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야! 조교 술값 너가 내라

  • 고유번호 : 1205
  • 작성자 : 손상대 기자
  • 작성일 : 2007-02-27 21:20:48

<147>  쪽사발 선생(下)


야! 조교 술값 너가 내라


갑자기 양손을 흔들며 답례하는 듯 하더니 “아줌마 손님들 테이블에 각자 안주 하나씩 주세요 계산은 저가 합니다”며 일단 큰소리 쳤다.
그러자 마치 고기가 물만난 것처럼 순식간에 포장마차 손님들이 쪽사발 선생의 팬들이 되어 버렸다. 우리자리에 직접 와 “선생님 가곡 진짜 잘하신다”며 한잔을 따르고 가는 주당이 있는가 하면, 정중히 자신들의 자리로 모시고 가서는 하늘 끝가지 치켜 올리는 주포스맨도 있었다.


벤처기업에 근무하다보니 외국에 나갈 기회가 많았던데다 베트남에는 여러번을 갔다와서 인지 빠곰이 였다. 주당들의 묻는 말에 척척 대답을 하니 누군들 베트남 소재 음대교수로 믿지 않겠는가.
우리가 보기에는 아닌 것 같은데 구라따라 삼천리까지 능수능란하게 하니 같이 온 여자 주당들도 입을 헤 벌리고 빨려 들어오고 있었다. 상태로 봐서는 자칫하다가는 쪽사발 선생 입에서 “오늘 여기 먹은 것 다 내가산다”는 말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왜냐하면 예전에 한번 맥주 집에서 자기가 다 내겠다고 객기 부리다 며칠간 쓰린 속을 달래야 했던 경험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일단 브레이크를 밟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내가 옆쪽 테이블에 앉아 있는 쪽사발 선생에게 다가가 정중하게 “교수님 이제 저희들과 한잔 하시지요”라며 슬며시 끌어 당겼다.
참 조선놈은 뛰워주면 안된다고 하는 옛말이 하나도 다르지 않았다. 보통때 같으면 못이기는 척 하면서 끌려오던 놈이 되레 한수 놓는 것이었다.


“야! 교수님 여기서 한잔하고 금방 자리로 갈테니  너희들끼리 한잔하고 있어”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성질 같아서는 귓방맹이(볼테기)라도 한대 올려 주고 싶었지만 그래도 교수님이라 한 것 때문에 말 잘듣는 조교처럼 자리로 돌아왔다.
가곡 10곡을 연달아 하는 놈이 남의 말이나 듣겠는가. 그런데  약 20여분이 흐르니 어째 혓바닥 구겨진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아이쿠 큰일났다 싶어 강제로 끄집고 왔더니 그때서야 한다는 말이 가관이었다.


“야 손조교(세상에 이런 늙은 조교도 있겠는가 싶었지만 손님들의 시선이 베트남 조교로 보고 있으니 짹소리 못했음) 여기 얼마 안나왔을 텐데 너가 계산해 빨리”.
하느님 이럴때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래도 30년 우정이 더러워서 민족자본  17만5,000원을 내고 포장마차 기네스북에 등재한후 큰 길로 뛰쳐 나왔다. 또 한잔 하자고 매달리는 쪽사발 선생을 겨우 택시에 태워 집으로 돌려 보낸후 집으로 돌아왔다.


어찌 생각하면 우습기도 하고, 또 달리 생각하면 한심하기도 했다. 문제는 내가 건강상의 이유로 술을 마시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날을 겪어보니 술 안마시고 몇차까지 따라다니는 선천성 술통 미착용 환자들이 대견스럽기까지 했다.


다음날 아침 쪽사발 선생께 전화를 걸어 “야 대신 낸 술값 빨리 주라”고 했더니 답이 더 걸작이다. “교수님에게 한잔 샀다고 생각하면 되지 뭐 그런것 가지고 그러냐 남자가 소심하게 임마”하는 것이 아닌가. 하 하 하 웃음이 앞을 가로 막았다.



리스트
답글

[그림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


[ 300자 이내 / 현재: 0 자 ] ※ 사이트 관리 규정에 어긋나는 의견글은 예고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 현재 총 ( 0 ) 건의 독자의견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