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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에 올라탔으니 내 마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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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손상대 기자
  • 작성일 : 2007-02-27 21:42:29

<169> 마누라와 아들


3403호에서 약속한대로 후배녀석이 술취한 상태로 여자화장실에서 찢어온 내용을  공개키로 한다. 어찌 보면 별것 아니지만 그래도 한번 씩 웃고 지나갈 수 있는 것쯤은 된다.
또 여자화장실에서 거시기까지 보여주고 얻은 것인데다 술자리에서 깨소금처럼 사용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서다.
김삿갓이 금강산을 찾아가다 허름한 주막집에 들러  걸죽한 막걸리 몇 사발을 마시다 보니 깜빡 강을 건넌다는 것을 잊고 말았다.


술판이나 노름판에 앉으면 도끼자루 썩는 것 모른다고 했는데 김삿갓도 예외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불그스레한 얼굴로 발걸음을 재촉해 강가에 다 달았으나 하루 한번 다니던 배는 이미 떠난 뒤였다.
어차피 입에 댄 술 내일가면 된다고 생각하고 다시 주막집으로 발길을 돌리려는 순간 저만치에서 여인의 음성이 들려왔다.
“여보시오, 어서 내 배를 타시오!”


소리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왠 여인이 자신을 향해 노를 저으며 다가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고맙기도 했지만 그 사공이 여자라는 것 때문에 은근슬쩍 작업(이 시대의 작업은 말을 걸어보는 것 정도임)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갑자기 솟구쳤다.
“배를 태워 준다니 무척 고맙구려.”
김삿갓은 의미심장하고도 야릇한 웃음을 지으며 배에 올랐다.


그런데 배를 타고 가던 중간에 노를 젓고 있는 여인의 옆모습을 보니 마치 자기 마누라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 순간 자신도 모르게 김삿갓은 “여보, 마누라!”하고 불렀다.
그러자 여인은 깜짝 놀라며 대꾸하기를, “어머 망측해라, 내가 왜 당신 마누라요?”
잠시 마누라 생각에 빠져 있다 저지른 실수라 또 거나하게 한잔한 상태라 딱히 뭐라고 대답할 말이 없어 잠시 머뭇하다가 이렇게 얼버무렸다.


“지금 내가 당신 배에 올라타고 있지 않소, 그러니 당신이 내 마누라가 아니고 무엇이겠소?”
김삿갓의 이 말에 여인도 뭐라고 대꾸할 말이 궁색해졌다. 배를 공짜로 태워주고 졸지에 마누라가 됐으니 한편으로는 우습기도 했지만 모르는 척 열심히 노만 저었다. 김삿갓은 노를 저어면서 연신 실룩실룩 거리는 여인의 엉덩이를 타고 올라가는 곡선을 보니 수년을 써먹지 않았던 거시기가 꼼지락거리기 시작했다. 머리 속으로 온갖 공상을 그리기 시작했다.


순간 배는 강 건너 나루터에 도착하고 말았다. 닭 쫓던 개 지붕 처다 본다고 얻어 탄 배다보니 꼼짝없이 내려야 했다.
“자 고맙소이다, 당신 배를 잘 탄 덕분에 무사히 강을 건너 왔구려.”
인사를 건네고 배에서 내려서는 순간 여인이 김삿갓의 등에다 대고 이렇게 외쳤다.
“그래, 조심해서 가거라 내 아들아!”


김삿갓이 어이가 없다는 듯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마누라 내가 왜 당신 아들이란 말이오?”
여인은 피식 웃으면서 대답했다.
“지금 내 배안에서 나 갔으니 내 아들이 아니고 무엇이요?”
이 말을 듣자 김삿갓은 술이 확 깼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년이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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