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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이 아니잖아...

  • 고유번호 : 813
  • 작성자 : 손상대 기자
  • 작성일 : 2007-02-12 07:50:30

(76)무단침입


술을 마시는 주당이라면 누구든지 자의건 타의건 간에 한번쯤은 실수를 하게 돼있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아마도 우리와 흡사한 실수를 경험한 사람도 있을 것으로 생각한
다. 자칫하면 남의 집 무단침입으로 쇠고랑을 찰 뻔한 일이 있었다.
시골 초등학교 동창 한명이 공인중개사 자격을 취득한 기념으로 술을 한잔 산다면서 경기도
부천으로 몇몇 친구를 초대했다. 대학 졸업후 모임에서 가끔은 보아왔지만 공식적으로 초등
학교 친구들을 초대, 술 한잔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축하도 해주고 오랫만에 술도
한잔할 겸 퇴근후 부천의 약속장소로 나갔다.


토요일 오후 7시 부천역 광장 부근 갈비집에 초등학교 친구 4명이 모였다. 모두가 40대를
넘어선 나이라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못만난 탓인지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다보니 순식간에 12시가 됐다. 그때 우리를 초대한 친구가 “오늘 어차피 부천에
왔으니 우리집에 가서 한잔 더하고 가라”는 것이었다.


사실 결혼한지 십수년이 지났지만 그때까지 그 친구의 집에 가본 사람이 별로 없었다. 한
친구가 응수를 했다. “어차피 내일 쉬는 날이니까 이 친구 집에 가보자”는 것이었다. 의견
일치를 한 우리는 택시를 타고 오정동 모 아파트 앞에 도착했다. 지은지 오래된 것으로 보
이는 5층짜리 아파트였다. 아파트 입구에서 하이타이, 휴지등 몇가지를 준비하고 친구를 따
라 4층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문이 잠겨 있었다. 이친구 “이상하다 아까 집에 간다고 연락을 했는데 왜 문이 잠
겨있지”라고 중얼거리더니 문을 손으로 쾅쾅 두드렸다. 잠시후 문이 열리는데 잠이 덜깬
잠옷바람의 아주머니 한명이 현관문을 열어주고는 잽싸게 방으로 들어갔다.
우리는 당연히 친구의 집이거니 생각하고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아마 이때까지 친구는 자
신의 집으로 착각하고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이친구 큰 소리로 “여보 친구들 왔는데 술상
좀 차려 와”라며 여러 번을 외치는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방문을 열고 나오던 아주머니가 우리를 보더니 소스라치게 놀라며 비명을 지르는 것이 아닌
가. 그때서야 이 친구 “아니, 우리집이 아니네” 하며 자리에서 황급히 일어서더니 혼자서
밖으로 막 뛰쳐 나가는 것이었다.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감지한 우리들도 부랴부랴 뒤따라
밖으로 나왔다. 알고보니 옆동의 같은 호수에 들어간 것이다.


만약 그 부인이 우리를 보고 도둑이 들어왔다고 신고를 했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당연
히 무단주거침입으로 경찰서로 끌려갔겠지. 이 친구 나중에 집사람을 통해 그집을 알아보니
그집 역시 남편이 밤늦게 친구들을 끌고와 부인이 노이로제에 걸릴 정도라는 것이었다.


얼마나 그랬으면 누군지 확인도 안하고 문을 열어주고는 방으로 들어갔겠는가를 생가하니 우
리도 한심한 주당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우리는 그날밤 친구집에 주어야할 선물을 그 집에 두고 왔다는 것 때문에 그 아주머
니가 큰 욕은 안했을 것으로 위안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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