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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에서 졸다 만난 여자

  • 고유번호 : 1247
  • 작성자 : 손상대 기자
  • 작성일 : 2007-02-27 21:39:19

<166> 반누드 취침(上)


그래도 술잔 몇 순배 정도 돌릴 줄 안다면 적어도 술에 얽힌 재미있는 야사 서너개는 꿰차고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뭐 꼭 와이담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특히 술판에서의 재치 있는 야사는 엔돌핀을 생성케 하는 것은 물론, 분위기 고조에도 보약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웃기는 것은 165회에 걸쳐 술이야기를 연재해오면서 가끔 이태백, 김삿갓, 범질, 유령, 도연명, 죽림칠현, 위무공, 이강숙, 윤회, 남수문, 정철, 오도일 등 당대에 내노라하는 술 예찬론자들의 이야기를 양념처럼 잘 조화해 내보냈었다.
그런데 유독 주당들이 김삿갓의 이야기에 관심을 많이 갖는 것은 아마도 순간의 재치가 돋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개 눈에 변밖에 안보인다고 하루는 2차 입가심을 위해 합정동에 위치한 한 주점을 찾았을때다.
평소 술이 약했던 후배가 이 주점의 까다로운 화장실 구조 때문에 여자화장실을 들어가서 생긴 일이다. 일이 안 풀리려니 들어간 화장실에 화장지가 없었던 것이다. 그것도 이미 볼일을 다 본 상태에서 말이다.


이를 어쩌나 하고 고민하던 후배. 고개를 드는 순간 그의 앞에 구세주처럼 나타난 것은 문짝에 붙은 A₄용지 두장이었다.
일단 문제 해결을 위해 오른손으로 뜯었는데 그 종이에는 심상찮은 글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항문근육을 풀고 눈꺼풀을 제대로 들쳐 자세히 읽어보니 이게 웬일인가. 김삿갓의 야사를 적은 놓은 것이 아니던가.


그래도 후배 주당 대견한 일을 했다고 해야하나. 볼일 후 사용하려던 당초의 계획을 수정해 그 종이는 주머니에 구겨 넣고 핸드폰을 걸었겠다.
세상에 공짜 없다고 후배녀석 휴대폰을 걸어 나보고 냅킨을 한 뭉치 들고 여자화장실로 오라는 것이 아닌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남녀 공용일 것으로 믿고 냅킨을 한 뭉치 몰래 들고는 화장실로 향했다.


그런데 화장실 가까이 갔을 때 나는 좌회전을 하면 남자화장실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혹시나 싶어 일단 남자화장실에 들어갔다.
그리고는 조용히 “어여! 오데 있노”를 외쳤다. 인기척이 없었다. 그러나 확인이 필요했다.
혹시 술이 취해 들어간 여자 화장실에서 못나올 상황이 된 것인지, 아니면 여자 화장실에서 술 취한 여자 등을 두드려 주고 있는 것인지 여러 각도로 생각해보고는 조심스럽게 여자화장실로 발길을 옮겼다.


순간 여성 한명이 화장실로 들어가고 있었다. 일단 앞선 오른쪽 발을 멈췄다. 그 순간 여자화장실에 들어간 여자 손님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아이쿠 큰일 났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남자화장실에서 나오는 것처럼 연기를 하면서 “왜 그러세요”라고 물었다.


그 여자왈 “아저씨! 여자화장실에 벌거벗은 남자가......”하면서 화장실을 빠져나갔다.
에라 모르겠다 무슨 문제가 생겼구나 싶어 다급히 여자 화장실로 들어갔는데 기절초풍할 일이었다.
아 글씨(글쎄) 이놈이 이런 자세로 있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여자 화장실에서 문을 열어 놓고 말이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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