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한여자의 비명소리가

  • 고유번호 : 1201
  • 작성자 : 손상대 기자
  • 작성일 : 2007-02-27 21:19:23

<145>  방갈로 사건(下)


한 여자가 비명을 지르며 사정없이 남자를 후려패는 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술에 절었지만 중간 중간 어디서 많이 듣던 목소리까지 들리곤 했다.
마누라 목소리였다. 옆에 보니 잠자고 있어야할 마누라가 없었다. 정신이 확 돌아왔다. 순식간에 뇌에는 수사관적 세포가 발동하기 시작했고 사건 유추는 불길하지만 유리한 쪽으로 전개되기 시작했다.


어떤 놈이 내마누라를 꽝꽝하고 있어 마누라가 엄청난 곤경에 처해 있다고 판단했다.잽싸게 일어나 옆 방갈로 이웃사촌들을 깨웠다. 아직 술이 덜 깬 상태여서 그런지 셋다 제대로 뛰지 못했다. 모래사장이라 헛다리를 짚기만 하면 자빠지는 것이었다.
겨우 헐떡거리며 소리나는 곳을 찾아 갔는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남자 여자가 방갈로 앞에서 울고 불고 난린데 후배 마누라는 헛소리 씩씩 해가면서 방갈루 안에서 “저 놈 죽여라”고 고함을 지르는 것이 아닌가.


에라 모르겠다. 가재는 게편이라고 자초지종을 묻기도 전에 그대로 이단 옆차기로 몸을 날렸다. 평소같으면 자빠지지 않을텐데 술이 덜깬 상태에다 착지지점이 모래사장이라 큰대자로 쓰러지고 말았다.
이 순간 “이 새끼 미친 놈 아니야”하더니 여자가 머리채를 잡고 늘어지는데 해골 껍질 벗겨 지는 줄 알았다나.
듣고 있자니 하도 어이없고 웃음이 나서 퀵퀵 거리며 소주 한잔을 들이켰다.
그러자 후배녀석 “선배님 나는 심각하게 얘기하는데 왜 웃습니까”하면서 뭐 좀 심각하게 들어 달라는 주문과 함께 이야기를 계속이어 갔다.


하여간 사건이 더 이상 확대되는 것을 막기위해 같이 달려간 이웃사촌들이 뜯어 말렸고 싸움은 진정 국면으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방갈로 안에 앉아 있는 마누라는 밖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조차 모르는지 갑자기 남편을 보더니 “저놈이 우리 방갈로 안에 들어와 나를 겁탈하려 했다”며 1차 방어자세를 취했다.
후배의 머리통은 또 혼란스러워졌다. 마누라가 제발로 걸어 들어 갔는지, 아니면 저놈이 우리 마누라를 어째보려고 끌고 들어갔는지 헷갈릴 정도였다.


일단 잠결에 놀라 일어나 주시하고 있던 구경꾼들에게 머리조아려 용서를 구하고 잠자리로 돌려 보낸후 조용히 스토리를 들어보니 얼굴을 들수가 없었다.
상대편 여자 왈 횟집에서 여럿 친구들과 술을 마시는데 술에 취한 약혼자가 먼저 방갈로에 들어가 자겠다고 나간후 두시간쯤 지나 방갈루에 와보니 처음본 여자와 누워 있더라는 것이다.(자세는 상상에)
얼마나 열이 받았으면 자기도 다짜고짜 남자를 발길로 걷어차 버렸다며 아무일이 없었다고 한 말씀 하더라나.


공포의 첫날밤 폭풍우는 그렇게 지나갔고 성질이 머리끝까지 치민 후배 녀석은 손이 발이 되도록 싹싹 비는 마누라를 태우고 하루 저녁 휴가를 추억삼아 서울로 되돌아 왔단다.
그러나 병이 도졌는지 알리바이는 인정하겠는데 도저히 상상속의 방갈로 풍경은 지워지지 않는다는 하소연을 했다.
나는 그날 점잖게 한마디 했다. “그것은 모두 네 잘못이지 마누라 잘못은 아니니라. 평소 실력을 파악하지 못한데서 비롯된 것이니 쓸데 없는 상상은 술로 푸는 것이 장땡”이라고.



리스트
답글

[그림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


[ 300자 이내 / 현재: 0 자 ] ※ 사이트 관리 규정에 어긋나는 의견글은 예고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 현재 총 ( 0 ) 건의 독자의견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