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항암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 치료 불응성 고형암을 극복하기 위해 한국과 미국 연구진이 차세대 방사성의약품과 인공지능(AI)을 결합한 새로운 치료 기술 개발에 나선다.
서울아산병원은 소화기내과 명승재·핵의학과 오승준·종양내과 유창훈·병리과 정병관·유방외과 손병호 교수팀이 보건복지부 주관 '2026년도 연구중심병원 한미혁신성과창출R&D 신규 지원사업'에 선정돼 치료 불응성 고형암을 대상으로 한 AI 기반 방사성 치료 플랫폼 개발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내 대형병원이 보유한 대규모 임상·병리 데이터와 미국 연구진의 AI·디지털 병리 기술을 결합해 치료제 개발에서 환자 선별, 치료 반응 예측까지 연결하는 정밀의료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연구에는 미국 에모리대학교를 비롯해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 대학교, 유니버시티 호스피탈스 클리블랜드 메디컬센터 등이 참여한다. 서울아산병원은 이들 기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차세대 방사성의약품과 AI 기반 암 정밀의료 기술을 개발하고 글로벌 공동연구 역량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위암·대장암·췌장암·유방암 등 고형암은 암세포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 섬유아세포, 면역세포, 혈관 등이 복잡하게 얽힌 종양미세환경을 형성한다.
특히 종양 주변이 섬유화되면 치료제가 암세포까지 제대로 도달하기 어려워지고, 암세포의 치료 저항성이 높아질 수 있다. 이 때문에 기존 항암치료에 충분히 반응하지 않는 치료 불응성 고형암은 치료가 어렵고 선택할 수 있는 치료법도 제한적인 경우가 많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암세포와 종양미세환경을 동시에 표적하는 방사성 치료 기술을 개발한다.
연구의 첫 번째 축은 '복합 표적 방사성 치료 기술(C-TRACER)'이다. 암세포에서 주로 발현되는 CLDN18.2와 종양미세환경의 암 연관 섬유아세포(CAF)에서 증가하는 LRRC15를 각각 주요 표적으로 삼는다.
연구팀은 두 표적을 기반으로 치료용 방사성동위원소를 적용한 방사성 치료제 후보물질을 개발하고, 종양 표적성은 물론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단계적으로 검증할 예정이다.
두 번째 축은 AI 기반 동반진단 기술인 'CATCH'다. 연구팀은 환자의 디지털 병리영상과 공간오믹스 데이터, 임상정보, 전임상 치료 결과 등을 AI로 통합 분석한다. 이를 통해 암 조직에서 치료 표적이 얼마나 발현되는지뿐 아니라 종양미세환경의 특성까지 정량적으로 분석하고, 방사성의약품 치료에 적합한 환자를 선별하는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특히 공간오믹스 기술을 활용하면 암 조직 안에서 특정 유전자나 단백질이 어느 위치에 얼마나 분포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연구팀은 여기에 AI 분석을 접목해 환자별 종양 특성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치료 반응을 예측한다는 구상이다.
결국 이번 연구는 '어떤 치료제를 만들 것인가'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어떤 환자에게 효과가 있을 것인가'까지 함께 판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서울아산병원은 방사성 치료제 개발과 AI 기반 동반진단 기술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연계함으로써 임상시험 대상 환자를 보다 정밀하게 선별하고, 치료제 개발 과정의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개발 위험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명승재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이번 연구의 차별점은 새로운 방사성의약품을 개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AI를 이용해 어떤 환자에게 치료효과가 높을지를 함께 예측하는 데 있다"며 "암세포뿐 아니라 종양미세환경까지 공략하는 새로운 치료법과 정밀한 환자 선별 기술을 결합해 치료 선택지가 제한된 고형암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기회를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과제에는 서울아산병원 연구진을 비롯해 동아앱티스, 지니너스, 에디스바이텍 등 국내 기업들도 참여한다.
서울아산병원은 이번 한미 공동연구를 계기로 방사성의약품과 AI 기반 정밀의료 분야의 연구 역량을 더욱 확대하고, 향후 국제 특허와 임상연구, 기술사업화 등 글로벌 연구 성과로 이어지는 연구개발 체계를 구축해 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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