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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죽이려면 나를 죽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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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손상대 기자
  • 작성일 : 2007-02-27 21:37:52

<164> 김삿갓 배꼽잡다


인사동에서 오랫만에 김삿갓 동생 같은 주당선생을 만났다. 생긴 것 자체가 걸작인데다 마치 자신이 김삿갓인 듯 착각하고 살아가는 그런 사람이라고 할까. 막걸리 한잔 놓고 걸죽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데 한가지 솔깃한 것이 있었다. 혼자 듣고 덮어두기에 아까운 듯 싶어 여기에 그 내용을 한번 틀어 놓을 까 한다.


김삿갓이 강원도 어느 지방을 지나가다가 주막에 들렀는데 옆자리에 앉은 남정내들이 술에 취해 하는 말을 엿듣게 된다. 야거인즉슨(이야기인 즉) 한남자가 두 여자를 거느리고 살면서 벌어진 일이다. 주인공은 30대의 백만수라고 하는 행복에 빠진 사내의 이야기다.
막걸리 한사발을 단숨에 들이킨 백만수왈  “참 큰 고민이야, 어찌된 일인지 큰마누라 작은 마누라 둘이서 하루도 빼놓지 않고 으르렁대니 내가 중간에서 살수가 있어야지.”


그러자 그것도 부럽다는 듯이 바라보든 친구왈 “만수 이 사람아! 나는 서른이 넘도록 아직 장가도 못갔는데 자네는 여자를 둘씩이나 데리고 살면서 매일 만나기만 하면 누구 약올리는 것도 아니고 호강에 겨운 소리만 하는가.”
또 다른 친구 “그러게 말이야 마누라가 둘이니 오늘은 큰마누라, 내일은 작은 마누라를 번갈아 가며 품고 잘 수 있으니 얼마나 큰 행복인가 말일세.”


그러자 백만수는 “친구들 그런 소리들 말게나. 오늘은 어떤 일이 있었는지 한번 들어보면 다시는 그런 소리 못 할걸세.”
옆에 있는 김삿갓이 이 말을 듣는 순간 갑자기 궁금증이 유발하기 시작했다. 일단 막걸리 한 사발을 벌컥 벌컥 마시면서 엉덩이를 그들 쪽으로 밀치고는 귀를 쫑긋 세웠다. 백만수와 살고 있는 두 마누라는 사이가 좋지 않아 거의 매일 다투는데 오늘은 눈을 뜨자 말자 마당에서 서로 머리채를 잡고 대판 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이를 바라보고 있던 백만수, 도저히 보다못해 싸움에 끼어들었겄다.


그런데 막상 싸움에 끼어 들고 보니 누구 편을 들어야 할지 난감했다. 이왕에 끼어 든 것 누구라도 한명은 나무라야겠다고 생각을 정리한 백만수 일단 작은마누라 머리채를 움켜잡고 방으로 들어가 호통을 쳤다.
“나이도 어린것이 어디 윗사람한데 바락 바락 달려드는 것이야, 너 오늘 나한테 죽어봐라.”


백만수는 작은마누라의 윗저고리를 잡고 있는 힘을 다해 작은마누라를 방바닥에 쓰러뜨리려는 순간 탐스런 젖무덤이 옷 사이로 비집고 나왔다. 그 순간 백만수의 욕정이 큰 자극을 받고 말았다. 참다 못한 백만수 결국 식전부터 작은마누라를 껴안고 일을 보게 된 것이다.
한창 열이 오를 무렵 큰 마누라가 방문을 벌컥 열고 들이닥쳤다.


가관이었다. 혼을 낸다고 들어간 백만수가 큰일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던가. 순간  큰마누라의 눈은 휘둥그래졌다. 100도 이상으로 열받은 큰마누라는 백만수의 등덜미를 낙아 채면서 이렇게 소리쳤다.
“이 잡것들아.” 그러고는 백만수를 향해 “이 잡놈아 그런 식으로 죽이려거든 차라리 나를 죽여라, 나를 죽여.”


이 말을 듣는 순간 김삿갓은 배꼽을 잡고 웃었단다. 나도 별수 있겠는가 인사동이 떠나가라고 웃었지. “재밌지 재미 없으면 다시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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