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인공지능에 도덕엔진을 탑재하는 법

길병원 내분비내과 이시훈 교수 번역 진행

‘도덕’과 ‘인공지능’이란 언뜻 보기에 서로 다른 주제가 섞여 있는 듯한 '인공지능에 도덕엔진을 탑재하는 법'이 번역, 출간됐다.

가천대 길병원 내분비내과 이시훈 교수가 번역한 이 책은 도쿄대 공학부와 의학부 교수를 겸임하고 있는 세계적 석학이자 재일교포 3세인 정웅일 교수가 썼다.

우리는 현재 인공지능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고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에 대해서 아는 바가 그리 많지 않다. 그렇지만, 인공지능은 우리의 실생활에 깊이 파고들어 의료, 법률, 경영, 회계, 예능 등 많은 부분에 적용되고 있다. 그러니 인공지능은 곧 우리 세대에 있어 가장 임팩트 있는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이런 인공지능에 도덕엔진을 탑재하기는 어찌 보면 엉뚱하기도 하고, 그 작업이 절대 만만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소위 ‘만능’이라고 여겨지는 인공지능에 선악과 가치판단의 도덕엔진을 탑재한다는 것은 매우 흥미진진한 주제가 아닐 수 없다.

이 책에는 흔히 도덕이라는 개념을 고대에서 근현대 사상까지 아우르는 동서고금의 도덕적 사상 속에서 공통된 원리를 찾아내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이를 인공지능이라는 로봇에게 어떻게 적용할지에 대한 내용이 다뤄지고 있다.

내분비내과 이시훈 교수는 “전문의로서 나의 영역을 진료 부문에만 국한하고 싶지 않았다”며 “사람에 대한 호기심의 결과물인 각종 연구적 사실들을 응용한 의료기기 및 의료재료의 개발, 임상적 적용,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어 인류가 접하지 못한 새로운 사회적 국면에 어떻게 대응할지 폭넓게 아우르고 싶었다”고 이 책은 번역 출간한 소감을 말했다.

이시훈 교수가 밝혔듯 고도화된 계산능력과 연산처리 능력으로 지적 능력만 담당하면 되는 인공지능에 도덕은 왜 필요한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품을 수 있다. 저자와 역자는 인공지능이 단순 업무에서 다양한 활동으로 영역을 넓힘에 있어서 앞으로는 ‘선악판단’까지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인공지능의 지적 능력만큼 도덕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렇지 않은 인공지능이나 로봇은 SF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살인병기’와 다를 바 없다고 주장한다. 앞으로 미래 사회에 인류와 인공지능 그리고 로봇이 공생하는 시대에는 이들 모두 인류 못지않은 도덕적 관념 혹은 인류보다 더 우수한 도덕적 관념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또 이는 도덕엔진을 탑재함으로서 가능하고, 이 도덕엔진은 우리가 생각하는 도덕 개념의 여러 가지 상충되는 문제들을 충분히 검토해 탑재돼야 한다고 저자와 역자는 주장하고 있다.

인공지능과 도덕, 이 두 가지 상이하면서 난해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고 해서 책이 매우 어려운 것은 아니다. 어려운 개념과 이론이나 과학을 몰라도 쉽게 읽을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알고리즘이나 프로그램 같은 것이 아니라, 우리의 도덕관념이 어떻게 발전돼 왔는지,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한 분석들이 이뤄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배운 도덕이라는 개념이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인류 본연의 보편적 가치임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을 번역한 이시훈 교수는 “지식의 생산량과 기술의 진보와 그 속도를 가늠해볼 때 가치와 도덕적 판단이 가능한 인공지능의 출현은 머지않아 마주할 현실”이라며 “이 책은 그러한 사실의 현실적 구현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시훈 교수는 도쿄대학교 대학원, 미국 국립보건원NIT 박사 후 과정 등을 거쳐 2008년 가천대 길병원에서 교수로 재직중이다. 전문 분야는 분자 및 임상내분비학이며 주로 희귀질환의 유전체 변이에 의한 병인 규명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한편, 이 책의 저자 도쿄대 공학부 및 의학부 교수이자 도덕철학자인 정웅일 교수는 1964년 도쿄에서 태어난 재일교포 3세이자 의학박사다. 인공 뼈와 재활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인간에 대한 이해를 위해 도덕 분야에 대한 연구 업적이 많다. 주요 저서로 '왜 사람을 죽이면 안 될까?'와 '(동경대 한국인 뼈 박사가 알려주는) 장수혁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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