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임산부 복용금지 의약품 3년간 11만건 처방

정춘숙 의원 "금기약 처방관련 심사시스템 개발·삭감·현지조사해야"

어린이나 임산부에게 투약하지 않도록 권고된 의약품이 의학적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 최근 3년간 11만건 처방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에는 함께 복용하지 못하도록 병용금지된 의약품 조합도 포함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올해 6월까지 의료기관이 ‘부적정한 사유로 금기의약품’을 처방한 건수는 총 11만 3986건에 달했다.

2013년 3만 5912건에서 2014년 2만 4499건으로 잠시 감소했다가, 2015년 2만 6396건, 2016년은 6개월 밖에 안 지났는데도 벌써 2만 7179건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12세 미만 아세트아미노펜·임산부에게 미분화프로게스테론 처방 최다

올해 들어 제대로된 사유없이 처방된 금기의약품 중 병용금기에서 ‘돔페리돈(domperidone) 성분과 메토클로프라미드(metoclopramide) 성분’조합의 처방이 지난 6개월간 6356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 조합의 처방은 심각한 심실성 부정맥의 가능성이 있어 금지되고 있다.

또 연령금기에서는 ‘아세트아미노펜젠피세립(acetaminophen encapsulated) 성분’의 의약품의 부적정처방이 6개월간 1,805건으로 가장 많았다. 해당 의약품은 12세미만의 아동에게는 처방이 금지된 의약품이다.

임부금기로는‘미분화프로게스테론(micronized progesterone) 성분’의 의약품으로 임부에 대한 안전성이 확립돼 있지 않아 임부들에게 처방이 금지되어 있지만, 지난 6개월간 1,069건이나 부적정한 사유로 처방됐다.

충남 논산 A병원 부적정 금기의약품 1위

가장 많이 금기의약품을 부적정한 사유로 기재해 처방한 의료기관은 충남 논산의 A병원으로, 2013년부터 2016년 6월까지 총 1,240건에 달했다. 충남 천안 소재의 B병원이 1173건, 경기 안양시의 C병원이 883건 순으로 뒤를 이었다.

A병원은 1240건이나 되는 금기의약품을 처방하는 동안 1237건은 처방사유 조차 기재하지 않고 처방했고, 나머지는 의미없는 단순숫자나 알파벳을 넣기도 했다.

A병원이 부적정한 사유로 가장 많이 처방한 금기의약품인 ‘맥페란정(metoclopramide성분)’은 병용금기 뿐 아니라 1세미만의 연령금기의약품으로 복통/설사변비, 호흡곤란, 의식장애 등의 부작용이 보고되고 있는 의약품이다.

정춘숙 의원은 "의학적 판단으로 금기의약품에 대해 처방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환자에게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금기의약품을 처방하면서도 사유 조차 기재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며 "금기의약품을 처방받는 환자가 왜 이 약을 처방받는지에 대한 사유조차 알 수 없다면 의사와 환자간의 신뢰관계가 쌓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심평원 또한 이러한 금기의약품의 부적정 처방에 대해 그동안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가 됐음에도, 여전히 수동적 조치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심평원에서 부적정한 사유로 처방되는 것에 대해 실시간으로 점검/판별할 수 있는 지식기반형 심사시스템을 시급히 개발하고, 부적정한 사유로 처방하는 의료기관에 대해 급여액 삭감 뿐 아니라 이에 대한 현지조사 실시 등 비금전적 패널티를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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