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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으로 자리 옮겨…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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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손상대 기자
  • 작성일 : 2007-02-27 21:22:03

<149>  짬뽕카바레 (上)


“어이 제대로 챙겨, 어슬픈짓 했다가는 다 잡은 고기 놓친다.”요즘 들어 가장 물이 좋다는 강남의 한 나이트형 짬뽕 캬바레.
한때 제비계에서 나름대로 손꾀나 돌렸다는 선배의 간곡한 요구에 이끌려 나는 이곳에 발을 들여놓고 말았다. 풍경으로 봐서는 솔직히 지루박, 탱고, 왈츠 정도 못하면 명함도 못내밀 정도로 남녀간의 댄스는 그야말로 예술이었다.
남자 손님 보다는 여자 손님들이 더 많은 것 같은 분위기여서 좋긴 했지만 사교춤에는 쑥맥(하수)이니 어찌 가시방석이 아니겠는가.


그래도 원님 덕분에 나팔분다고 감나무 밑에서 떨어질 연시만 쳐다보고 시간을 죽일 수밖에. 혹시 브루스라도 한판  땡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후루꾸(돌팔이 수준의 가짜)라도 한판 추어 볼 생각에 5분대기조 상태로 앉아 있었다.
술이 날라져 들어오고 몇 분 안돼 웨이터가 다가와서는 “사장님 사교춤 쫌 하십니까”라고 묻는 것 아닌가.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지만 나는 점잖케 “전혀 할 줄 모릅니다”라고 거절했다. 이 순간 무대 앞에서는 언제 엮었는지 선배의 예술이 극치를 달리고 있었다.


앞으로 돌렸다, 뒤로 돌렸다, 껴안았다 튕겼다 한 여자를 녹녹한 파김치로 만들더니 이내 자리로 모시고 왔다. 쾅쾅거리는 노래 소리에 앞사람의 말소리조차 들을 수 없는 상황에서 일단 양주 한잔을 마시고는 둘은 뭐라고 연신 조잘조잘 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잠시 다녀 오겠다는 사인을 보내더니 어디론가 사라졌다. 한참을 지났을까. 웨이터가 급히 오더니 자리를 옮겨 준다는 것이었다. 무슨 영문인줄도 모르고 웨이터 뒤를 따라갔다. 룸이었다. 문을 열자 그 방에는 선배와 여자 4명이 앉아 있었고 한 여자가 흔적이라는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좀 쉽게 말하면 선배가 이 여자들을 꼬셔 한판 놀아 볼 속셈이었다. 선배는 훈련된 프로급이라 상당히 자연스러웠다.


이 여자, 저여자 마치 물만난 고기처럼 신이났다. 허우대(외관상의 신체구조)  멀쩡한 놈이 춤을 못춰 내숭을 떨자니 그렇고, 그렇다고 책에도 없는 막춤을  추려니 이 또한 우스운 일이 아닌가. 보통 여럿 모이면 꼭 나같은 사람이 있기 마련인데 이 여자들은 준 프로급임을 한눈에 읽을 수 있었다. 그저 앉아서 박수치고 기쁨조 역할 외는 할 것이 없었다. 이때였다,
내가 유일하게 뽐낼 수 있는 노래 차례가 돌아왔다. 사실 아시는 분은 알겠지만 다른 것은 몰라도 노래수준만은 나도 프로급임을 인정받고 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하지 않았는가. 일단 노래로 분위기를 압도 한 후 전파를 강하게 보내는 여자를 택해 파트너처럼 놀겠다고 뇌파를 정리했다.
요즘 강남 아지매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도를 달리고 있다는 조항조의 ‘사나이  눈물’을 간드러지게 불렀다. 당연히 환호가 쏟아졌고 앵콜까지 이어졌다. 여자들이 꼴까닥 넘어간다는 ‘무효’에 이어 ‘남자라는 이유로’로 대미를 장식했다.


누군가 춤에 녹아나는 여자 있으면, 노래에 푹 삶기는 여자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분위기가 가파르게 상승곡선을 타고 있었다. 북 치면 장구 친다고 취기가 약간오른 한 여자가 집요하게 달라 붙기 시작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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