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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티만 걸친 남자옆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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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손상대 기자
  • 작성일 : 2007-02-27 21:18:22

<144>  방갈로 사건(上)


일시-2002년 8월 3일 토요일 새벽 2시14분, 장소-강릉경포대 해수욕장, 사건명-여성취객 남자 방갈로 침입. 간단하게 줄이면 이 정도고, 말을 길게 하자면 해수욕장에서 술 때문에 이혼 직전까지 갔던 엄청난 일을 겪어야 했던 한 여성의 웃지못할 인생 사건이다.
예전 같으면 3류잡지 같은 곳에 자주 회자되는 사건이긴 한데 실제 내 주변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니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아직도 그 당시의 후유증 때문인지 후배놈은 소주잔을 들때마다 손을 바르르 떤다. 8월 중순경 쯤이다.


퇴근시간을 맞춰 부산하게 움직이는데 휴대폰에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학교 후배녀석이 왠일로 전화를 걸어와 다짜고짜 “선배님 오늘 소주한잔 사주십시요. 사무실 앞으로 가겠습니다”하는 것이 아닌가. 주당이 주포스맨 심정 모를리 없는 처지라 무슨일이 있겠지 하고 나갔는데 아닌가 다르게 이런 야거(이야기)를 풀어 놓는것이 아닌가.
야거인즉 휴가지에서 생긴일이 도저히 이해가 안되며 아무일도 없었다는 말이 자꾸만 머리를 쥐어짠다는 것이었다. 그의 머리를 떠나지 않는 경포대 해수욕장 여성취객 남자 방갈로 침입사건은 이렇게 시작됐다.


룰루∼랄라 콧노래 부르면서 모처럼의 휴가를 즐기기위해 평소 친하게 지냈던 동네 이웃 세 가구가 지갑 두둑, 먹을 것 빵빵하게  싣고 꿈에도 그리던 경포대 해수욕장을 찾았다. 
미처 민박을 잡지 못해 임시방편으로 방가로 3개를 구했다. 여장을 풀고 바닷가에서 재미 있게 노는데까지는 좋았다. 남자 셋이 모이면 당연히 술판이 뒤따르는 것. 해가 저문 9시경의 경포대는 여전히 사람들로 북적거렸다(이런 유추는 내가 강릉에서 군생활을 했기 때문이 가능함). 곳곳에 삼삼오오 짝을 지어 노래를 부르거나 술판으로 한여름 밤을 달래고 있었다. 이들도 한잔 진하게 할 생각에 모래사장 한켠에 돗자리를 깔고 본격적인 술 죽이기 경기에 들어갔다.


바닷가에서 술 마시면 잘 안취한다는 주당들의 임상이 이를 증명하듯 이들도 평소에 비해 약간 오바 하고 있었다.
남녀불문 마시고 싶은 데로 퍼마신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내 마누라 니남편을 모를 정도로 이들의 기분은 띵호야였다. 자정이 넘어 자리를 파하고 방갈로로 들어갔다. 그리고 남자는 팬티차림으로(여자는 알아서 생각하시도록)잠자리에 들었다.


과하면 탈나기 마련, 새벽 1시가 넘어갈 무렵 2번 방갈로에서 잠자던 후배 마누라의 속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간단하게 오바이트 할 속셈으로 밖으로 나왔다. 후미진 구석에 앉아 꽥꽥 오리를 잡는데 얼마나 술이 취했으면 제대로 앉아 있기도 거북했다. 겨우 겨우 볼일을 끝내고 방갈로로 돌아오려는데 방향감각을 잊어버렸다.


그런데 문이 약간 열린 한 방갈로 안에 남편과 같은 팬티를 입은 남자가 보였다. 볼 것도 없이 남편일 것으로 믿고 그대로 들어가 팬티만 걸친 그 남자의 옆에 힘없이 쓰러졌다(보통 오바이트 하고 난후는 기진맥진 하는 경향이 많음). 그리고 한시간쯤 후 난리가 났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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