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 설립된 세계보건기구(WHO)는 감염병 위험도에 따른 경보 단계를 1-6단계로 나누었다. 그 중 4단계는 사람 간 감염병 전파가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으로 ‘에피데믹(epidemic)’이라고 부르고 6단계는 감염병이 전세계적으로 대유행하는 상황으로 ‘팬데믹(pandemic)’이라고 부른다.
WHO 감염병 경보 4단계에 해당하는 ‘에피데믹’은 2003년 사스(SARS), 2014년 에볼라바이러스, 2015년 메르스(MERS), 2016년 지카바이러스 유행이 해당한다. 에피데믹을 일으킨 감염병은 당시에는 팬데믹을 유발하지는 못했지만 향후 팬데믹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항상 감시가 필요하다.
‘사스’(SARS, 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는 코로나바이러스의 한 종인 사스-코로나바이러스(SARS-CoV)에 의한 감염병으로 2002년 11월 처음 발견되어 2003년에 전 세계적으로 유행한 감염병이다. WHO는 2003년 7월 5일 유행이 종료되기까지 29개국에서 8,098명이 사스에 감염되고 이들 중 774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하였다.
‘에볼라바이러스 감염증’은 에볼라 바이러스(Ebola virus) 감염에 의한 감염병으로 2014년 2월부터 2016년 6월 WHO가 종식 선언을 하기까지 서아프리카의 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을 중심으로 유행이 지속되었다. WHO는 전 세계 8개국에서 28,616명이 에볼라에 감염되고 11,310명이 사망하였다고 발표하였다.
‘메르스’(MERS,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중동호흡기증후군)는 코로나바이러스의 한 종인 메르스-코로나바이러스(MERS-CoV)에 의한 감염병으로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 서부 항구도시인 제다에서 처음 발생했다. WHO는 최초 발생 시점인 2012년 4월부터 2021년 3월까지 27개국에서 2574명의 확진 환자가 발생했고 이 중 886명이 사망했다고 잠정 발표했다. 2015년에는 국내에서 병원 감염 중심의 메르스 유행이 발생하여 186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39명이 사망했다. 메르스는 아직 종식되지 않았고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중동 지역에서 풍토병과 같은 양상으로 산발적 발생이 지속되고 있다.
‘지카바이러스 감염증’은 지카바이러스(zika virus)에 의한 감염병으로 숲모기를 통해 인체에 감염된다. 1947년 우간다의 지카(Zika) 숲에 사는 붉은털원숭이에게서 바이러스가 처음 발견되어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태평양 섬지역에서 산발적인 감염을 일으키다가 2015년 중남미국가를 중심으로 전 세계 유행이 시작되어 지금까지 87개국에서 환자가 보고되었고 WHO 미주본부인 범미보건기구(PAHO)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발생한 지카바이러스 감염자 수가 80만 명이라고 발표했다.
그런데 실제 감염자수는 1억명 이상일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발표되고 있다. 사망률은 매우 낮지만 임신 초기에 감염되면 태아가 소두증을 가지고 태어날 수 있어 문제가 되며 지카바이러스 감염증은 아직도 산발적인 발생이 지속되고 있다.
다음에는 WHO 설립 이후의 팬데믹에 대해 살펴보고 팬데믹과 에피데믹의 시간에 따른 특징의 변화를 살펴보려고 한다.
/KMI한국의학연구소 신상엽 학술위원장, 감염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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