대응 등을 위해 설립되었다. 그러나 2013년 진주의료원 폐업사태에서 보듯이 경영 적자 등의 이유로 적극적인 재정투입을 하지 않아 그 역할을 못하고 있는 이런 상황에서 공공병원 수를 늘린다는 것은 명백한 실책이라”고 주장했다.
“국립의학전문대학원의 경우 현 의료체계에서(민간의료가 90% 차지) 공공의료 전담인력을 별도로 양성하는 정책인데, 그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고 지적하고 “실제로 타 학부 졸업 후 다양한 인재들이 들어와 기피 분야나 기초 분야에 지원할 것으로 기대하며, 2005년 정부가 강행한 의학전문대학원 제도는 지원자가 인기과를 선호하거나 취업현장에 뛰어들면서 실패한 정책이 되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역의사제도는 개인 자유의지에 의한 전문과 선택을 국가가 강제하는 점과 의대 졸업 후 수련의 과정은 병원 몫인데 이를 정부가 개입하는 점 등 문제가 많다. 이런 여러 문제에도 불구하고 많은 세금을 들여 정부가 발표한 공공의료 정책을 시행한다고 가정해보자. 감염병 상황 종료 후 그들의 역할은 줄 것이고, 엄청난 돈(혈세)을 다시 투입해 인력 및 시설을 유지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공공병원들은 재정난 해결을 위해 설립 목적과는 달리 민간의료와 경쟁하며 지역의료계를 교란시킬 것이 자명하다” 며 정부의 의료정책을 강력 비난했다.
대구시의사회는 또 “작년 9월 4일,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와 정부는 정부가 공공의료 정책추진 시 의협과 협의 후 진행하며, 일방적으로 강행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명시된 합의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는 1년 만에 그 약속을 저버렸다. 몇 차례의 대유행을 이겨내며 K-방역 성공은 ‘의료진 덕분’이라는 말을 했던 정부에게 묻고 싶다. 1년 이상 부족한 정부 지원에도 코로나19 최전선에서 묵묵히 국민 건강을 지켜온 의료계와의 약속을 어길 것인가?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롭게 하겠다던 정부는 도대체 어디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에 대구시의사회는 정부에 다음과 같은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 현재 민간의료가 공공의료의 많은 부분을 대체하고 있고, 민간의료의 적극적 참여가 코로나19 사태극복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정부는 민간의료에 대한 행정·재정지원을 확대해 신종감염병 대응 시 민간의료 주체들이 참여하도록 유도하라.
△ 정부는 공공병원·국립의학전문대학원 설립과 지역의사제도와 같이 혈세를 낭비하고 지역의료계를 붕괴시킬 공공의료 정책추진을 당장 멈추고, 1년 전 합의한 의·정 합의문대로 의료전문가 단체인 의협과 공공의료 정책에 대해 원점에서 논의하라.
만약 “정부가 이런 우리의 요구를 무시한 채 혈세 낭비를 초래하며 국민 건강을 위태롭게 할 정책들을 지금처럼 일방적이고 강제적으로 추진한다면, 6000여 대구광역시의사회 회원들은 분연히 일어나 잘못된 의료정책 참여를 거부하며, 합법적 범위 안에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정책 시행을 막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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