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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석 그여자 테이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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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손상대 기자
  • 작성일 : 2007-02-27 21:39:58

<167> 반누드 취침(中)


바지를 반쯤 내린 상태에서 문을 열어놓고 좌변기에 걸터앉아 졸고 있는 것이 아니던가.
이런 상황을 여자가 보았으니 비명소리를 지를 수밖에(볼 것은 다 보았는지 궁금). 내가 듣기에도 여자의 비명소리는 제법 크게 들렸다.
그런데 내가 도착했을 때까지도 그 여자가 봤을 법한 그 자세 그대로였다.


황당하다 못해 웃음이 나왔다. 냅다 머리통을 쥐어박았다. 깜작 놀라 일어서더니 동물적 감각으로 바지를 끌어올리려는 순간 혁대 있는 부분을 잽싸게 잡았다. 그리고는 빨리 마무리하고 나오라며 냅킨을 건네주고 밖으로 나왔다.
약 1분후 후배녀석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자리로 돌아왔다.


전후 사정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평소에도 술을 마시면 잠을 이기지 못하는 스타일이라 언젠가는 주잠(술+잠) 때문에 사고 칠 놈으로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어찌 그런 일이 벌어질 줄이야 누군들 알았겠습니까.
현장을 목격한 그 여자는 몇 번째 건너 자리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있으면서도 연신 우리 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혹시나 하고 눈을 돌리면 정확하게 눈이 마주쳤다. 감으로 봐서는 후배 녀석의 그 장면을 이야기하고 있는 듯 했다.


후배 녀석이 한심해서인지, 아니면 뻔번해서 인지, 그것도 아니면 볼 것 다 봤으니 침을 흘리고 있는 중인지 하여간 1분에 한번 꼴은 우리쪽에 시선을 고정화 시켰다.
그 때 후배녀석이 주머니에서 종이 두 장을 꺼내더니 “선배님 이것 한번 읽어 보십시요. 술 이야기에 한번 쓰면 주당들이 좋아 할 것 같습니다”며 나에게 건냈다.


그 종이에는 김삿갓이 여자사공과 주고받는 웃기는 이야기가 실려있었다(궁금하겠지만 다음에 공개할 예정임). 고마웠다. 반 누드를 보여줘 가면서까지 나를 위해 자료제공을 하려했다는 그 기특함에 맥주 한잔을 따라주고는 장난기를 발동시켰다.
“야! 너 이쪽으로 가까이 와봐.”


후배녀석은 뭐 대단한 것인 줄 알고 찰싹 달라붙으면서 귀를 내 입가까이로 들이밀었다.
“너 말이야 저쪽 테이블에 여자 세 명이 앉아 있지 응.”
“예 선배님.”
“저 중간에 앉은 여자가 아까부터 계속 너를 쳐다보는데 왜 그러는지 내가 맥주  두병을 배달하라고 할테니 너는 찾아가서 ‘무조건 아까 너무 미안했습니다’ 라고 만 하고 와라.”
“아니 선배님 제가 뭐 잘못 한게 있습니까.”


“아니야, 이건 작전이야. 내가 하라는 대로만 하면 너는  그냥 대어를 건질 수 있다”고 꼬셨다. 잠시 후 맥주 두 병이 정확히 배달됐다.
때를 같이해 후배녀석 일단 옷 매무시를 만지더니 성큼 성큼 그 자리로 가서는 머리를 조아리며 뭐라고 중얼거리는 것이었다.


한 칼에 문전박대를 당할 줄  알았는데 아니 그 반대가 아닌가. 여자들이 오히려 자리까지 내주며 앉으라고 하는 것이었다.
잠시 후 박장대소를 하는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마도 현장을 목격한 여자가 조금 전 상황을 설명한 것 같은 분위기였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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