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연달아 석잔 마시는 이상한 술문화

  • 고유번호 : 1223
  • 작성자 : 손상대 기자
  • 작성일 : 2007-02-27 21:29:24

<155>  접수하라 (上)


중국대륙을 접수하라. 단 하나의 몸일지언정 일벌백계의 정신으로 싸워라. 쓰러져 죽는 한이 있어도 절대 상대방 앞에서는 나약한 모습을 보이지 말라. 그리고 승리의 깃발을 꽂아라.
누가 시키지 않더라도 현실만 도래하면 곧바로 독립투사가 되는 것은 우리민족의 습성이 아닌가 쉽다. 다른 나라는 몰라도 중국이나 일본에게는 무조건 이겨야 된다는 생각이 앞서는 것은 내가 독립투사의 후손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선조 들이 총칼 앞에 맨몸으로 투항했다면 나는 술잔 앞에서 조국의 자존심을 지켰다 고나 할까(하하하).


얼마 전 중국에서 손님 3명이 찾아왔을 때다. 조선사람 아무리 없이 살아도 찾아온 손님 섭섭하게 보내지 않는다고. 마침 퇴근시간과 맞물린 터라 소주 한잔을 대접하겠다며 세 사람을 식당으로 안내했다.
익히 중국 선생들과는 중국현지서나 한국에서 여러 차례 술을 마셔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어지간히 고래가 아니면 깡으로라도 이길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 사람중 한 사람이다.


일단 3대1의 집중적인 공격을 피하기 위해 나도 직원 한명을 대동시켰다. 40도가 넘는 고량주에 길들여진 선생들이라 자신들의 스타일대로 술을 퍼마시면 순식간에 케이오 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술판이 벌어졌다. 마침 식당에 서빙하는 아줌마가 연변출신이라 이들이 좋아하는 안주를 갖다주라는 주문을 했더니 한참을 ‘진따아 자앙화 만따아 운도화’하더니 들어온 안주는 오겹살이었다. 중국인들이 쇠고기 보다는 돼지고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란다.


만남을 축하하기 위해 ‘위하여’ 보다는 손님 배려차원에서 ‘간베이’를 외치며 이슬을 적시기 시작했다. 하여간 국적을 막론하고 알코올이 내장을 적셔주기 시작하면 인간의 본성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중국서 경제 일간지 기자로 근무하고 있는 친구가 통역사에게 뭐라고 하더니 우리직원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마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중국인들의 독특한 술 문화중 우리나라 사람이 가장 부담을 갖는 것은 연거푸 석잔을 안주 없이 마시는 것이다(마시고 난 잔은 꼭 남기지 않고 마셨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상대편에게 바닥을 보여준다).
가장 친한 사람들끼리 마시는 주법이라고 하니 하는 수 없이 따라하지만 몇 번만 부딪히고 나면 속이 뒤틀리게 돼 있다. 이런 주법을 잘 모르는 우리직원이 서너차례 따라하더니 영 인상이 말이 아니었다.


보통 이럴때 지원 사격을 가해야 한다. 직원에게 잠시 바람을 쐬일 것을 주문한후 이번에는 내가 당신이 마음에 드니 간베이를 하자며 2차례 공격을 가했다. 진짜 글라스로 한잔 마시는 것이 낳지 연달아 6잔을 마시는 것은 곤욕이었다. 보통 이럴때 물러나면 계속 공격이 가해진다. 맥주를 시켰다.


우리나라에서는 반가운 사람을 만나면 꼭 폭탄주 한두잔을 준다며 소맥 폭탄주를 제조해 한잔씩 권했다. 처음 먹어보는 것이어서 인지 머뭇 머뭇 하는 순간 통역사를 시켜 한번에 원샷한 후 딸랑딸랑 해야만 마음이 전해진다며 한잔씩 쭈욱하라고 주문했다. 기분 같아서는 두 서너 잔만 더 마시게 하면 중국대륙을 잠재울 수 있을 것 같았다.
<다음호에 계속>



리스트
답글

[그림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


[ 300자 이내 / 현재: 0 자 ] ※ 사이트 관리 규정에 어긋나는 의견글은 예고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 현재 총 ( 0 ) 건의 독자의견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