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의사 선생님)좋은 의사, 나쁜 의사, 돈 잘 버는 의사

임재현 원장의 <영화속 의학이야기>

허리 디스크 병이 걸린 당신 앞에 두 명의 의사가 있습니다. 한 명의 이름은 햄릿이고, 다른 한 명은 돈키호테입니다. 만약 내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 두 의사 중에 한 명을 골라야 한다면 당신의 선택은 어떻게 될까요?

햄릿은 우유부단해서 선뜻 치료에 대한 결정을 못 내립니다. 친절하고 설명도 잘해주지만, 너무 환자 사정을 생각하다보니 생각이 많아진 겁니다. 오히려 환자에게 물어봅니다. ‘ 수술도 있고 비수술 도 있는데 어떤 것을 선택하시겠습니까?’

​돈키호테는 아주 까칠하고 불친절합니다. 환자 입장은 생각하지도 않고 무조건 본인 판단만으로 치료를 고집합니다. ‘ 당신 사정은 알 바 아니고, 당장 수술해야 해!’

​이 두 의사 중에 누가 나를 잘 치료할까요? 너무 극단적으로 보이겠으나, 한 번 고민을 해보자는 가정입니다. 의사에 대한 환자들의 여러 가지 생각을 잘 묘사한 일본 영화가 있습니다. 우리가 바라는 의사는 어떤 의사인지, 영화 <우리 의사 선생님>은 이런 고민을 안고 출발합니다.

초록이 회색 도시의 빈틈을 빼곡하게 메우는 계절입니다. 여름, 물기 촉촉한 일본 농촌을 배경으로 시골의사 이야기를 그린, 영화 <우리 의사 선생님>은 2010년 국내 개봉했던 니시카와 미와 감독의 작품으로 그해 일본 아카데미 10개 부문을 휩쓸며 호평을 받았던 영화입니다.

한적한 시골 마을, 오래된 간호사 오타케(요 키미코)와 마을 진료소를 지키는 닥터 이노(쇼후쿠테이 츠루베)는 마을 사람들의 전적인 신뢰를 받고 있습니다. 친절하기도 하며 마을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과 건강에 마치 가족 같은 관심을 쏟기 때문입니다.

도쿄에서 파견 나온 젊은 닥터 소마(에이타)는 잘나가는 병원장의 아들로 시골 진료소에서의 근무에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는 지금껏 봐왔던 의사들과는 다른 모습의 닥터 이노에게 진정한 의사의 모습을 보며 열심히 일합니다. 경영을 병원의 최우선으로 삼는 아버지와는 달리 의료의 참모습을 보게 된 것입니다.

​어느 날 닥터 이노가 갑자기 사라집니다. 그가 정성을 쏟던 위암 환자가 있었습니다. 그녀의 딸이 의사이지만, 딸에게 짐이 될까 싶어 그녀는 비밀로 하고 싶습니다. 닥터 이노는 그 녀의 딸이 나타나 그의 진료에 의문을 제기하자 처음에는 그 녀와의 약속을 위해, 위궤양이라고 거짓말을 합니다. 하지만 위암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를 바라는 닥터 이노는 진실을 남겨둔 채 도망쳐 버린 겁니다.

그의 실종을 둘러싼 경찰의 조사가 진행되면서 그의 진실이 밝혀지기 시작합니다. 그는 의사가 아니었습니다. 의료기 회사의 판매 담당 영업사원으로 우여곡절 끝에 이 시골마을에 정착하게된 것입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마을 사람들은 그렇게 믿고 따랐던 닥터 이노에게 차가운 시선을 보내며 영화는 결말로 향해갑니다.

과연 마을 사람들이 원한 것은 좋은 의사 이었을까요? 아니면 진짜 의사 이었을까요? 영화는 의사의 참 모습에 대한 화두를 던집니다. 우리는 의사의 본 모습 보다 그 포장에 더 관심을 갖는 것이 아닐까하고 말이지요.

러시아 소설가 투르게네프는 그의 에세이에서 사색형 인간 햄릿과 행동형 인간 돈키호테에 대한 분석을 하였습니다. 햄릿은 회의적이며 우유부단한 성격의 인간형으로,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생각을 통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지만 너무 많은 생각 탓에 쉽게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반면, 돈키호테는 현실을 무시하고 공상에 빠짐으로써 자기 나름의 정의감으로 저돌적으로 행동하는 성격의 인간형으로 보았습니다. 일을 밀어붙이는 추진력이 있지만 즉흥적인 감정이나 성급한 결정으로 시행착오를 되풀이 할 수 있다는 것이 흠입니다.

의사도 마찬가지 적용을 해볼 수 있습니다. 친절하고 자상한 의사, 하지만 우유부단하여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합니다. 차갑고 냉정한 의사, 실력은 좋으나 정이 없습니다. 이 두 가지의 경우에 어떤 의사가 좋은 의사라고 할 수 있을까요? 네, 물론 정답은 친절하고 실력이 좋은 의사겠지요.

의사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많습니다. 착하고, 친절하고, 설명도 잘해야 하고, 판단력도 좋아야하고, 결단력도 있어야하며, 용기와 실력을 갖추어야합니다. 모든 의사가 이러하지는 못하겠지만 의사들이 가지도록 노력해야할 자질입니다.

​요즘은 한 가지 더 필요한 덕목(?)이 있습니다. 돈 잘 버는 의사입니다. 향후 우리나라를 먹여 살릴 먹거리로 의료 산업이 지목되고, 의사들은 훌륭한 경영인이 되어야하는 한 가지 더의 자질을 요구 받고 있습니다. 대학 병원도 개인 병원도 이제는 기업입니다. 기업에서 일하는 의사들의 어깨가 무겁습니다.

​문제는 포장입니다. 환자들의 바라는 모습에 따라 의사들은 변해갑니다. 영화 <우리 의사 선생님>의 마치 돌팔이 의료기 영업사원이 마을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훌륭한 의사, 닥터 이노로 변신해가는 것처럼 말이지요.

​닥터 이노는 말합니다. “날아오는 공을 다시 받아 던졌을 뿐이야. 그렇게 다시 던지고, 또 날아오는 공은 받아 다시 던지다보니 여기 까지 오게 된 거지”라고 말입니다.

​혹시 여러분들은 의사를 판단할 때 무엇을 보십니까? 화려한 학력과 경력, 환자를 휘어잡는 유창한 말솜씨, 멋진 병원 시설 등을 보십니까?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내 몸을 맡길 의사를 고를 때, 품성과 실력을 꿰뚫어 볼 수 있는 혜안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 까요?

반짝거리는 포장지에 잘 싸여진 의사들이 쏟아져 나오는 시대입니다. TV를 틀면 모든 채널에서 의사들이 저마다 입담을 과시합니다. 과연 좋은 의사를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환자들이 바라는 것은 진정성입니다. 정말 나를 가족처럼 치료해 줄 수 있는 의사, 화려한 포장이 아닌 숨겨진 진실한 마음을 가진 의사, 그리고 멋진 실력이 검증된 의사, 여러분 곁에는 이런 의사가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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