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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치사하게 딱 한번만~

  • 고유번호 : 1219
  • 작성자 : 손상대 기자
  • 작성일 : 2007-02-27 21:27:53

<154>  딱한번 부탁 (上)


노래하고 춤추면서 흘린 땀이 소매 속을 파고드는 찬바람에 놀라 소스라 칠 무렵인 새벽 1시경. 일행은 노래주점을 빠져 나와 인근에 위치한 올갱이 해장국집으로 향했다.
“오빠 나 오늘만큼은 마음껏 취해보고 싶어요, 어떻게 얻은 자유인데 이렇게 허무하게 보낼 수는 없잖아요.”
“여보시오.당신 사정은 알겠지만 난 내일 출근해야 되는데.....”
“남자가 치사하게 딱 한번의 부탁인데 그것도 못 들어준단 말 이예요.”
“허허 이러시면 저가 입장이 곤란한데요.”(침 꿀꺽)이제 갓 마흔에 입성 한 듯 보이는 김여사의 애원에 대그룹에 근무하는 장부장이 출근을 핑계로 슬그머니 꽁무니를 빼고 있었다.


보통 때 같으면 서로의 처지가 뒤바껴 있어야 정상인데 이게 어찌된 일인지 김여사가 더 애원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도대체 어떤 감언이설을 늘어 놓았기에 이 여자가 이토록 목을 메는 것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보통 주당 같으면 이게 웬 떡이냐며 바로 작업에 착수 할  텐데 장부장은 흐르는 물에 수양버들 끝을 담근채 약만 올리고 있었다.그랬다.
김여사가 그렇게 집착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바로 장부장의 숨은 병기 위력을 노래주점에서 오형제로 실감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김여사를 만난 것은 식당에서 소주 몇잔을 걸치고 노래 주점을 찾아갔을 때다. 10여개쯤 되는 테이블은 이미 반이나 손님으로 채워졌고, 그 중의 반쯤은 밖에서 노래와 춤을 즐기고 있었다. 자리를 잡고 궁뎅이를 깔려고 하는 순간 장부장이 먹이를 발견한 독수리처럼 쏜살같이 밖으로 나갔다.
몸을 비실비실 꼬면서 곱상하게 생긴 여성쪽으로 가깝게 접근하더니 노래가 끝나기도 전에 작업을 완수한 것이었다. 그  짧은 시간에 어떻게 찰떡궁합이 됐는지 꼬시는 수단은 한수 위 였다. 어찌됐건 우리 자리가 아닌 그들의 자리로 팔려간 것으로 보아 더 큰 대어를 물고 올 것으로 나머지 주당들은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


훤칠한 키, 수려한 외모, 구라따라 삼천리의 언변이 주특기인 그가 패잔병으로 순수히 물러서 오리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않았다. 순간 우리노래 차례가 돌아왔다. 두 팀은 자연스럽게 한데 어우러 졌다. 고고도 땡기고, 블루스도 추고, 후루꾸 지루박도 밟으면서 갖은 똥폼을 다 잡았다. 니자리 내자리가 없어지고 짬뽕이 되는가 싶더니 누가 부탁을 했는지 합석자리가 만들어졌다. 마치 각본에 있는 것처럼 일사천리로 모든 것이 진행됐다.


이 순간 장부장은 김여사라고 소개하는 그 여성에게 찰싹 달라붙어 연신 뭐라고 조잘거리고 있었다. 가끔은 이마에 뽀뽀도 해주고 한마디로 살살 녹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가끔은 가까이 다가가서 먼산보듯 들어보면 둘은 꼭 사고를 칠 사람이었다.
“오빠 오늘 밤에 나를 죽여 줄 자신있어.”장부장이 침을 꿀꺽 삼키더니 “아무렴, 걸어서 집에  갈 생각은 아예 포기하는 것이 좋을 걸.”


김여사가 바로 되 받았다.
“큰소리 치는 사람치고 제대로 작업하는 사람 못봤다.”김여사가 더 적극적이었다. 몇년을 굶은 하이에나처럼 애절하게 매달리는 듯한 말을 심심찮게 내비쳤다. 조금 쉽게 말한다면 “날 잡아 잡수”였다. 둘은 연신 껴안고 얼굴을 부벼댔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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