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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끊으면 ‘이망’ 여자 끊으면 ‘삼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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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손상대 기자
  • 작성일 : 2007-02-27 21:36:14

<162> 너희가 사망을 알아


새해들어 오랫만에 주당들에게 기쁜 뉴스 하나가 발표됐다. 지난달 30일 일본의 니혼의과대학 노인병연구소가 “술이 약한 사람들은  술을 잘하는 사람들과 비교해 치매에 걸리기 쉽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주당 및  주포스맨들의 박수와 함성 소리가 설날 전국 곳곳에 메아리 쳤다.
사실 그 동안 주당과 주포스맨들이 술을 마시는 합리적 이유를 과학적으로 변명하기에 마땅한 것이 없었다. 술 하면 무조건 ‘건강에 해로운 것’ ‘백해무익한 것’등의 수식어가 따라붙었기 때문에 변명은 곧 꼴불견이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술 때문에 뭐라고 하면 무조건 “치매 예방을 위해 마신다”고 역설하길 바란다. 조금은 유치하고 뺨때기 맞을 일이지만 그래도 치매에 걸리는 것 보다 안 걸리는 것이 더 낳은 것이 아닌가.
몇해전 일이다. 지리산 계곡에서 7순이 넘은 듯 한 주당 옹과의 조우로 인해 하산길에 막걸리 한 사발을 대접할 기회가 있었다. 왜 굳이 그날을 회상하는가 하면 아마도 그 주당 옹이 일러주신 한마디가 인생사가 흘러가는 것이 아닌가 싶어서다. 술의 미학이라고 할까. 


그날 옹은 이런 말을 들려주셨다. 춘향이 동네 허름한 선술집에 마주앉은 주당 옹, 막걸리 한 사발을 마시더니 첫 질문이 “젊은이 담배는 피우는가”였다. 담배가 필요해서 그런가 싶어 “예”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대답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럼 술은 좋아하는가”를 또 물어왔다. 역시 “예”라고 대답했다. 그것으로 끝날 줄 알았더니 뒤이어  “여자는 좋아하는가.”라고 묻지 않는가.


멈칫했다. 묻는 의도가 이상해서가 아니라 어른 앞에서 여자문제를 얘기하자니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에라 모르겠다 싶어 거꾸로 “영감님 남자 치고 여자 싫어하는 사람 있겠습니까”라고 긍정적인 면을 넌즈시 보였다.
약 5초간 눈을 지그시 감고 마치 도사 같은 인상을 하던 주당 옹이 이번에는 “목숨을 중요하게 생각 해본 일이 있는가”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건냈다. 뭔가 묻는 이유가 있겠지 싶어 “예 목숨이 붙어있지 않다면 담배, 술, 여자가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라는 답을 던졌다.


대충 마무리가 됐다싶어 목을 15도 각도로 틀고 막걸리 한 사발을 들이키는데 주당 옹 “젊은이 내가 왜 이런걸 묻는지 알겠는가. 내가 한가지 교훈을 일러주지.” 마치 공자 선생님 앞에서 일장연설을 듣는 듯 했다. 어찌 보면 지당하신 말씀이요, 인생교훈임에는 분명했다.
주당 옹의 말씀인즉 인간이 태어나 희·노·애·락을 즐기는 과정 중에는 담배, 술, 여자 이 세 가지가 많은 자극을 한다는 것이다.


철이 들어 술과 담배를 알게되고 이성에 눈이 뜨면서 여자를 알게되는데 인생이 피었다 시들어가는 길목에 서면 이런 것들을 멀리하게 된다는 것이 옹의 말씀이다. 바로 태어나 배운 것을 하나 하나 끊게되면 결국 생을 다한다는 것.


옹은 이렇게 말했다. “사람이 담배를 끊으면 일망이요, 술을 끊으면 이망이라, 여자를 끊으니 삼망이요, 목숨을 끊으니 사망이 아닌가. 인생 태어나 얼마나 살겠다고 배운 것을 끊으려 하는가. 인간이 죽고 사는 것은 하늘에 달린 것, 끊으려면 아예 배우지를 말지.” 그리고 둘은 자그마치 막걸리 9통을 마셨다. 기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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