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굴 위한 영리병원인가

[기자수첩]

우려하던 일이 결국 터지고야 말았다. 주식회사처럼 투자를 받고 수익을 돌려주는 영리병원이국내서 처음으로 제주에 문을 열게 됐다.

녹지국제병원은 중국의 녹지그룹이 전액을 투자한 영리추구 병원이다. 여기에 우리의 의료자원을 합작한 구조가 된다.

지난 몇 년간 영리병원을 둘러싸고 찬반양론이 팽팽하게 맞섰다. 영리병원이 도입되면 의료보험체계가 무너져 의료비의 양극화와 상승만을 불러온다는 주장과 의료산업의 경쟁력 강화, 고용창출, 해외환자 유치 등을 위해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립했다.

사실 영리병원이 들어서면 공공성이 강한 우리나라 의료체계가 부익부 빈익빈 형태로 바뀔 수 있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다. 외국 자본을 앞세운 영리병원 허용 자체가 국내 보건의료를 민영화하기 위한 첫 걸음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의료계나 시민단체, 대중들은 거센 반발을 하고 있다. 모두가 우려하는 부분은 의료의 공공성이 무너지면 가난한 이들은 병원 치료를 제대로 받을 수가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영리병원은 기업처럼 이윤을 남겨 투자자에게 배당할 수 있다. 이는 결국 의사들은 돈 되는 치료에 집중하게 될 것이고, 능력있는 의사들은 영리병원에 몰리게 되면서 의료의 격차는 점차 커지게 된다.

이에 따라 의료보험 체계가 무너지는 일도 순식간이다. 의료계의 주장처럼 영리병원으로 인해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게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원희룡 지사는 외국인을 상대로 한다는 이유를 들어 조건부 개설을 허가 했다. 하지만 언제까지 내국인 진료금지가 이어질지는 알 수가 없다. 조건부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변경도 가능하다.

심지어는 제주도민들이 반대하고 있다. 제주도민도 의료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역차별 당할 수 있게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우리나라 헌법 제35조에 의하면 ‘모든 국민은 건강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명시돼 있다. 정부는 국민의 행복한 생활을 도와주고 보호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수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영리병원을 허용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또 오직 돈을 벌기 위해 운영되는 영리병원은 과연 누굴 위한 병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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