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어눌해졌다 멀쩡해져도 위험…'미니 뇌졸중' 놓치지 말아야

일과성 허혈발작, 증상 사라져도 뇌졸중 위험 여전…발병 후 2일 내 위험 집중

김아름 기자 2026.10.29 11:07:59

말이 갑자기 어눌해지거나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졌다가 몇 분 만에 회복됐다면 안심해선 안 된다. 뇌혈관이 일시적으로 막혔다가 혈류가 회복되면서 증상이 사라지는 일과성 허혈발작(TIA) 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미니 뇌졸중'으로 불리는 일과성 허혈발작은 실제 뇌졸중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경고 신호다. 증상이 사라졌더라도 혈관 문제가 해결됐다고 볼 수 없는 만큼, 즉시 응급실을 찾아 원인을 확인해야 한다.

매년 10월 29일은 세계 뇌졸중의 날이다. 뇌졸중은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막히거나 터져 뇌세포가 손상되는 질환으로, 생명을 위협할 뿐 아니라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 국가데이터처의 2025년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뇌졸중을 포함한 뇌혈관질환은 우리나라 사망원인 4위를 차지했다.

특히 주의해야 할 것은 뇌졸중의 경고 증상이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경우다. 피로나 일시적인 컨디션 저하로 여기고 진료를 미루기 쉽지만, 이는 뇌혈류에 이상이 생겼다는 신호일 수 있다. 증상이 호전됐다는 이유로 방치하면 이후 뇌졸중이 발생하거나 이미 뇌경색이 진행된 상태를 놓칠 수 있다.

인천힘찬종합병원 신경과 박정훈 센터장은 "일과성 허혈발작이 발생했을 때 마비나 언어장애 증상이 금방 회복되는 것은 혈액 공급이 다시 이뤄지면서 뇌 기능이 돌아왔기 때문일 뿐, 혈관 문제가 완벽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라며 "뇌경색이 다시 올 수 있다는 중요한 전조 증상인 만큼 빨리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과성 허혈발작은 뇌혈관이 일시적으로 막히면서 마비, 감각 저하, 언어장애, 어지럼증 등의 증상이 나타났다가 회복되는 상태를 말한다. 뇌혈관의 죽상경화증으로 혈관이 좁아지거나 심장 또는 다른 혈관에서 생긴 혈전이 뇌혈관을 막으면서 발생할 수 있다.

문제는 증상이 사라졌다고 해서 위험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혈관이 다시 막혀 뇌혈류 차단이 지속되면 뇌세포가 손상되는 뇌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경우에 따라 생명을 잃거나 심각한 장애가 남을 수도 있다.

미국심장협회(AHA)가 2023년 국제학술지 *Stroke*에 발표한 과학적 성명에 따르면 일과성 허혈발작 이후 90일 이내 뇌졸중 발생 위험은 최대 17.8%에 달할 수 있다. 특히 이 기간 발생하는 뇌졸중의 거의 절반은 일과성 허혈발작 발생 후 2일 이내에 집중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질병관리청도 일과성 허혈발작을 경험한 환자는 장기적으로 일반인보다 뇌졸중 발생 위험이 약 5배 높다고 설명한다. 일과성 허혈발작을 단순히 지나간 증상으로 여겨서는 안 되는 이유다.

이미 뇌졸중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살펴야 한다. 미국심장협회는 일과성 허혈발작이 의심돼 응급실을 찾은 환자 가운데 약 40%가 MRI 검사에서 뇌졸중으로 진단된다고 밝혔다. 증상이 회복됐더라도 뇌영상 검사와 혈관 상태 확인을 통해 실제 뇌 손상 여부와 향후 위험을 평가해야 한다.

일과성 허혈발작의 증상은 일반적인 뇌졸중과 마찬가지로 갑자기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한쪽 얼굴이나 팔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감각이 둔해질 수 있고, 발음이 어눌해지거나 익숙한 단어가 잘 떠오르지 않을 수 있다. 한쪽 눈이 보이지 않거나 물체가 둘로 보이는 증상, 갑작스러운 균형 장애도 주의해야 한다.

뇌졸중 의심 증상을 빠르게 확인하기 위해서는 얼굴(Face), 팔(Arm), 말하기(Speech), 시간(Time)의 앞 글자를 딴 'FAST' 법칙을 기억해두는 것이 좋다. 얼굴 한쪽이 처지거나, 한쪽 팔에 힘이 빠지거나, 말이 어눌해지는 증상이 나타나면 발생 시각을 확인하고 즉시 응급 대응에 나서야 한다.

뇌졸중 의심 증상이 나타났다면 증상이 얼마나 지속되는지 지켜보거나 회복될 때까지 기다려서는 안 된다. 증상이 사라졌더라도 즉시 119에 신고해 응급실로 가야 한다. 직접 운전하지 말고, 처음 증상이 나타난 시각과 지속 시간, 이상이 나타난 신체 부위 등을 의료진에게 정확히 알려야 한다. 당시 환자의 말투나 움직임을 관찰한 보호자의 설명도 진단에 도움이 된다.

임의로 아스피린을 복용하며 진료를 늦추는 행동도 피해야 한다. 뇌출혈 여부 등 원인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약물을 복용하면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병원에서는 뇌졸중이 이미 발생했는지,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힌 원인이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해 여러 검사를 진행한다. 뇌 CT나 MRI로 출혈과 뇌경색 여부를 확인하고, 혈관조영술이나 경동맥 초음파 등을 통해 뇌와 목 혈관의 협착 여부를 살핀다. 심전도 검사로 심방세동과 같은 부정맥이 있는지도 확인한다.

심방세동이 있으면 심장 안에서 혈액이 정체돼 혈전이 생길 수 있으며, 이 혈전이 뇌혈관으로 이동해 뇌졸중을 일으킬 수 있다. 증상이 반복되거나 관련 혈관의 협착이 심한 경우에는 입원해 정밀 평가와 치료를 받아야 할 수 있다.

치료는 일과성 허혈발작을 일으킨 원인에 따라 달라진다. 심장 이외의 원인으로 발생한 경우에는 혈소판이 뭉치는 것을 억제하는 항혈소판제를 주로 사용한다. 반면 심방세동이 원인이라면 혈액응고 과정을 억제하는 항응고제 치료가 중요하다. 증상과 관련된 경동맥 협착이 심한 경우에는 수술이나 시술이 필요한지도 평가한다.

응급 평가와 치료 이후에도 재발 방지를 위한 관리가 이어져야 한다. 고혈압과 당뇨병, 고지혈증 등 혈관 위험 요인을 꾸준히 관리하고, 처방받은 약을 임의로 중단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흡연을 피하고 음주를 줄이는 등 생활습관 개선도 필요하다.

박정훈 센터장은 "일과성 허혈발작은 한 번의 사건으로 넘길 일이 아니라 뇌졸중 예방을 위한 장기 관리의 출발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평소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을 꾸준히 관리하고, 혈관 건강을 해치는 흡연과 음주를 삼가는 예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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