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임상심리학회(회장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최진영)는 지난 4월 12일부터 14일까지 3일간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봄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현재 한국 사회의 정신건강 문제와 관련된 최신 연구 및 치료적 개입에 대한 집중 논의가 이뤄졌으며, 국내외 임상심리학자뿐 아니라 의학, 법학, 통계학 등 다학제적 전문가가 참여한 가운데 개회사에 이어 발표된 기조강연으로 콜롬비아 의대 신경과의 아담 브릭만(Adam Brickman) 교수 연구팀이 수행하고 있는 최신 치매 연구를 소개했고, 다른 심포지엄에서는 범죄피해자의 심리적 지원, 직장에서 확대되고 있는 정신건강지원사업(일명 EAP)에서의 임상심리전문가들의 역할, 지적 기능이 저하된 인구를 위한 성인후견인 심리지원 프로그램 등 병원・지역사회・정부기관에서 이뤄지고 있는 임상심리 서비스에 대한 학술발표 및 토론이 심도있게 다뤄졌다.
■최근 사회적 문제들에 대한 해결 모델 제공
현재 한국 사회에서 중요한 이슈로 대두되고 있는 분노조절 및 범죄피해 심리지원에 대해 실제 활용 가능한 증거기반 심리치료 기법 및 실무교육이 진행됐다. 특히, 천재지변과 달리 인간에 의해 자행되는 강력범죄의 경우 그 외상적 경험의 영향이 막대해, 문제 발생 이후 정서적인 충격을 안정화하고 일상으로의 복귀적응을 돕는 심리과학적인 접근과 법률적인 지원이 시급하다는 점에서 임상심리전문가들의 개입이 매우 중요하게 고려된다.
이날 학술회의에 참여한 장은진(침례신학대학교 상담심리학과, 대전스마일센터장) 교수는 “심리학자로서 강력범죄 피해자들의 회복에 현실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방안과 함께 스마일센터와 같은 공익 목적의 기관 창설과 확대의 중요성을 환기하는 계기”라고 평가했다. 범죄피해 심리지원 워크숍은 훈련된 임상심리전문가 양성을 위해 본 학회에서 향후 지속적으로 운영한다고 밝혔다.
또한 마지막 날 개최된 공동교육 프로그램에서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최기홍 교수의 윤리교육 강의가 진행됐다. 최근 우리 사회를 휩쓸고 있는 미투(#MeToo·나도 고발한다) 운동과 관련해 심리치료 과정에서 윤리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시점에서, 국내의 정신건강전문가 중 이중관계 금지를 윤리규정으로 포함시켜 회원들에게 엄격하게 윤리기준 준수를 요구하고 있는 본 학회 윤리규정의 의의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그 밖에 성년 후견인에 대한 심리적 지원 방안도 논의됐는데 지난 2013년 7월 질병・장애・노령 등의 사유에 따른 성년후견제도가 시행된 이래, 서울가정법원의 성년후견개시사건 신청건수가 2016년 하반기 시점 537건이었는데 제도 시행 3년 만에 3배 가량 증가했다. 이에 후견인 재판업무를 담당해왔던 서울가정법원 김성우 부장판사를 초청해 성년후견인, 특히 친족후견인의 소진 및 스트레스 관리 등 심리적 서비스 지원의 필요성과 구체적 지원방안에 대해 심도 높은 논의를 진행했다.
■지속되는 높은 자살율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13년째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임상심리학의 사회적인 기여와 자살 기도자에 대한 전문적인 개입을 목적으로, 심리서비스 공익모델에 대한 심포지엄과 자살예방 전문성 강화교육이 진행됐다. 충북대학교 심리학과 유성은 교수는 최근 기존의 자살예측 시도들의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연구가 지속적으로 발표되고 있다고 말하면서, 자살위험평가 및 선제적 예방에 초점을 맞춘 전략적인 위기개입이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에 해당 강의에서는 높은 수준의 효과적인 자살예방과 관련된 기술이 집중적으로 교육되었으며 기존의 이론 및 실무에 더한 자살예방의 최신 지견이 제공됐다.
만연한 한국 사회의 자살 및 심리건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법도 소개됐다. 취약 계층의 트라우마 피해자, 비행 청소년 등 심리건강문제 고위험군에 대한 심리치료를 비영리적인 모델로 개발해온 사례들을 최현정(충북대학교 심리학과, 사회적협동조합 사람마음), 김윤희(신라대학교 교육학과), 이영희 대표(토닥토닥 협동조합)가 발표했다. 이와 더불어 토론자로 참여한 조현섭 교수(차기 한국심리학회장, 총신대학교 중독재활상담학과)는 “30여 년간 심리학에 헌신하며 사회적인 역할에 대해 늘 고민하는 임상심리학자로서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사회적 공헌의 방향성을 확인했다”며 소감을 밝혔다.
■한국 사회의 고령화와 치매 문제 /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최진영 교수
7~8년 후 우리에게 닥칠 초고령 사회에 대비하기 위한 심리학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노인들의 치매위험과 관련된 뇌기능을 정확히 측정하고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최신 기술과 연구도 소개되고 공유되었다.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 Taub Institute 아담 브릭만(Adam Brickman) 교수는 심포지엄에서 “중개 신경심리학(translational neuropsychology)과 인지노화”를 주제로 특별 초청 강연을 진행했다. 브릭만 교수는 이 강연에서 기억을 담당하는 뇌 구조인 해마에서 정상 노화와 알츠하이머 질환에서 구별되는 부피 감소를 변별할 수 있는 치매 검사를 개발했고, 항산화 작용과 혈액순환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진 카카오 플라바놀을 섭취하는 것이 해마에서 정상 뇌노화를 늦춰, 기억력 개선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를 소개하기도 했다. 토론에서는 최근 치매 치료제의 임상실험 실패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알츠하이머 질환을 임상 증상 없이 바이오마커로만 진단 시도 접근법의 시사하는 바에 대해 논의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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